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나은 형태의 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비트코인 백서 10주년 릴레이 기고_#16] 마이크 벨시 비트고 공동창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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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 2018년 11월14일 07:10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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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백서 10주년 릴레이 기고, 이제 해외 필자로 이어갑니다. 미국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백서 출시 10주년을 맞아 “비트코인 10년: 사토시 백서(Bitcoin at 10: The Satoshi White Paper)” 라는 제목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을 전망하는 다양한 인사들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 가운데 흥미로운 글을 엄선해 번역, 소개합니다. 이번 글을 쓴 마이크 벨시(Mike Belshe)는 비트고(BitGo)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비트코인의 백서가 공개된 이래 지난 10년간 우리가 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크게 변했다.

중앙 권력의 개입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디지털 화폐의 도입과 함께 우리는 여태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화폐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 경제의 가능성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암호화폐를 내가 직접 소유한 은행처럼 이용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됐다. 비트코인 백서는 상상할 수도 없이 자유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주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어마어마한 변화가 불과 10년 만에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사실, 비트코인 백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회의적이었다. 이른바 이중지불 같은 문제는 그전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았었다. 채굴자, 노드, 블록 보상, 작업 증명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를 다 풀어내고 제대로 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일은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두 번째로 백서를 읽었을 때는 처음에는 안 보이던 몇몇 부분이 눈에 들어오며 흥미가 생겼다. 복잡한 네트워크가 세계적인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금씩 보였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읽었을 때 비트코인이야말로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비트코인 덕분에 돈을 다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 사람은 “돈은 무엇인가?” 아니면 “무엇이 가치 있는 돈을 만드는가?” 하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학교에서 화폐 시스템이 일종의 기초적인 물물교환에서부터 발달해온 것으로 배우지만 왜, 어떻게, 디지털 형태의 돈이 더 나을 수 있는지는 배우지 않는다. 나도 비트코인에 대해 읽고 난 이후에야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고민했고, 우리는 더 나은 형태의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2. 의미있는 첫 번째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 백서는 내 자산을 자율적으로 제어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비트코인 덕분에 내 돈이 말 그대로 진짜 내 돈이 된 것이다.

3. 디지털 데이터에 시간을 입히다

이중지불 문제에 대한 비트코인의 해결책은 비트코인 네트워크뿐 아니라 더 많은 분야에 길을 제시했다. 데이터를 당사자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냄으로써 디지털 세상에서 대두된 관련 문제를 풀어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공개된 분산원장에 거래 시각을 기록하고, 위조와 변조가 불가능한 기록을 언제나 확인하고 대조할 수 있으므로 돈이 복제되지 않는다. 거래 시각을 기록하는 기능은 다른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에서 신뢰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었다.

4. 월등한 열쇠와 자물쇠

암호 기술을 토대로 만든 열쇠와 자물쇠는 디지털 자산을 보호하는 제일 나은 방법이다.

소위 프라이빗키로 불리는 256비트의 무작위 숫자들은 그 어떤 실물 열쇠보다도 성능이 월등하다. 사실 이런 열쇠는 더 강한 열쇠나 자물쇠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보안 기능이 뛰어나다. 문제는 어떻게 사용자들이 쉽고 안전하게 이 열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속 장치를 제공하느냐다.

잘 고안된 접속 장치는 전자화폐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 비트고가 도입한 다중서명 열쇠의 목적도 결국 마찬가지다. 다중서명 열쇠는 여러 명의 사용자가 열쇠를 나눠 가지게 되어있으며, 적어도 2개 이상의 열쇠를 써야지만 거래할 수 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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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개키 시스템(PKI) 2.0

비트코인은 사용자 신분을 확인하고 시스템 보안에 공개키를 사용하는 시스템(PKI, Public Key Infrastructure)을 처음으로 대중적으로 널리 이용한 사례다. 공개키 시스템은 1970년대부터 개발됐지만, 비트코인 이전에는 인터넷 접속 보안 프로토콜(HTTPS) 정도를 제외하면 쓰임새가 많지 않았다.

6. 제삼자가 필요하지 않다

거래를 비롯해 신뢰를 보증하는 데 제삼자를 끌어들인 시스템은 숱한 실패를 겪었다. 사토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고, 합의 프로토콜을 개발해 문제 많고 값도 비싼 제삼자 디지털 화폐 시스템을 폐지했다. 신뢰를 보증하기 위해 거래에 개입하는 중개인은 거래의 성사를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가 신용카드다. 신용카드 회사가 부과하는 거래 수수료는 결국, 거래상대방 위험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런 중간 조직을 통째로 삭제해버렸다. 불필요한 위험은 줄어들었고, 신뢰는 제삼자의 개입 없이 시스템상에서 자동으로 보증된다.

