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한국 토종기업이 무려 '100만 TPS' 블록체인을 개발했다고요?
'위즈블' 기자간담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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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한수연 2018년 9월6일 13:28
며칠 전 보도자료들 사이에서 '날 좀 봐줘'라고 외치는 메일을 발견했다. 그 내용은 이랬다. 한국 토종 기업이 무려 100만 TPS(Transaction Per Second)를 구현한 독자적인 블록체인 메인넷을 개발했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메인넷 출시를 발표한다는 것.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대형 뉴스!

초당 거래 수를 뜻하는 TPS는 블록생성 시간 및 확정 시간과 함께 블록체인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다. 자연히 블록체인 확장성을 평가하는 파라미터로 꼽힌다. 올해 1월 기준 비트코인이 7 TPS, 이더리움이 20 TPS, 리플이 1500 TPS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100만 TPS는 꿈의 숫자. 2만4000 TPS를 내며 블록체인 업계 기를 죽이는 비자카드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국내에서 블록체인 업계의 샛별이 등장한 걸까?! 기대감과 함께 찬찬히 들여다봤다. 기대감은 곧 물음표로 바뀌었다. 간담회 주최 기업은 '위즈블'. 지난해부터 블록체인을 취재했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업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궁금증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보는 것이다. 이렇게 지난 4일 위즈블의 메인넷 발표 기자간담회를 찾았다. 간담회 장소는 최고급 호텔로 손꼽히는 광화문 포시즌호텔. 메인넷 축하 샴페인을 터뜨리기 그야말로 적합한 장소다.

여러모로 범상찮은 분위기에서 위즈블의 유오수 대표가 등장했다. 유 대표의 이날 의상 콘셉트는 한복. '토종 블록체인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유오수 위즈블 대표, 라이언 리 위즈블USA 대표(왼쪽부터)가 9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위즈블)
| 유오수 위즈블 대표, 라이언 리 위즈블USA 대표(왼쪽부터)가 9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위즈블)


 
"역사적인 날."

메인넷 출시에 대한 유오수 대표의 한 줄 평이다. 유 대표는 또 "국내 기업인 우리가 메인넷을 낸 것은 대단한 이슈"라고 자신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하더라. 정말 (100만 TPS를 실현한) 메인넷을 발표하면 블록체인 계의 노벨상을 받고 향후 과학 교과서에 기재돼야 한다고. 나는 위즈블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자신감에 찬 발표, 그 근거는 무얼까?

물음표가 더 커졌다. 위즈블은 올해 1월 설립된 회사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1월, 100만 TPS를 달성할 수 있는 메인넷 설계도를 완성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설계도를 완성하고 올해 6월 8일 테스트넷을 공개했다. 메인넷 개발은 사실 8월 6일 완료했다. 여러 사정이 있어 오늘에서야 메인넷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유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이 깃허브에 공개돼 있다며, "기술은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즈블에 대한 국내 평가가 유독 '박하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해외에서 이미 검증받고 인정받았는데, 국내에서 유독 스캠(사기)이라는 말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5개월 전 스팀잇에 위즈블 코인을 사기로 규정한 글이 하나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깃허브에 공개된 위즈블 코드가 비트코인 코드를 그대로 복사했다는 점, 위즈블 홈페이지에 공개된 싱가포르 회사 등록번호가 존재하지 않는 가짜라는 점, 회사 주소 역시 위즈블이 아닌 다른 회사 주소라는 점, 카카오톡 단톡방을 이용한 수상한 코인 판매 방식 등을 들며 자신의 글을 "많은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자유롭게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아무튼, 위즈블이 이야기하는 '기술적 성과'를 들어봤다.

