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시, 비탈릭, 그리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자세
[비트코인 백서 10주년 릴레이 기고_#7]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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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준선
어준선 2018년 10월31일 14:05
10월31일 오늘,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가 세상에 나온지 꼭 10년이 됐습니다. 9페이지 짜리 짧은 논문이 지난 10년 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비트코인 백서 공개 10주년을 기념해 한국 블록체인계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글을 모아 연재합니다. 일곱 번째 글은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가 보내온 글입니다. 어 대표가 지난 2013 공동창업한 코인플러그는 한국 최초의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가운데 한 곳으로, 최근 유럽특허청 발표에서 IBM을 제치고 전세계 블록체인 특허 출원 1위를 차지했습니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사진=코인플러그 제공


 

사토시 논문이 세상에 공개된 지 벌써 10년이 지나 옛 추억처럼 다가오는 시절이 되었다. 이제는 암호화폐, 블록체인이라는 분산 신뢰 네트워크의 출현이 사회변화의 출발점이 되길 희망하며 적어본다.

 

사토시 논문,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출현


새롭다는 것은 이전의 것들과 다르다는 것을 뜻하고 그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 즉 각계 전문가들이 합의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기준’이 필요하다. 나아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직접 부닥치길 두려워 않는 ‘열린 대중’ 또한 필수적이다.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문명을 우리 시스템에 맞춰 소화해 내는 전문가와 대중의 일종의 ‘합의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사진=코인플러그 제공


 

비트코인이 한국에 본격 전파된 시점은 2012년 하반기부터다. 조금은 뒤늦은 2013년 초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뉴스가 국내에 전파되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본 필자는 희망보다는 오히려 실망을 발견할 때가 더 많았음을 고백한다. 새로운 문물 혹은 문명에 대한 기분 좋은 설렘과 호기심보다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빠진 나머지 무작정 거부감을 내비치는 이들을 너무 많이 접해야 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의 비과학적 접근 방식이나 상당히 사대(事大)주의적인 태도는 블록체인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많은 이들을 괴롭히고 때론 좌절시키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암호화폐의 미래를 논할 수 있는 합의된 기준조차 세울 수가 없는 시기가 국내에선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일부 전문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도되었던 진부한 기술”이라며 암호화폐의 미래를 애써 폄하했으며, 상당수 국내 유명인사와 언론들 역시 ‘사이버스페이스는 본질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단정하거나, “아나키즘적인 일탈 행위, 도박, 다단계”로까지 보는 시각도 많았다. 한마디로 비트코인은 국내에서 환영받지 못했고 시나브로 대중들의 뇌리에는 비트코인이 ‘한 때의 유행’이나 ‘실패한 도박’ 정도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는 사이 우리를 제외한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적 시도와 합종연횡을 숨 가쁘게 펼쳐 왔다. 단 하루만 눈을 감으면 암호화폐(Crypto-currency)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짐작조차 어렵게 됐다.

 

분산 신뢰 네트워크의 본질에 가까이


이제껏 분산 네트워크를 활용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경제활동을 누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많은 꿈과 계획들이 있었다. 하지만 쉽사리 이룰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때론 보안이 걸림돌이 됐고, 신뢰할 수 없는 조직이 여러 꿈을 가로막았다. 아예 불가능에 가까운 모험이라고 포기하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비트코인 역시 수많은 계획들의 좌절 속에서 꽃피운 최신의 도전 가운데 하나다. 이제 비트코인은 현실 사회의 하나의 ‘제도’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비트코인은 널리 알려진 대로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 장치 없이 P2P 기반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며, 합의 알고리듬을 사용하는 암호 화폐다. 누군가는 완전히 분산된 지불시스템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주기도 했다. 분산 네트워크의 시작과 더불어 제안된 암호화된 통화를 사실상 현실에서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 내는 데 성공한 최초의 도전인 셈이다.

흔히들 비트코인의 ‘화폐’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라는 ‘분산화(decentralized)된 신뢰 환경’이다. 이제까지 모든 시스템들은 ‘중앙 서버’라는 것이 존재해야 했다. 은행이든 신용카드든 혹은 온라인 쇼핑몰이든 무언가 유무형의 교환(혹은 거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거래 당사자들을 대신해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는 신뢰할 만한 인증기관이 필요했고, 은연중에 이 중심 기관에 의지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근간을 유지해 주는 정부이며, 사실상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좌지우지 해왔던 은행 또는 다국적 기업들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단순히 교환을 위한 ‘거래 인증’에 사용되는 것을 넘어 사이버스페이스의 신뢰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른바 거대한 ‘권력의 이동’이며 네트워크의 본질에 접근하는 인류의 진화인 셈이다.

 

새로운 디지털 문명으로의 진화를 위하여,


국내에서 벌어지는 암호화폐,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서 우리에게는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갈 만한 두 가지, 즉 전문가들의 합의된 기준과 대중의 건강한 호기심 부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여러 암호화폐의 성공 여부도 전문가들의 탁상공론보다는 블록체인 기업과 사용자들이 만들어 내는 새롭고 쉬운 서비스의 확산에 달렸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겠다.

최근 각국 정부, 중앙은행, 글로벌 기업들의 코멘트는 블록체인이라는 기반 기술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으며, 기술혁신의 핵심으로 평가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냉정히 보면, 여전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블록체인 기술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다양하게 발전 분화하고 있다. 현 질서와 새 질서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힘겨루기는 역사적으로도 단기간에 끝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가 꿈꾸는 정치와 경제는 구시대의 독점과 통제가 아닌 오히려 고도의 윤리와 한층 진보한 방식의 개방성, 민주적인 합의절차, 공공의 이익을 통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암호화폐, 블록체인도 이같은 역사를 쌓아가야 하고 충분히 참여자들의 노력에 의해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보다 많은 대중들이 수학적 논리와 열정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신뢰방식인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확산시키는 모험에 나서야 한다.

이미지=메타디움 제공


 

요즘 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신원이란 내가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데이터의 집합이다. 현재 개개인의 정보는 온라인, 오프라인에 존재하며, 정부나 기업들에 의해 관리, 보관, 사용되고 있으며, 개인은 주체가 아니라 단순한 객체로 취급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 개개인이 당당히 주체로서 주권 회복하고 자주 독립하여야 한다. 이러한 아이덴티티 주권회복 프로젝트인 메타디움이 블록체인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제 그저 허공의 외침이 아닌 실질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작은 발자국으로 남을 수 있는 코인플러그“메타디움(metadium)”과 함께 새로운 10년의 여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1_김진화 코빗 공동창업자: 사토시 페이퍼 10년, 그리고 ‘래디컬 마켓’

#2_김재윤 디사이퍼 회장: 당신의 블록체인은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3_정우현 아톰릭스컨설팅 대표: 이처럼 이과적 소양과 문과적 감성 모두 요구하는 게 또 있을까

#4_문영훈 논스 대표: 미래의 혁명가들이여, 논스로 오라!

#5_김종승 SKT 블록체인사업개발Unit Token X Hub TF장: 화폐 르네상스, 새로운 문명을 말하다 

#6_이송이 37coins 창업자: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세계평화'의 꿈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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