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암호화폐: 아주 긴 전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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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18년 10월15일 06:35
토큰 거래소 셰이프시프트(ShapeShift)는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셰이프시프트가 최근 의무 계좌 식별 정책을 도입한 새로운 “회원 관리” 모델을 발표하자 암호화폐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트코인 개발자 피터 토드도 그중 한 명이었다.
“지금은 회원에 가입하는 것이 선택 사항이지만, 곧 의무화될 것이다. 결국, 셰이프시프트는 실패할 것이다.”

셰이프시프트는 이번 방침 변경이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추가로 혜택을 제공하고 이 충성도를 토큰화하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침 변경의 이면에 규제기관들의 압력이 있었던 것도 분명해 보인다.

유명한 암호화폐 자유주의자이자 가치 교환에 대한 개인들의 자유를 앞장서 주창해 온 셰이프시프트의 CEO 에릭 부리스는 블로그에 변경된 방침을 발표하며 새로운 모델의 의무적인 성격은 고객들에게는 “별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위터에서 블로그 게시물에 솔직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적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 그렉 슬레팩에게는 “내가 작성하는 글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에게 시간을 달라”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부리스는 코인데스크에 보낸 성명에서 셰이프시프트의 정책 변경에 대해 추가로 설명하면서 고객파악제도(KYC)가 규제기관의 압력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의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방책”이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여전히 모든 사람들의 금융 프라이버시와 주권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궁극적으로 셰이프시프트는 기업체이고 세계 각국의 법률을 준수해야만 한다.”

 

뉴욕주 법무부도 싸움에 끼어들다


뉴욕주 법무부가 다양한 시장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필요한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뒤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산업이 주창하는 무정부주의와의 오랜 싸움에서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고 결론짓는 사람들도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고객파악제도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국가의 감시망을 벗어나 거래를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모델로 여겨졌던 셰이프시프트가 항복한 것을 보면 규제기관이 실제로 강력한 한 방을 날리기는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싸움은 아직 여러 라운드가 남아있는 권투 시합과 비슷하다. 새로운 기술, 역동적인 토큰 기반 사업모델의 개발, 진화하는 규제 환경은 계속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정부의 중개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그리고 결국 규제기관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 할 것이며, 규제기관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암호화폐 진영은 또 새로운 솔루션을 들고 나올 것이다. 결국에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끝까지 승패가 갈리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사법적인 경계를 정의하고 관리하는 것과 관련한 싸움도 있다. 법에 관한 문제라고 해서 규제기관이 늘 유리한 사안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기술은 권위 있는 금융 기관이라면 당연히 뉴욕 시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뉴욕금융서비스국(New York 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s)이 휘둘러 온 세계적 장악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 회사들이 뉴욕금융서비스국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느꼈던 이유는 가장 중요한 금융 중개인(투자은행, 대리은행, 원주 보관은행 등)이 뉴욕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암호화폐 기술은 명시적으로 이 중개인들을 우회하여 P2P 거래소를 만들려는 실험이고 도전이다.

셰이프시프트와 크라켄(Kraken) 같은 거래소들은 뉴욕금융서비스국의 비트라이센스(BitLicense)가 지나치다고 판단하자 곧바로 뉴욕 시장에서 스스로 나갔다. 뉴욕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사업을 하지 않기로 해버린 것이다. 뉴욕주 법무부는 거래소들이 정보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을 두고 “우려스럽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크라켄의 CEO 제시 포웰은 뉴욕 법무부의 보고서가 발간된 후 조롱하듯 뉴욕주를 “3년 전에 헤어졌지만 아직도 당신을 스토킹하고 당신이 만나는 새로운 연인을 헐뜯는 패배자, 당신이 이전의 연애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으며 이별 후에 더 행복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대적이고 통제하기 좋아하는 옛 애인”에 비유했다. 자칫 경솔해 보이는 이 발언의 대가를 포웰이 치르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포웰의 대담한 발언은 크라켄이 뉴욕 주민들 없이도 성공적으로 독립했으므로 뉴욕주 관료들에게 거리낌 없이 안녕을 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라켄이 고객파악제도 준수를 책임지는 관료들이 말하는 정교한 고객 계좌 관리용 도구(누군가 뉴욕 거래소 사이트에서 거래하려고 하는지를 나타내는 IP주소 모니터링 등)를 갖춘 덕분에 이런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프라이버시를 강화할 새로운 도구


반면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같은 도구를 빠르게 발전시킴에 따라 암호화폐 프라이버시 분야는 계속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제트캐시(zcash), 모네로(monero), 대시(dash) 같은 암호화폐들은 모두 이러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에서도 거래를 추적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범죄자들이 암호화폐를 악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사용하고 싶어 할 만한 기업들이 경쟁사에 자사의 기밀을 노출하지 않게 하려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 같이 거래가 블록체인 밖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게 해주는 “제2 레이어” 솔루션도 암호화폐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강화해 줄 것이다. 한편, 계약 당사자들의 정보 가운데 기밀이 될 만한 핵심 정보를 가려주는 이산로그 계약(discrete log contracts) 같은 솔루션은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지켜지는 스마트 계약을 생성하고 거래가 공개되지 않는 암호화폐 “다크 풀”을 장려할 수 있다.

물론 탈중앙화 거래를 향한 기저의 거대한 흐름도 있다. 변호사들은 종종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델이 규제 감독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강력한 가격 결정 시스템이나 아토믹 스왑 메커니즘, 안전한 수탁 방식 등이 개발돼 구매자와 판매자가 중개인 없이 서로를 찾을 수 있게 되면 새로운 사토시 나카모토가 익명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세계에 선보이고 법망을 피하는 것을 과연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러나 법은 법이다


그러나 정부도 당연히 속수무책으로 상황을 방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으면,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게 될 것이다. 법을 어겼다가 발각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이러한 위협은 사용자의 행위를 억제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다.

국가의 권력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징역이나 벌금형을 암시하기만 하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기업은 법률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검토하는 데만 많은 비용을 법률 자문비로 쓰게 된다. 부리스도 셰이프시프트가 정책 변경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한 법률 검토 비용으로 수백만 달러를 썼다”고 말했다.

따라서 암호화폐와 규제기관 간의 싸움에서 궁극적으로 어느 편이 승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밀고 당기기가 혁신을 어떻게 허가할지와 프라이버시를 어느 정도로 보호해야 하는지에 관한 대화에 불을 붙인다면 그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다른 글에서 말했듯이 프라이버시는 효과적인 거래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며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을 시 화폐는 본연의 기능을 잃게 된다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암호화폐 개혁을 위해 혁신을 주도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재량을 주려고 시도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달 하원 블록체인 코커스의 새로운 공동의장이 된 톰 에머(Tom Emmer, 미네소타, 공화당) 의원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가벼운 규제를 적용해 스타트업을 보호하며 혁신을 장려하는 데 필요한 법안 세 개를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다른 나라와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어떻게 개발자들이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유틸리티 토큰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장려할 수 있을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더 매끄럽고 자유로운 가치 교환 체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들에게 생명줄과도 같다. 심지어 셰이프시프트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셰이프시프트의 새로운 계좌 모델은 토큰화 멤버십 부분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이것이 고객파악제도의 제약 아래서도 탈중개, 탈중앙화 거래에 대한 실험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니 팝콘이라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긴 싸움이 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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