문영철 위즈블 최고기술책임자 (사진=위즈블)
| 문영철 위즈블 최고기술책임자 (사진=위즈블)


 

위즈블의 개발팀은 문영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끌고 있다. 문 CTO는 "메인넷과 메인넷이 적용된 익스플로러를 공개했다"며 "익스플로러를 통해 자신이 발생시킨 거래와 거래 정보, 블록 생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개발을 하며 고생한 날들이 떠오른 듯 목멘 목소리로 발표를 끝마쳤다.

| 위즈블 메인넷이 적용된 익스플로러 캡처 (2018년 9월 6일 기준)
| 위즈블 메인넷이 적용됐다는 익스플로러 캡처 (2018년 9월 6일)


 

"위즈블 플랫폼은 대용량 트랜잭션을 위해 블록 사이즈를 8메가바이트(MB)로 확장했다. 또 빠른 거래 확정을 위해 블록을 직접 채굴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합의 알고리즘은 PBFT 기반 비경쟁적 합의 알고리즘을 채택했다. 권한을 가진 노드들을 선정해 이 노드들로 구성된 '패밀리 그룹' 내 노드 간 합의를 통해 하나의 합의된 블록을 생성하고, 이를 다른 노드들에 전파하는 방법이다."

위즈블 블록체인은 속도뿐 아니라 '보안'에도 뛰어나다고 한다. 유 대표는 "속도에 대한 부분을 해결했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사실 의미 없다. 빠른 속도를 느린 해커가 쫓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속도, 보안성 모두 뛰어나다는 위즈블 블록체인에 대해 좀 더 들어봤다. 채굴 권한을 가진 '패밀리 그룹' 선정은 위즈블이 한다. 컴퓨팅 파워와 네트워크 대역폭을 선정 기준으로 노드를 선정한다. 그렇다면 중앙화 이슈는 없을까? 이 방법으로 100만 TPS를 실현했다는 위즈블의 발표 내용은 사실일까?

블록체인 개발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반응은 깃허브에 공개된 코드와 이날 발표 내용만으로는 100만 TPS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 한 개발자는 "깃허브에 올라온 코드를 열어 봤는데 서비스 연동을 할 수 있는 관련 코드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검증할 수 없다면, 100만 TPS는 결국 계획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물음표가 또 한 번 커졌다.

자연스레 위즈블을 이끌고 있는 멤버들이 궁금해졌다.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사기인지 아니인지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가 멤버들의 이력이다.

위즈블 홈페이지에 올라온 유오수(Andy You) 대표 프로필에는 정보가 별로 없다. 경력 사항에는 위즈블만 기재돼 있다. 문영철 CTO의 링크드인 역시 마찬가지다. 홈페이지 프로필에는 '삼성전자, SK텔레콤, 신한카드 등 금융 기반의 경험을 토대로 블록체인이 금융거래에 활용되는 방안을 연구 개발 중'이라고 소개돼 있다.

물론 링크드인에 경력 업데이트를 잘 안 하는 사람도 많다. 기자 본인이 그런 사람이기에 간담회에서 유 대표와 문 CTO에게 위즈블 이전 경력을 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속시원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유오수 대표는 "콘텐츠 사업, 프랜차이즈 업체 등 이것저것 많이 했다"면서도 "워낙 작은 곳들이고 대부분 없어져" 구체적인 업체명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문영철 CTO는 "국방부 프로젝트, 삼성전자 프로젝트를 외주로 진행했었다"라며 "삼성전기, 병무청 등에서 20여 년 정도 경력이 있다"라고 했다. 회사 대표를 한 경력도 있지만, "하다 망한 회사여서 말하기 좀 (어렵다)"고 말했다. 미궁 속의 경력. 확실히 뭔가 달라도 다르긴 다르다.

결국 더욱 커진 물음표를 안고 이날 간담회장을 떠나야 했다.

조만간 이 물음표들을 하나씩 지워나갈 기회가 있길 바란다.

위즈블의 '100만 TPS 메인넷'이 사실이면 정말 좋겠다. 훗날 과학 교과서에 오를 기업의 '역사적인 날'을 함께한 것은 행운이기에. 역사의 초안을 쓸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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