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블록체인의 난제: 경쟁사를 어떻게 영입하나
머스크·IBM이 만든 해운물류 플랫폼 '트레이드렌즈'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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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Allison
Ian Allison 2018년 11월5일 07:00
서로 경쟁하는 기업이 한 팀이 되어 협력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더구나 경쟁 기업이 소유한 팀에 들어가야 한다면 문제는 매우 복잡해진다.

세계적인 해운회사 머스크(Maersk)와 글로벌 IT 기업 IBM이 공동 개발한 분산원장기술(DLT) 물류 플랫폼 트레이드렌즈(TradeLens)가 바로 이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는 올해 초 트레이드렌즈 프로젝트를 자사에서 분리해 IBM과 합작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하지만 트레이드렌즈 출범 이후 플랫폼에 참여한 해운 회사는 아시아 지역 8개 선사 중 한 곳인, 화물 운송량 기준 세계 17위에 그치는 퍼시픽인터내셔널 라인스(Pacific International Lines, PIL)뿐이다.

사진=Getty Images Bank


 

프로젝트 관계자들도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트레이드렌즈는 더 많은 해운 회사를 회원사로 끌어들여야 한다. 트레이드렌즈는 머스크의 경쟁사들을 플랫폼에 참여시켜 시장의 신뢰를 얻는 이른바 “트러스트 앵커(trust anchors)” 역할을 맡기고 노드를 완전체로 운영해야만 원래 목표한 대로 작동할 수 있다. 게다가 복수의 해운 회사와 화물 운송사를 이용하는 대형 화주들에게는 화물 및 재고 관리를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이상적인 안이었다.

IBM 측 트레이드렌즈 대표 마빈 어들리는 트레이드렌즈로서는 대형 선사 영입이 사활이 걸린 일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둘러 말하지 않겠다. 우리 플랫폼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선사를 더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머스크의 경쟁 선사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플랫폼에 참여하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선박과 컨테이너 기준 각각 세계 3위와 5위인 CMA CGM과 하파크로이드(Hapaq-Lloyd)의 최고 경영자들은 머스크와 IBM이 공동 개발한 블록체인 솔루션은 쓸모없다고 공개적으로 퇴짜를 놓았다. (두 회사 모두 이 기사를 위한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트레이드렌즈는 처음 발표한 합작 투자(joint venture) 대신 공동 협업(joint collaboration)이란 좀 더 중립적인 명칭을 써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결국 머스크와 IBM이 지적 재산에 대한 모든 권리를 나누어 갖는 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어들리는 산업자문위원회(industry advisor board)를 통해서 플랫폼에서 평등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자신도 경쟁 선사들이 우려하는 점에 공감한다고 털어놓았다.
“해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머스크가 트레이드렌즈를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면서도 걱정되는 면이 있다. 이 점이 앞으로 변수가 될 것이다.”

 

누가 키를 잡을 것인가?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해운 전문 자문회사 시인텔리전스 컨설팅(SeaIntelligence Consulting)의 라르스 옌센(Lars Jensen)은 IBM과 머스크가 겪고 있는 문제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했다.

옌센은 트레이드렌즈가 발표되고 3개월 후인 지난 4월 해운 관련 컨퍼런스에서 몇몇 대형 선사에 머스크와 IBM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당시 옌센이 선사들에게서 들은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네, 좋은 솔루션이 될 수도 있겠네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세요. 그런데 우리가 플랫폼에 참여하면 지적 재산권이 누구 소유가 되는 거죠?”

머스크와 IBM이 지적 재산권을 소유한다는 대답에 머스크의 경쟁 선사들은 트레이드렌즈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칼에 말을 잘랐다고 한다.

트레이드렌즈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IBM은 2년 전 소매업의 강자 월마트와 공동으로 푸드트러스트(Food Trust)를 출시하는 등 산업용 블록체인에서 괄목할 진전을 이룬 경험이 있다. 또한, IBM과 머스크는 해운 공급망 부문에서 항만, 세관, 화주, 화물 운송회사, 물류회사 등 트레이드렌즈 회원사 수를 많이 늘려왔다. 최근에는 몬트리올 항만청(the Port of Montreal)과 캐나다 국경관리국(Canada Border and Services Agency)이 플랫폼에 합류했다.

머스크 측 트레이드렌즈 대표 마이클 화이트는 회원사 참여 현황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해운 산업에 관한 거의 모든 기업과 접촉해왔다. 이런 생산적인 대화가 결실을 보아서 1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트레이드렌즈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거나 솔루션을 시험하고 있다.”

머스크가 왜 20년 전 자사를 포함한 해운 회사들이 균등한 지분을 가진 중립적인 회사를 설립해서 출범시킨 컨테이너 예약 디지털 플랫폼 인트라(INTTRA)와 연계해 블록체인을 구축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인트라는 60여 개 선사가 소프트웨어 서비스(software-as-a-service) 방식으로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기반은 아니다. 이 회사의 회장 겸 최고운영책임자 인나 쿠즈네트소바는 해운 산업이 마진이 작고 업계에 IT 지원 인력이 부족하므로 실용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블록체인이 해운 산업에서 성공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해운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보면 큰 이익’이라는 식의 비전에 대체로 시큰둥하다. IT 프로젝트를 검토할 때 투자 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6개월에서 1년 안에 비용을 실제로 절감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호한다.”

머스크의 화이트는 IBM과의 공동 작업이 “솔루션과 기술 측면에서 인트라와는 접근 방법, 초점이 모두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인트라와도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립을 지키다


트레이드렌즈가 넘어야 할 벽은 또 있다. 바로 경쟁 블록체인의 등장이다.

액센추어(Accenture)는 맥주 회사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와 유럽의 한 세관을 대상으로 한 블록체인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싱가포르에 근거지를 둔 APL(American President Lines, 화물 운송량 기준 12위)과 화물 운송회사 퀴네앤드나겔(Kuehne + Nagel)을 영입했다.

액센추어 화물 및 물류 서비스 책임자인 아드리아나 다이너베이노트는 화주, 화물 운송회사, 선사, 세관 등 각 부문의 이해관계자들과 개념증명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쟁 회사가 참여하며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모든 회원사가 처음부터 인정하고 시작해야만 산업용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다.”

다이너베이노트는 누가 이 소규모 컨소시엄에서 지적 재산권을 소유하는지 자신은 공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액센추어는 수주 내에 지배 구조와 관련된 절차 및 추가된 회원 선사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 퀴네앤드나겔의 대변인도 액센추어의 주장을 확인했다.

“우리 컨소시엄은 플랫폼의 소유 권한을 창립 회원사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추가로 가입하는 파트너들도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질 것이다.”

모든 사항을 고려할 때 대규모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일은 전례도 없고, 여러모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IBM은 다른 접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IBM의 블록체인 기술 담당 부사장 제리 쿠오모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소수의 트러스트 앵커와 중앙화한 소규모 네트워크로 시작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대규모 컨소시엄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탈중앙화한 방법이다.

“어느 방법이 더 나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작게, 중앙화한 방법으로 시작하면 나중에 큰 규모의 트러스트 앵커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에 탈중앙화한 방법을 사용하면 경쟁 회사와 그들의 변호인과 씨름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어느 쪽이든 쉬운 길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관건은 트레이드렌즈가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다른 회원사들과 지적 재산권을 균등하게 배분할지 여부이다.

IBM의 어들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단할 수 없다면서 일단 혁신에 필요한 걸음을 내딛자는 동료 쿠오모의 주장에 동조했다.
“산업 컨소시엄이라는 모델에 매달려 몇 년을 허비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일단 일을 시작하고 추진해나갈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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