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수 변호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이 적합"
[암호화폐 거래소 토론회]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발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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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18년 12월11일 18:44
지난 10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선동 의원(자유한국당), 유의동 의원(바른미래당)이 공동 주최하고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주관한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디자인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해 거래소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독자 여러분과도 이어 나가기 위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발언 내용 전체와 발표 자료를 공개합니다. 아래는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의 발언 내용을 다듬은 글입니다.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진=코인데스크코리아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진=코인데스크코리아


 

블록체인을 둘러싼 (국내) 규제 상황을 내가 파악하는 대로 세 가지 범주로 나눠 이야기 하겠다. 우선 이 산업 자체에 대한 (규제 당국의) 부정적 시각이 워낙 강해, 우리는 '파괴적 혁신 기술'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을 제도권으로 갖고 들어오길 상당히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제가 느끼기엔 약간 알레르기적 반응이다. 이러한 부정적 시각의 결과로 나온 게 지금의 예측하기 어려운, 그리고 간접적이고 비공식적인 규제다.

또 다른 하나는 정책적 측면이다. 사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함의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분리해, 프라이빗 블록체인만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나온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굳이 블록체인 기술로 안 가도 되는 걸 블록체인으로 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분산 구조 시스템이다. 그런데 정책 부문은 중앙 집중적 패러다임 안에서 움직여,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다음은 사회적 합의 측면이다. 블록체인의 기본적 성격부터가 그렇지만, 이런 (신기술) 이슈에 대한 논의가 곳곳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이 논의가 위로 올라가면서 관련 정보가 정리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수용되지 않고 있다. 결국 (관련 행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보 제공이 잘 안 되고 있다. 그 결과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전문적 논의 또한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다룰 단일 법령을 만드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블록체인 기술의 의미부터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게다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분리한다는 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암호화폐는 단순히 인센티브를 어떻게 줄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걸 넘어 블록체인에서 이루고자 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필수 구성 요소다. 그래서 둘을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

토큰이라는 건 사실 옛날부터 있었다. 그런데 블록체인 상의 토큰은 결국 데이터다. 이 점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위 '경계'가 사라지면서 무한한 상상력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토큰이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바로 여기서 혁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토큰을 어느 하나의 성격으로, 예를 들면 화폐냐 자산이냐, 또 유틸리티 (토큰)이냐 구분해 (정책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결국 하나의 법제 안에 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블록체인 기술은 현재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걸 진흥법이든 규제법이든 섣불리 하나의 틀에 담아두기는 어렵다.

그렇다 보니 요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 규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간단히 말하면 지금도 네거티브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규제나 법을 만들지 않은 상태로 놔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사후 규제를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많은 법률을 다루고 다양한 산업 관련 일을 했지만, 지금처럼 규제를 받아야 할 당사자들이 스스로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처절하게 외치고 있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이렇게 규제를 해 달라고 해서 막상 (규제가 만들어진다면,) 막상 지금까지 봐 왔던  포괄적 규제로 인해 이 산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가가 핵심이다. 사실 네거티브 규제의 기본 방향은 두 가지여야 한다. 우선 법적 예측 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 다음에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네거티브 규제의 핵심이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건, 입법 및 규제 체제 확립을 위한 정보와 경험을 축적하는 일이다. 관련 정보 및 경험을 수집하려는 노력이 이뤄진 뒤에 전문적인 논의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

앞서 이야기 한 상향식 시스템에 의한 자율적 규제의 범위 내에서, 기존 법리에 의한 사후 규제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관련 법제가 나오기 전에 (적용할 수 있는) 비법적 규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갖춰져야 지금까지의 포지티브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네거티브 규제로 해결하자는 주장이 성립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정책 방향이 불분명하다. ICO(암호화폐 공개)만 보더라도, 정부가 이를 금지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매번 말이 다르고, 사람들마다 인식하는 바도 다르다. 또 규제 방향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렇게 돼 버리면 앞서 말한 네거티브 규제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하나도 생성되지 않는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아예 없는 불투명한 상태에서 자꾸 간접적이고 비공식적인 규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위험성은 계속 존재하고, 불필요한 사건, 불필요한 피해, 불필요한 논쟁이 소모적으로 일어난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자율규제안을 만들었다. 그러면 규제 당국이 이 자율규제안을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일지 논의가 이어서 이뤄져야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이게 현 상황이다. 결국 지금 상황은 사실상 네거티브 규제를 하고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단지 간접적이고 비공식적인 규제 아래 제도적 장치는 없이 (관련 산업이) 방치된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게 오히려 정확할 것 같다.

