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릭 부테린이 극찬한 'PoS 창시자' 서니킹이 돌아왔다
에너지 소비가 적은 하드웨어 이용: 슈퍼노드 지분증명(S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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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 Rose O'Leary
Rachel Rose O'Leary 2018년 9월22일 11:23
이미지=게티이미지스뱅크


서니킹(Sunny King)이 돌아왔다.

지분증명(proof-of-stake, PoS) 기반 암호화폐를 처음 만든 장본인으로 알려진 익명의 개발자 서니킹은 최근 지분증명 철학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아이디어를 들고 돌아왔다. 바로 하드웨어를 이용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지분증명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연산하기 위해 (비트코인의 작업증명처럼) 어마어마한 전력을 써가며 비싼 하드웨어를 가동하지 않고도 네트워크 내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좀 더 생태 친화적인 합의 알고리듬으로 여겨졌다.

EOS, 테조스(Tezos), 네오(NEO), 카르다노(Cardano) 등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이른바 에너지 문제에서 자유로울뿐더러 더 큰 규모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알아보고 지분증명 방식을 합의 알고리듬으로 채택했다. 서니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분증명 방식을 장착한 특수 하드웨어를 개발해 온 서니킹은 지분증명을 활용해 거래 속도도 훨씬 더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012년 지분증명 방식을 채택한 최초의 암호화폐 피어코인(peercoin)과 소수(素數)를 찾아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는 알고리듬을 장착한 암호화폐 프라임코인(primecoin)을 만든 서니킹은 블록체인 기술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하고 혁신을 이끌어 온 개발자로 유명하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도 프라임코인에서 특히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지난 2013년 "알트코인 개발자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 뛰어난 개발자"라고 서니킹을 극찬하기도 했다.

그런 서니킹이 이번에는 슈퍼노드 지분증명(SPoS, supernode proof-of-stake)이라는 합의 알고리듬을 들고 돌아왔다. 슈퍼노드 지분증명을 적용하려면 특수 장치가 있어야 한다.

아직 전체 프로젝트의 자세한 면모가 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킹은 슈퍼노드 지분증명 방식이 거래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암호화폐 지분을 한데 모은다는 측면에서는 위임 지분증명(DPoS, delegated proof-of-stake)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킹은 이어 슈퍼노드 지분증명 방식을 활용해 블록체인 개발과 유지 과정 전반도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이 다양한 분야에 널리 쓰이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다. 지분증명 합의 알고리듬도 결국은 이런 때를 염두에 두고 고안한 것인데, 수백, 수천만 가지 다양한 블록체인이 에너지 문제를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한 채 독립적으로 작동하려면 지분증명 같은 방식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서니킹은 데이터를 더 안전하게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최적화 기술로 블록체인 기술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있으며, 현재 자신이 수석 기술 디자이너를 맡은 홍콩의 가상경제시대(Virtual Economy Era, VEE)라는 프로젝트에 슈퍼노드 지분증명 방식을 도입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생각이다.

지난 17일 가상경제시대 프로젝트 출시와 함께 자체 토큰인 비(VEE) 코인도 출시됐으며, 프로젝트의 코드는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서니킹은 가상경제시대 프로젝트와 블록체인 기술의 만남을 이렇게 정의했다.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건 결국 가상경제시대 인프라를 다지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사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체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언젠가는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현재 데이터를 활용하듯 쉽고 간편하게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슈퍼노드 지분증명을 둘러싼 의혹

새로운 시스템은 네트워크 보안에 관련된 업무를 중앙에서 맡아 처리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암호화폐의 기본 철학을 저버렸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니킹도 이런 비판을 잘 알고 있지만,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감수할 만한 타협이라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보안의 중앙화 외에도 슈퍼노드 지분증명을 둘러싼 의혹은 또 있다. 지난 1월 피어코인 포럼에서 발표된 슈퍼노드 지분증명을 두고 킹의 옛 동료들 가운데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이들이 있었다. 피어코인의 브랜드 매니저 랜디 비토리니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 안에서도 슈퍼노드 지분증명이 무엇인지, 왜 의미가 있는지 등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킹이 지난 2년여간 공개적인 자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보니 은둔형 개발자처럼 되어버려서 더 소통이 안 된 측면도 있고요. 사실 저만 해도 왜 킹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개발했는지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

