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블록체인은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비트코인 백서 10주년 릴레이 기고_#2] 김재윤 디사이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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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김재윤 2018년 10월24일 18:40
오는 10월31일이면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가 세상에 나온지 꼭 10년이 됩니다. 9페이지 짜리 짧은 논문이 지난 10년 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비트코인 백서 공개 10주년을 기념해 한국 블록체인계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글을 모아 연재합니다. 두 번째 글은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의 김재윤 회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대학원에 재학 중(박사 과정)인 김재윤 회장은 디사이퍼를 이끌며 블록체인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내가 블록체인을 처음 접한 것은 작년 5월 지도교수님이 보냈던 한 포럼에 참석했을 때였다. 포럼에서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에 대해서 알려줬기 때문이 아니라 포럼이 너무 지루해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다 어느 거래소의 배너 광고를 보고 비트코인 몇 만 원어치를 샀던 것이다. 차트를 조금 지켜보다 팔고, 리플이나 이더리움 등 다른 것도 사보고 하면서 즐겁게 포럼장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땐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이 비트코인이 게임상의 사이버머니 같은 것이라 생각했고 블록체인 기술 같은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마침 그 시기가 주기적인 폭등장의 시작점이어서 운이 좋게도 차익 거래로 투자한 금액 대비 꽤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가 원금까지 잃고 분한 마음에 비트코인 논문을 찾아 읽었던 것이 내가 처음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정도면 매우 평범하게 블록체인에 입문한 것이 아닐까?

김재윤 디사이퍼 회장. 사진=김재윤 제공
김재윤 디사이퍼 회장. 사진=김재윤 제공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임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논문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너무 생소한 용어가 많았고, 중앙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신뢰 기관을 없애겠다는 목표는 이해하겠는데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 자체가 추상적이고 인식의 전환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은 그 위에서 프로그램까지 실행시킨다니? 무슨 말인지 이해는 잘 가지는 않지만 내 연구실의 연구 주제인 가상머신과 관련이 있으니 논문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투자해서 돈을 잃었던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서 이 분야를 꼭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랐던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지만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너무 없어서 애를 먹었다. 더 큰 문제는 모르는 개념은 산더미인데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포럼 같은 곳에 질문을 올릴 수도 있었지만, 내가 무엇을 제대로 알고 무엇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몰라서 글로 풀어내기가 참 애매했던 기억이 난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포럼에도 참석해서 질문했지만 연사가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서로 답답한 상황이 벌어지길래 그것도 그만두었다. (그냥 총체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공부를 한 것이며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한가!’라고 자책하며 자괴감에 빠져들곤 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한국에 '이더리움 연구회'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2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이더리움 연구회 2기 회원들의 모습. 아랫줄 가운데가 김재윤 학회장이다. 사진=김재윤 학회장
이더리움 연구회 2기 회원들의 모습. 아랫줄 가운데가 김재윤 회장이다. 사진=김재윤 제공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니까 동기부여도 잘 되고 먼저 공부해온 선배들이 있어서 이더리움 연구회 활동은 많은 궁금증을 해결하고 잘못 알고 있던 지식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본업이 따로 있으면서 시간을 내어 각자 공부해온 걸 1~2주에 한 번 발표하는 정도에 머무르다 보니 내가 원하던 만큼 깊은 수준의 연구를 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비유하자면 탁구를 칠 때 서브와 리시브까지는 가능한데 랠리가 되지 않아서 게임을 즐길 수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은데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서울대학교 커뮤니티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같이 시작할 사람들을 구하는 공고가 올라왔다. 목표가 명확하면 더 강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실질적인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고, 운이 좋다면 거품을 타고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되었다. 내 지식수준만큼 추운 겨울이었던 2017년 말의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2-토큰 모델로 스테이블 코인을 하나 만들고, 다른 언스테이블 코인으로 유동성과 가격 안정성을 부여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2018년 말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사업적으로 굉장히 앞서 나갔던 모델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중앙 거래소나 종합 인덱스를 보고 어떤 주체가 인위적으로 통화량이나 거래소의 오더북을 조정하지 않으면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다른 아이디어들을 제시하고 만들었다. 그 아이디어를 밀어붙였다면 사업적으로는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여전히 설계와 구현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때 나왔던 아이디어들이 크립토키티류의 게임, Maker DAO 같은 스테이블 코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DAICO, 오픈소스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Git coin 등이었다. 그중에서 무언가 동작하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팀원들과 매일같이 만나서 공부하고 회의하고 개발했다. 비록 우리의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되지 못했지만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던 시간이었다.

