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크라우드펀딩이 성폭력 피해자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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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gh Cuen
Leigh Cuen 2018년 11월23일 16:14
Fists hands up vector illustration. Concept of unity, revolution, fight, cooperation. Flat outline design.


암호화폐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또 하나 새로 늘어났다. 바로 성폭력 피해 여성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이들의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성폭력 후유증으로 몇 달간 일할 수 없게 된 한 여성이 암호화폐 기반 결제 소프트웨어 시즈(Seeds)를 통해 500달러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지원받았다. 이 여성이 만약 킥스타터(Kickstarter)나 고펀드미(GoFundMe) 같은 전통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이용했다면, 정부가 발행하는 신분증과 은행 계좌를 인증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 여성의 기록은 사이트 관계자에게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여성은 시즈의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이용해 시즈 플랫폼 CEO 레이첼 쿡(Rachel Cook)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 기금을 모을 수 있었다. 더구나 피해자는 암호화폐 사용 경험도 전혀 없었다.

레이첼 쿡은 피해 여성에게 개당 300원 남짓한 시즈 토큰을 나누어 줬고, 피해 여성은 받은 토큰으로 명상 전문 앱 아우라(Aura) 등 시즈 툴을 사용하는 30개 앱에 “도움을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앱 사용자들은 알림창에 뜨는 내용을 확인하고 신용카드로 피해 여성에게 기부할 수 있었다.

보통은 이렇게 결제된 금액 가운데 10%를 시즈가 수수료로 떼가고, 나머지 금액이 앱 개발자와 펀딩을 요청한 지원자에게 분배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 한해 쿡은 토큰을 나누어준 뒤 관련 수수료를 모두 면제하도록 했다. 그 결과 단 3주 만에 목표한 금액 500달러가 모였다. 이는 작년 10월 시즈 토큰이 출시된 이후 가장 단기간의 성과라고 쿡은 밝혔다.

쿡은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우연히 이 여성을 만나 이른바 ‘미투 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물질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 미투 운동이 퍼지고 진화하는 것을 보면서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피해자들이 좀 더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성폭력 피해자인 쿡은 소송비나 치료비 마련에 도움이 필요한 피해 여성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한 크라우드펀딩 절차를 좀 더 쉽게,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즈 플랫폼을 이용하면 자신의 신원이 드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음 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암호화폐의 안전성


시즈의 크라우드펀딩 사례는 암호화폐 시스템의 지원으로 여성이 개인적인 상처를 극복한 지극히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몇 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한 여성 피해자는 자신이 일하던 회사에서 비트코인으로 임금을 받아 이혼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회사를 운영하는 여성 CEO 로야 마붑은 어려운 처지의 여성 직원들을 지원하는 데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북미 지역에서 성인방송 모델로 활동하는 한 여성이 자신은 정신적으로 병을 얻을 만큼 불행한 지금의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암호화폐를 열심히 모으는 중이라고 코인데스크에 털어놓기도 했다. 프라이빗 키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으므로 입출금 명세서나 각종 통지서 등 외적인 증거가 불시에 날아오는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고 그녀는 말했다.

“암호화폐는 내 약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완벽한 수단이다. 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나 같은 성매매 여성들이 이 사실을 빨리 깨닫고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직접 블록체인 개발자로 나선 한 미국 여성의 사례도 있다.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던 그녀는 자금 관리용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지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제적인 안정은 내가 폭력을 일삼는 남편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되었다. 그러나 사각지대에 놓인 학대 피해자 대부분에게 이처럼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통로가 너무나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앞의 성인방송 모델처럼 이름과 신원을 가려달라고 부탁한 이 여성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 대부분은 경제적인 학대를 동시에 당하고 있다며 가해 남편이 피해자의 경제적 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을 당하면서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훈을 통해 개선되는 서비스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마련했던 성인방송 모델이나 블록체인 개발자와 달리 시즈 플랫폼을 통해 기금을 마련한 피해 여성은 이후 시즈 웹사이트를 통해 해당 토큰을 신용화폐로 교환했다. 해당 여성이 바꾼 돈을 페이팔로 받았기 때문에 확인 과정에서 일부 개인정보는 제공해야 했지만, 시즈 캠페인과 관련된 정보는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체의 개인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암호화폐를 신용화폐로 교환하고 싶다면 쿡에게 별도로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해당 여성은 전했다.

또 앞으로는 검증된 아이디를 사용하지 않고도 에어스왑(AirSwap)이나 제로엑스(0x) 같은 분산형 거래 플랫폼을 통해서 시즈 토큰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거래의 투명성 덕분에 피해 여성들은 토큰을 살 때 암호화폐 구매 경험이 많은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블록체인의 특성상 도움을 주는 이들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쿡은 이렇게 언급했다.
“우리는 자신이 암호화폐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즈가 지금까지 다양한 이유로 도움을 요청한 이들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건 총 12차례. 모은 금액의 규모는 작게는 100달러에서 많게는 1,200달러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를 도운 사례는 한 건밖에 없었다.

이에 쿡은 암호화폐를 이용하고 싶지만, 장기적인 관리나 가격 변동성 때문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시즈 플랫폼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시즈 플랫폼을 이용하면 일반적인 비트코인 거래소나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알리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기존의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중앙 집중식의 강력한 구조를 넘어서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바로 이러한 시스템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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