가상통화와 관련해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앞서 다른 토론자들이 말한 대로, 자금세탁 방지 의무가 현재는 은행에게 주어져 있다. 그럼 은행 입장에선 자신이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데 그러기 어려우니, 거래소에 최대한 협조를 안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인지상정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정부의 정확한 방침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위험을 떠안을 수는 없으니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협조를 안 하게 된다. 지난 10월 FATF(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거래소에도 부과하는 쪽으로 국제 기준 개정안이 올라왔다. 그런데 개정이 이뤄진다고 해서 과연 은행이 의무 부담과 관련해 지금보다 전향적으로 나갈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관련 업무를 맡아 진행하며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다. 외국환 거래 관련 사건 (자문 및 변론을) 몇 번 해 보면, 우리나라의 외국환 거래 규제가 상당히 세세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든 행위가 규제 체제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그 전제는 법률에 따라 신고를 하면 외국환 거래가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가) 관련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겠다는 차원에서 규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기업명 등에)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은행들이 외국환 거래 신고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 게 지금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법에 따른 외국환 거래 신고를) 하고자 하는 쪽에서도 명확한 방침이나 법이 없어서, 신고를 하면 받아줘서 진행해야 할 절차마저 중단하게 된다. 이는 우리 법률가 입장에선 상당히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조금 세게 말하자면, 제3자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답답하다.

그럼 이런 상황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무분별한 거래소 난립으로 여러 피해가 발생한다. 또 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 상장 기준, 내부자거래 제한, 시세조작 제한 등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해킹 등 보안 관련 문제도 계속 제기된다.

사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일반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달리, 중앙 데이터 베이스에 정보를 관리한다. 일반 정보 서비스가 가진 해킹 위험을 똑같이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피해는 금융 기관의 피해만큼 클 수도 있어서 해킹에 대한 대비를 상당히 갖춰야 한다. 그런데 업체마다 차등이 매우 큰 상태다. 관련해서 실태조사한 결과를 들어보면 업체마다 차이가 커서 준수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이런 현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산업의 성장 가능성 저해다. 블록체인이나 핀테크 분야 일을 많이 하면서 저에게 의뢰를 찾아오는 기업들도 보고 또 IT 개발자 커뮤니티 및 스타트업들과 교류를 많이 해 분위기를 잘 아는데, 요즘같이 똑똑한 친구들이 의욕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하려고 덤벼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 친구들이 와서 하는 말이 '우리는 적법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이라는 말을 쓰면 그 자체만으로 규제 당국에서 색안경을 쓰고 보며 여러 제약을 가하니까 마치 나쁜 짓을 하는 사람처럼 돼 블록체인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피하는 모습을 본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암호화폐가 토큰 경제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어서 시간이 좀 걸린다. 증권형 토큰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나오듯, 사실 금융 쪽에서 블록체인이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새로운 금융 상품, 금융 플랫폼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에 관해 우리의 관련 산업,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고 하는 금융 산업 등의 전문 인력을 육성할 좋은 기회라고 본다. 그런데도 정보도 축적되지 않고 전문적인 논의도 나오지 않고 (블록체인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계속 움츠러드니 한 단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어찌 보면 아까 말한 부작용보다 더 큰 피해다. 거래소도 지금 중국 쪽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중국 쪽 거래소 하는 사람들은 자금부터 댑(DApp)을 대는 것까지 다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 거기(중국)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면 우리의 현 상황에서 잠재력 있는 일을 실현할 기회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게 가장 큰 피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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