 

디사이퍼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똑똑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매일같이 모여서 공부하니까 이렇게나 빨리 배울 수 있구나, 이런 사람들을 더 모아보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블록체인 공부를 하며 알게 된 7명의 멘토, 그리고 30여 명의 신입 멤버들과 함께 2018년 3월, 디사이퍼라는 블록체인 학회가 출범했다.

블록체인을 잘 알고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멤버들을 선발하기 위해서 시험도 보았고, 주 2회 모임에 3번 결석이면 제명이라는 빡빡한 규정을 만들었다. 시험 성적으로 거르면 거의 모든 신입 회원들을 내보내야 해서 우선 그러지 않았다. 대신 모든 멤버들이 하나 이상의 프로젝트팀에 속해서 공부하는 것을 넘어 세상에 없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도록 했다.

이를 따르지 않는 멤버들은 나가도 좋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30명이나 되는 많은 멤버들이 나가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는 게 아닌가? 자발적으로 연구 주제도 정하고 미디엄 채널에 교대로 글도 올리면서 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해 보았지만 아직도 무엇이 디사이퍼 멤버들을 자극한 것인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블록체인으로 자기 발전을 하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뿐이다.

나는 그 원인이 불분명한 원동력이 언제 꺼질지 몰라 두려워서 큰 목표를 하나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6~8월 정도에 컨퍼런스를 계획하게 됐다. 지난 8월에 열린 '디사이퍼 컨퍼런스:디-퍼런스(DE-FERENCE 2018)'까지 쉼 없이 달려 어느 정도 연구 성과도 내고 성공적인 컨퍼런스를 주최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디사이퍼 멤버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한 학회 멤버들을 보며 그때 시험으로 거르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식이 아니라 열정, 함께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디사이퍼가 지난 8월 주최한 '디-퍼런스(DE-FERENCE 2018)' 모습. 가장 아랫줄 가운데가 김재윤 회장이다. 사진=김재윤 회장 제공
디사이퍼가 지난 8월 주최한 '디-퍼런스(DE-FERENCE 2018)' 모습. 가장 아랫줄 가운데가 김재윤 회장이다. 사진=김재윤 제공


 

1기 활동을 해본 결과 (본인이 열심히 한다는 가정하에) 한 명의 블록체인 연구자를 키워내는 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처음 블록체인 공부를 하던 때와는 다르게 많은 자료가 있어서 그 시간은 조금 더 단축되리라 생각한다. 5: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새로운 디사이퍼 멤버들과 함께 2기에서는 정말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 뿐만 아니라 해치랩스, 디콘, GXC 등 디사이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좋은 벤처기업들도 있다. 계속해서 연구와 산업을 아우르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건강한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블록체인 연구에 대한 나의 생각


많은 사람들이 연구(research)를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물론 연구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감히 넘볼 수 없는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다. 현실의 문제를 찾고 그것을 해결해서 세상에 기여(contribution)하는 모든 과정을 연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인지 알아보는 조사(survey)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에 대한 공부(study)가 필요하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해결하고자 했던 현실의 문제는 금융 기관 없이 거래 당사자들끼리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트코인을 만들었고, 현재 비트코인은 속도는 느리지만 훌륭한 온라인 지불 수단이 됐다. 느린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 여러가지 해결책들이 제시돼 연구되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계약 이행의 주체를 사람에서 기계로 바꾸어 자동으로 이행되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에 가상 머신(Virtual Machine)과 프로그램 상태(program state) 저장 로직을 도입하여 이더리움을 만들었고, 이더리움은 성공적인 계약 수단이 됐다.

그런데 요즘 블록체인 분야를 잘 들여다보면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블록체인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경우 말이다. 물론 블록체인이 현실의 문제를 푸는 수단이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문제에 매몰되어서 현실의 문제와 멀어지는 것을 경계하지 않으면 연구자들이나 개발자들은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블록체인을 이용하기 위해 현실의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쓸 때도 수없이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찾은 문제가 정말 현실의 문제인지, 혹은 억지로 만들어낸 문제인지, 그래서 이 연구가 정말 쓸모가 있는 것인지 혼자서는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논문이라면 저널이나 학회에 기고한 뒤에 권위 있는 리뷰어들에게 평가를 받음으로써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연구들은 글쎄, 검증해 줄 권위자도 없고 검증받을 생각도 없으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이 정말 쓸모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 스스로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빠르게 구현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는데, 달리는 걸 잠시 멈추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의 블록체인 연구