7. 사람이 만든 인플레이션 제거

인플레이션은 주로 돈을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낼 때 생긴다. 비트코인은 미리 총발행량을 정해두고 화폐를 찍어내는 중앙기관 대신, 메트로놈과 같은 컴퓨터 시스템이 채굴을 검증하고 확인해 정해진 만큼만 생겨난다. 통화 공급량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일이 없으므로 화폐 가치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기존 경제 체제를 파괴하고 근간을 흔들어 왔지만, 이를 컴퓨터가 엄격하게 정해놓은 규칙을 실행해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8. 세계 경제를 위한 화폐

암호화폐는 새로운 유형의 상업을 도입하는 마중물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껏 아무런 제약 없이 국경을 초월해 쓰이는 화폐를 써본 적이 없다.

비트코인은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나라를 모두 연결하며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제안했다. 비트고만 해도 50개국 넘는 나라의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다양한 결제가 비트코인으로 이뤄진다.

9. 개인에게 힘을

비트코인 덕분에 돈을 선택하는 권한이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았다. 어디서든 안전하고 편리하게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화폐를 사용하는 과정이 민주화됐다. 비트코인은 현재 은행 시스템의 잘못된 점을 강조하면서 더 나은 화폐 시스템을 제시했다. 국제 거래나 신원 확인 문제, 혹은 화폐가 대체될 수 있는 문제 등이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10. 원칙대로 움직이는 컴퓨터들

백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와 시스템이 우리 자신의 거듭되는 실수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사람은 실수를 거듭하지만, 이를 잘 대비하지는 못한다. 원칙을 따르는 능력은 사람보다 컴퓨터가 월등히 낫다. 공개된 규칙과 원칙을 따르는 컴퓨터가 운영하는 시스템은 사람의 실수와 오류로부터 자유로운 경제 체제를 만든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화폐는 그만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야 했다. 비트고의 보관 서비스가 등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처음에 나는 내 친구의 비트코인을 내 거실 소파 아래 넣어둔, 인터넷에 거의 접속하지 않는 노트북에 보관했다. 친구가 맡긴 비트코인이 늘어날수록 이보다 더 안전하고 정교한 보관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트고의 다중서명 프로토콜 개발은 바로 그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내가 비트코인 백서를 처음 읽던 2012년만 해도 내가 수백만 달러 가치를 지닌 비트코인을 노트북에 보관하게 되고 그 때문에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처럼 비트코인 백서 이후 지난 10년간 세상은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변화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1_김진화 코빗 공동창업자: 사토시 페이퍼 10년, 그리고 ‘래디컬 마켓’

#2_김재윤 디사이퍼 회장: 당신의 블록체인은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3_정우현 아톰릭스컨설팅 대표: 이처럼 이과적 소양과 문과적 감성 모두 요구하는 게 또 있을까

#4_문영훈 논스 대표: 미래의 혁명가들이여, 논스로 오라!

#5_김종승 SKT 블록체인사업개발Unit Token X Hub TF장: 화폐 르네상스, 새로운 문명을 말하다 

#6_이송이 37coins 창업자: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세계평화’의 꿈은 현재진행형

#7_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사토시, 비탈릭, 그리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자세

#8_이준행 고팍스 대표: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투명한 자본조달 구조 바꿔보자

#9_김휘상 해시드 CIO: 블록체인이 우리의 노동과 데이터 주권을 뒤바꿀 것이다

#10_찰리 슈렘 비트인스턴트 창업자: 베네수엘라, 터키 경제위기를 ‘남의 일’로 여기는 당신께

#11_아담 크렐렌스타인 심비온트 공동창업자: 사토시의 비전은 암호화폐보다 분산원장 기술에 녹아있다

#12_브루스 펜턴 애틀란틱 파이낸셜 CEO: 비트코인 백서는 헌법이다

#13_데이비드 슈와르츠 리플 CTO: 포드자동차 모델T 110주년, 비트코인 백서 10주년

#14_샘슨 모우 블록스트림 CSO: 비트코인 백서는 ‘성경’이 아니다

#15_리처드 젠달 브라운 R3 CTO: ‘비트코인 미신’ 벗어나려면 백서 속 이 문장을 보라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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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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