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참여하면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다
[인터뷰] 제주에서 ICO 추진하는 위블락 홍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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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재
유신재 2018년 10월1일 16:18
정부의 ICO 금지 방침에 대다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스위스나 싱가포르로 향하는 와중에 반드시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추석 연휴 직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요청하는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 동참하는 이들에게 암호화폐를 나눠주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참여와 보상이라는 토큰 이코노미의 기본 원리를 정치적 캠페인에 적용한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암호화폐를 이용해 탈중앙화된 광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위블락'의 이야기다.

위블락은 9월5일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위블락아시아라는 법인명으로 제주도에서 사업자등록을 했고, 제주은행과 농협에서 법인계좌도 만들었다. 홍준 대표는 "우리도 처음에는 싱가포르에 법인 설립하는 걸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1차 타깃은 국내 광고시장이다. 국내 광고시장 전체가 13조원, 그중 온라인 광고시장이 5조원 규모로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 국내에서 승부를 보고 좋은 모델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싱가포르에 가서 일할 것도 아니고 나중에 싱가포르 시장 진출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국내 시장에 집중할 건데, 싱가포르에 법인 만들면 페이퍼컴퍼니가 되는 거다. 왜 내키지 않는 방법으로 사업을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네이버 사번 19번이 블록체인에 꽂혔다


홍준 위블락 대표. 사진=유신재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 서울 을지로 위워크 사무실에서 만난 홍준 대표는 추석 연휴 내내 출근했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린 것과 관련해 "지금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비즈니스와 관련해 아무런 법이 없는 상황이다. 우린 합법적으로 떳떳하게 일하고 싶으니 법적 가이드라인이나 비즈니스 위한 제반 사항을 명확히 알려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암호화폐 비즈니스를 아예 못하게 할 건 아닐 텐데,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정부가 바라는 건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 그 첫걸음이 블록체인특구 지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지역 중심으로 열심히 비즈니스 활동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하고 싶다. 정부도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999년 병역특례로 네이버에 입사하면서 IT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그의 네이버 사번은 19번. 주로 검색광고와 관련된 일을 했다. 검색광고사업팀장 등을 맡으며 네이버에서 11년 동안 일했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2009년 9월 네이버를 나와 모바일 광고회사 카울리(법인명 퓨처스트림네트웍스)를 공동 창업했다. 네이버에서 일하며 광고가 인터넷에서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지켜봤고, 모바일에서도 생태계가 성숙하면 광고가 가장 큰 부가가치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운 좋게도 한국에서 가장 먼저 모바일 광고를 시작"했고, 2013년 4월 옐로모바일에 인수합병되면서 엑시트에 성공했다. 퓨처스트림네트웍스는 이후 코스닥에 상장됐다. 이후 게임업계와 모바일마케팅 업계에서 일했다.

작년 말 블록체인 열기가 뜨거웠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모바일마케팅 회사 포커스엠인사이트의 법인명을 애드포스인사이트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그의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광고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위블락이 그리는 온라인 광고시장


우리나라 온라인 광고 시장을 홍 대표만큼 꿰뚫고 있는 전문가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설명하는 현재 온라인 광고시장의 모습은 무척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네이버나 구글이나 전체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검색광고에서 나온다. 검색광고는 소비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광고주가 비용을 부담한다. 해마다 연말에 네이버에서 가장 핫한 검색어는 '기숙학원'이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재수를 결정한 수험생들이 기숙학원을 찾는다. 클릭 단가가 15만원까지 올라간다. 클릭 한 번에 광고주인 기숙학원이 지불하는 돈이 15만원이란 얘기다. 한 수험생 부모가 네이버에서 기숙학원 10곳 정도 클릭해보고 어디로 자녀를 보낼지 결정한다고 치면, 네이버는 이 수험생 부모 덕분에 150만원을 번다. 수험생 부모는 1년 동안 기숙학원에 수백만 원 이상 내지만, 기숙학원이 지불한 마케팅비 100~200만원은 전부 네이버 몫이다. 이런 구조를 바꾸겠다는 게 위블락 프로젝트다.

물론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광고를 보거나 상품을 구매하는 등 행위를 했을 때 보상을 제공하는 광고 모델은 이미 있다. 캐시슬라이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캐시슬라이드 같은 서비스는 기존 광고시장의 분업화된 구조와 수많은 미들맨(middleman)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이 광고비의 10~20%를 넘을 수 없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광고를 수주해오는 역할을 맡는 광고대행사가 광고비의 20%를 가져가고,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 있는 광고영역을 모아오는 랩사가 10%를 가져간다. 그다음에 리포팅을 해주거나 광고성과가 제대로 나왔는지 트래킹 해주는 회사들이 5%, 10%씩 가져간다. 물론 캐시슬라이드도 마진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위블락은 실제로 광고주가 얼마의 광고비를 내고 어떤 광고 성과를 얻기 원하는지를 블록체인 상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미들맨들이 수행하는 역할은 위블락이 자동화된 운영도구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제공해 대체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누구나 실제 광고비가 얼마나 집행되고 어떤 광고성과가 나오는지 알 수 있고, 광고주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소비자도 광고 성과에 기여한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비와 소비자 보상은 위블락 토큰으로 집행된다. 여느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위블락은 이 과정에서 마진을 남기는 게 아니라 생태계 활성화에 따른 토큰 가치 상승으로 이익을 낸다.