킹은 실제로 피어코인이나 프라임코인도 개발에만 앞장섰을 뿐 이후 운영과 관리는 물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작업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비토리니의 말마따나 프라임코인 같은 경우 "이름만 남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피어코인도 킹이 떠난 뒤 6년 동안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 다만 최근 피어코인 개발자들이 세그윗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적용해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서니킹이 슈퍼노드 지분증명 프로젝트를 발표하자마자 피어코인 커뮤니티 안에서 가상경제시대 프로젝트와 비코인에 섣불리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웹사이트에 나온 정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아예 회사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도 않은 킹의 이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오랫동안 킹과 함께 일해온 피어코인의 비토리니는 그 주장에 대해서만큼은 킹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서니킹은 오랫동안 외부에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똑같은 이메일 주소를 사용해왔고, 세월이 흘러도 일관적인 그의 품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어요. (서니킹이 마케팅용으로 이용됐다는 주장은) 대꾸할 가치도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가상경제시대 소셜미디어 계정에 달린 댓글만 봐도 불신과 의혹의 눈초리가 쉽게 느껴진다.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가상경제시대는 총 1만8000 비트코인(BTC), 현재 시가로 우리돈 약 1350억 원을 비공개 토큰 판매로 모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사실상 아무런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물론 비토리니는 원래 서니킹의 소통 방식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서니킹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 좋아하고 마케팅이나 소통에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게 곧 개발자로선 킹의 최대 강점일 수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죠."

어쨌든 코인데스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서니킹은 슈퍼노드 지분증명은 앞서 자신이 연구해온 것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주제이며 합리적인 연구 대상이라는 의견을 단호한 어조로 밝혔다.

 

지분증명은 계속된다

가상경제시대에서 서니킹은 슈퍼노드 지분증명 방식을 어떻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접목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킹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이용하듯 쉽고 편리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모듈을 만들면, 근본적으로 아무리 복잡한 기술이라도 보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킹 자신이 피어코인과 프라임코인을 떠난 이유도 바로 이 궁극적인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서였다.

피어코인과 달리 킹은 슈퍼노드 지분증명 합의 방식을 고안하면서 이미 합의 알고리듬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킹은 코인데스크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의 상세한 부분은 더 검토하고 있다"며 "일단 메모리와 대역폭 사양이 보통 PC보다 훨씬 더 높을 것 같다."라고만 말했다.

서니킹은 이어 이 모든 아이디어가 피어코인 개발자들이 오랫동안 씨름해온 이른바 오프라인 보관(cold-minting 혹은 cold-staking)에서 생겨나는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보관이란 말 그대로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가진 토큰이나 자산을 걸고 거래를 검증하거나 투표하는 등 네트워크에서 활동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자산을 오프라인에서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술을 뜻한다. 이는 곧 자산과 함께 자산에 따르는 권한을 제삼자에게 맡기는 것과도 같아서, 피어코인 개발자들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지분을 위임해버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누군가 많은 이의 지분을 위임받아 모은다면 그 자체가 권력의 집중 혹은 중앙화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가림(Nagalim)이라는 가명을 쓰는 피어코인 개발자는 "사람들이 지분으로 참여한 노드 자체를 다른 사람들한테 팔면 거래를 검증하거나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일 자체가 소수의 손에 집중될 수 있다"며 "이는 분산 네트워크와는 거리가 먼 형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니킹이 새로 고안한 슈퍼노드 지분증명이 정확히 그런 형태로 돼 있다. 슈퍼노드 지분증명 코드의 알고리듬은 특정 하드웨어 환경에 최적화돼 있는데, 하드웨어는 어떤 면에서는 작업증명 방식에서 ASIC 특수 반도체와 비슷하다. 다만 필요한 전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킹은 슈퍼노드 지분증명과 관련해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처럼 에너지 낭비 문제가 불거질 우려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 시스템이 중앙화돼 있기 때문에 킹은 각 슈퍼노드가 똑같은 발언권을 갖도록 특별히 신경 썼다. 발언권을 더 많이 갖게 된 특정 노드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네트워크 전체의 보안을 강화한 것이다.

서니킹은 가상경제시대 프로젝트와 슈퍼노드 지분증명 방식이 지난 몇 년간 전체 커뮤니티가 함께 키워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경쟁 프로젝트나 서비스보다 진척 과정이 느려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조망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미래에 어떻게 구현해나갈지를 생각하고 있는 거니까요."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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