3D 프린터 권총과 암호화폐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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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Hochstein
Marc Hochstein 2018년 8월17일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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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에는 암호화폐와 거의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블록체인 커뮤니티 전체가 미국의 3D 프린터용 총기 소프트웨어 공개를 둘러싼 논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공개”라는 말에 힌트가 있다. 이 논쟁의 쟁점이 바로 정부들이 암호화폐와 분산 네트워크를 규제하려고 할 때 다시 떠오를 수 있는 표현의 자유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의 과잉 보도와 보여주기식 정책에만 관심을 두는 정치권은 혁신적인 기술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31일, 법원은 선동가이자 암호화폐 무정부주의자인 코디 윌슨이 창립한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에 소프트웨어 배포 잠정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는 가정에서 3D 프린터나 컴퓨터 수치제어(CNC) 제조 기계로 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컴퓨터 이용 설계(CAD, computer-aided design) 파일을 온라인에 공개할 수 없게 됐다.

애초 윌슨은 최근 연방정부와의 오랜 법정 공방에서 승리한 뒤 자축했다. 연방정부가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소프트웨어 공개가 군수품 수출 규정을 위반한다는 주장을 하다가 소송을 포기하고 기술 정보를 배포하게 허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항복'에 뉴욕의 상원의원 척 슈머 같은 이들이 분개했다. 곧바로 8개 주와 워싱턴 D.C. 검찰총장들은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가 정보를 배포하게 된 과정에서 적법한 행정 절차를 어겼으며 수정헌법 제10조의 국가의 권리를 위반했다며 합의를 중단하라는 소송을 또다시 제기했다.

소송이 제기된 후 판사는 잠정 금지 명령을 내렸고,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는 명령에 따라 파일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파일들은 이미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드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나


윌슨은 암호화폐 업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비트코인 지갑인 다크월렛(Darkwallet)에 기여한 인물이고, 비트코인의 전성기 때는 비트코인 재단을 해체하자는 캠페인에 앞장서기도 했기 때문이다.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가 현재 겪고 있는 일과 블록체인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정부들이 이 사건에 개입하고 난 뒤 암호화폐 컨설턴트 피터 토드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총기 설계도를 온라인에 공개할 수 없다면 암호화폐의 기술 설계를 공개하는 것도 금지될 수 있다. 이 승부에서 승리하는 것은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에도 매우 중대한 일이다.”

실제로 논쟁의 핵심에는 소프트웨어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따라 보호해야 하는 대상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블록체인 산업 지지 단체인 코인센터(Coin Center)의 연구소장 피터 반 발켄버그는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기술도 표현(speech)이라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프로토콜 소프트웨어와 오토캐드(AutoCAD) 파일 모두 수정헌법 제1조가 정한 표현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이러한 표현의 생산자를 검열하거나 사전 승인, 제한하는 법은 헌법에 위배된다.”

그러나 예시바대학교 카르도조 로스쿨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소장이자 부교수인 애런 라이트는 법정에서 코드를 놓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소프트웨어가 의심할 여지 없이 수정헌법 제 1조의 보호를 받는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 미국 법에 저촉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실행한다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블록체인과 법: 코드의 규칙”이란 책을 쓴 라이트 교수와 공동 저자 프리마베라 디 필리피는 미국 법정이 특정 소프트웨어를 두고 “불법적인 도박을 용이하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라며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결정한 판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데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정부들이 블록체인 개발자들을 규제하려 한다면 일부 코드는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게 될 수도 있지만, 모든 코드가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생필품도 거래하지만 법에 저촉될 수 있는 상품들도 판매하는 탈중앙화된 온라인 상거래 시장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합법적인 활동과 법에 저촉되는 활동을 동시에 지원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두 개의 선택지를 놓고 거래하는 탈중앙화된 예측 시장은 상품거래소법 등 기존의 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도덕적 패닉


법적인 문제 외에도 혁신적인 기술은 원자로 이루어진 물리적인 세상과 비트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 모두에서 대중을 공포와 분노에 휩싸이게 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로스쿨의 동아리 Blockchain@BerkeleyLaw의 법률 연구대표 앤드류 글리덴은 3D 프린터용 총기를 둘러싼 야단법석이 ‘사악한 인터넷 화폐’에 대한 도덕적 공황’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글리덴은 집에서 총기를 제조하는 것이 (제조한 총기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완전히 플라스틱으로만 총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항상 합법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또 앞서 말했듯 무기 제조법에 관한 정보는 이미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가 된 지 오래다.

글리덴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논쟁도 논쟁이지만,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가 보유한 두 가지 다른 기술을 융합하여 리스크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말했다.

리버레이터라고 알려진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3D 프린터용 플라스틱 권총은 생산이 저렴한 데다 (사용자가 권총에 작은 강철 블록을 넣으라고 한 지침을 무시하면) 금속 탐지기에 탐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플라스틱 권총은 흑색 화약을 사용해 만든 소총보다도 약하고 사용자의 손에서 폭발할 위험까지 있어 사실상 무기로써는 쓸모가 없다.

반면 컴퓨터 수치제어 기계로 제조한 강철 총기는 성능은 뛰어나지만, 값이 비싸고 금속탐지기에도 걸린다. 대중의 공포는 각각의 경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가끔 들려오는 "비트코인이 테러범들의 공격을 도울 것"이라는 근거 없는 공포감과 비슷한 것이다.

글리덴은 “둘 다 합법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술이지만 꼭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는 남용 가능성을 두고 대중이 공포감에 휩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말은 아니다. 어쨌든 두 기술 모두 탈중앙화되었고,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경우에서 목격했듯 행위자 한 명을 막는다고 정보의 흐름까지 막을 수는 없다.

기술을 금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마 블록체인이나 총기 3D 프린팅의 도입과 기술적 혁신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혁신의 속도를 늦추거나 부수적인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니, 좋게 말해도 골칫거리다.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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