홍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소비자 커뮤니티로 꼽히는 뽐뿌(www.ppomppu.co.kr)를 주목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뽐뿌에는 우리나라 온라인 커머스와 광고 생태계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충성도 있는 사용자가 약 10만명에 이른다. 어떤 상품을 어떻게 구매하면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지 엄청나게 잘 꿰고 있는 사람들이다. 마진율이 높지 않지만 뽐뿌에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올려 인기글로 게재되면 무조건 완판된다. 자동차보험, 신용카드, 초고속인터넷, 휴대폰 등이 뽐뿌에서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판매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제공하는 신뢰와 투명성, 암호화폐가 만들어내는 토큰 이코노미가 결합되면 뽐뿌와 같은 커뮤니티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광고를 보는 행위를 했을 때 이용자가 발생시키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지 보여줌으로써 우리 생태계 지지자들을 확보하겠다. 광고주는 광고 성과가 나오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광고를 집행하고 싶어한다. 광고비를 그 생태계로 넣는다. 외부자금이 유입됨으로써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ICO, 현황과 리스크


그런데 왜 제주도일까?

홍준 대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우리나라 모든 정치인 중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제일 높은 것 같다. 제주도청 공무원들도 그렇다. 제주도 담당 공무원들과 만났을 때 다른 곳들과 달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 있냐, 사기 문제는 어떻게 하냐 같은 얘기 없이 실제 앞으로 어떻게 비즈니스 키워가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 갈 것인지 같은 눈높이에서 얘기가 통했다. 제주도에서 블록체인 비즈니스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블록체인 특구 지정 확률도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드포스인사이트는 지난 2월 직원 7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정규직 기준 42명, 인턴과 계약직까지 포함하면 50명을 고용하고 있다. 대성창업투자와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이미 10억원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9월부터는 국내외 벤처캐피탈과 크립토펀드 등을 상대로 위블락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아이콘재단, 디블락, 캐나다의 GILGA, 싱가포르의 XIMA, 미국의 David Partners 등으로부터 20억원 이상 모았다. 10월 중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프리세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위블락은 향후 아이콘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고, ICX로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모금 목표는 최소 500만 ICX(현 시세 약 35억원), 최대 1100만 ICX(약 80억원)이다. 최소 모금목표(소프트캡)에 미달하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모두 돌려준다.

전문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프라이빗세일에 대해 홍준 대표는 "벤처캐피탈이나 크립토펀드, 전문투자자처럼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명확히 아는 사람들 상대로 한 ICO는 무리가 없다. 지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돈이 들어간 모태펀드가 포함된 벤처캐피탈은 정부 입김으로 암호화폐 발행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벤처투자 시장에서 모태펀드가 포함된 펀드가 70% 이상이라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가장 먼저 전문 투자기관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ICO가 꼭 필요할까? 이미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기존 기업이라면 굳이 ICO가 아니더라도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지 않을까? 라인은 최근 링크 토큰을 발행하면서 ICO를 하지 않고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1조5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애드포스인사이트가 대성창투와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지분투자를 받은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홍 대표는 "암호화폐를 통한 토큰이코노미 생태계를 만들려는 프로젝트에 주식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받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투자사들 입장에서도 주식이 아니라 토큰을 가져야 더 많은 혜택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자금 모집에 대해서는 홍준 대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돈을 쉽게 모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적으로 기술적으로 준비가 많이 안 된 회사들이 무조건 자금만 모으려는 사례가 분명히 발생하고 있다. 이미 성과를 증명하지 못해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거나 아예 사라지는 프로젝트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나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 이유다. 무조건 수백억 원씩 모으겠다고 덤비기보단 필요한 자금을 명확히 산정하고, 스스로 충분히 잘 관리하고 실행할 수 있는 규모로 ICO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벤처캐피탈이 투자하는 일반 스타트업도 10개 중 7~8개는 망한다. 당연히 실패 리스크가 있다. 그 이유만으로 ICO를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너무 안타깝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위블락은 현재 법으로 허용된 크라우드펀딩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ICO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액이 연간 2000만원 이내여야 하고, 투자자가 리스크를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홍 대표는 "불특정 다수 대상으로 자금 모집할 때 물론 토큰이라는 게 아직 금융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긴 하다. 다만 원금 손실 등 위험성을 개인들이 감당하기 힘드니까, (크라우드펀딩 관련) 금융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지켜서 한다면 크게 문제가 안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런 내용을 다 지켜가면서 제주도에서 열심히 진행해보려고 한다. 암호화폐를 모으게 되면 블록체인특구 가이드라인이라든가 관계법령이 나와서 그런 돈을 어떻게 활용해도 되는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일단 보유하고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가격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블록체인 전반에 대한 회의가 높아진 상황이지만 홍준 대표는 긍정적이다.
"라인 같은 회사가 암호화폐 링크를 발행하고 한정적이긴 하지만 이미 돌아가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2개 내놨다. 카카오나 에스케이플래닛 같은 기업들도 원래 있던 기술 서비스에 블록체인 도입하겠다고 하고, 그런 프로젝트들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올해 4분기부터 이용자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나오고 성과를 보여주는 시기가 오고 있는 것 같다. ICO 프로젝트들도 작년 말처럼 200억~300억원씩 자금 모집하지 않고 필요한 자금에 따라 50~100억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시장이 건전해지는 모습이라고 본다. 좋은 징후라고 생각한다."

홍준 대표가 지난 9월21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대한민국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에는 이 기사를 발행하는 1일 오후 현재 1719명이 참여했다. 이 청원은 오는 10월21일에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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