지난 10월 초, 이탈리아에서 열린 학술 행사 임베디드시스템위크(Embedded Systems Week·ESWEEK) 컨퍼런스에 가서 블록체인 이전에 연구했던 자바스크립트 앱 마이그레이션에 대한 논문 한 편과 블록체인과 관련한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블록체인과 관련한 논문 'Blockchain-based Edge Computing for Deep Neural Network Applications'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해보고자 한다. 위 아이디어는 Hdac 해커톤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논문도 억셉트(accept) 되었기에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블록체인을 연구하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은 어떤 디바이스에서 컴퓨팅 자원이 부족할 때 그 작업을 클라우드 서버에서 대신 실행하도록 하고 그 결과값만을 받아와서 활용하는 개념이다. 시리나 빅스비 같은 음성비서 애플리케이션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사용자와 클라우드 서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상태가 불안정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너무 많은 요청이 발생해서 클라우드 서버가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기차표나 콘서트 예매, 수강신청, 한정판 굿즈 구매 등 많은 요청이 몰렸을 때 서버가 터져서 억울하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다.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 서버가 아니라 사용자와 네트워크적으로 가까운 곳(Edge)에 있는 서버나 기기를 이용해서 작업을 대신 수행(Offloading)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네트워크의 지리적 위치(topology)상에서 가까운 서버를 이용하므로 클라우드 서버보다 더 안정적인 네트워크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조금 더 복잡한 상황을 가정해서 사용자가 움직이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사용자가 움직일 때 네트워크상 엣지 서버들도 함께 바뀌어야 하는데 위치에 따라서 엣지 서버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점(availability problem)이다. 만약에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사업자가 그러한 인프라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확장성 문제(scalability problem)가 발생한다. 구축한 인프라는 감당할 수 있는 용량 이상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용량을 늘리는 것(scale up)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용량을 크게 만들어놓으면 비용이 낭비되고 현실적으로 구축이 불가능하므로 스케일 업/다운이 가능한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나는 인센티브 구조를 도입하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든 원하면 엣지 컴퓨팅의 시스템에 들어와서 엣지 서버로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인센티브를 받아갈 수 있도록 한다면 어디에나 서비스 제공자가 있을 것이며, 요청량이 많아지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컴퓨팅 자원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요청량이 적어지면 기대수익이 작아지므로 그에 따라 엣지 서버의 수가 조정될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면 한 가지 문제가 더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악의적인 엣지 서버 공급자이다. 누가 악의적인 공급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엣지 컴퓨팅 연구에서는 한 번에 여러 엣지 서버에 작업을 요청하고 다수의 결과값을 사용함으로써 위험 확률을 줄였다. 요청하는 엣지 서버의 개수가 늘어나면 더 안전한 결과를 얻겠지만 네트워크 자원을 낭비하고 비용도 늘어나게 될 것이므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기존 엣지 컴퓨팅 연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성능(performance) 개선 측면에서 주로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생활에 적용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악의적인 행동을 방지하고 인센티브 구조를 가지는,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시스템이 하나 있지 않은가! 나는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인센티브 구조와 상호 검증(mutual verification)이라는 두 가지 특징들이 이러한 문제를 풀기에 매우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아이디어를 두 페이지 포스터 논문으로 작성했다. 물론 일반적인 블록체인은 응답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구조를 목적에 맞게 고치는 것이 필요했는데, 구현 및 디자인과 관련한 자세한 대한 내용은 BUIDL 2018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위 논문은 학회에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 베스트 포스터 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현재 이 연구를 발전시켜 풀페이퍼 논문을 작성 중이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ESWEEK 컨퍼런스에서 받은 최고 포스터상. 이미지=김재윤 제공
이탈리아에서 열린 ESWEEK 컨퍼런스에서 김재윤 회장이 받은 최고 포스터상. 이미지=김재윤 제공


 

사토시 나카모토가 그랬던 것처럼


지난 1년 반 정도의 시간은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전에 사업 같은 것도 해 보긴 했지만 평범한 공대 대학원생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내가 우연한 기회에 비트코인을 사면서 블록체인을 알게 됐고, 프로젝트를 만들어 무언가 만들어보려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뜻을 같이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학회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블록체인을 연구하겠다고 밀어붙여서 끝내 교수님을 설득해서 블록체인 논문을 쓰고 있다. 그 와중에 채굴장도 만들어서 운영하다 이더리움이 폭락해서 차단기를 내려놨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역할과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던 그런 시간이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되었는데 나는 1.5년 만에 그간의 연구 성과들을 따라잡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뻔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뜻을 같이하는 좋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곁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도 매우 부족함을 느끼고, 더욱 노력해서 남의 연구 혹은 성과를 조사하고 공부해서 따라잡는 것을 넘어 내년에는 블록체인으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 멋지고 재밌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싶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그랬던 것처럼.

 



#1_김진화 코빗 공동창업자: 사토시 페이퍼 10년, 그리고 '래디컬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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