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혁명의 상상력, 이젠 피를 부를 필요가 없다
[열블나는 책과 사람_#6(상)] <<블록체인 거번먼트>>의 전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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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태
고경태 2018년 12월19일 14:38


서울 종로2가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의 지은이 전명산 이사. 지난해 5월 낸 한글본과 함께 올해 직접 번역해 아마존을 통해 자가출판한 영문판을 함께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고경태
서울 종로2가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블록체인 거번먼트>>의 지은이 전명산 이사. 지난해 5월 낸 한글본과 올해 직접 번역해 아마존을 통해 자가출판한 영문판을 함께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고경태


 

무심코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회사 서가에 꽂힌 블록체인 책들을 ‘무심코’ 들여다보던 중이었다. 한 권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블록체인 거버넌스>>. 꽤 학술적이겠다는 짐작을 하며 꺼내들었다. 쭉 훑어보다가 다시 제목을 보니 ‘거버넌스’가 아니었다. ‘거번먼트’였다. <<블록체인 거번먼트>>. 뭔가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었다. ‘무심코’ 읽기 시작했다. 아마도 ‘어떻게 어렵게 썼을까’ 확인하려는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 같다. 의외로 페이지가 잘 넘어갔다. 한 시간만에 다 읽었다.

역설적이었다.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앞 부분의 이런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번째는 블록, 두번째는 체인, 세번째는 똑같은 복사본, 네번째는 블록체인 위에 올라가는 프로그램. 앞의 두개는 블록체인을 그대로 따온 것이니 뒤의 두 개만 추가로 기억하면 될 것이다.”(35쪽)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독특한 설명이었다. 장을 거듭하면서 지은이만의 언어와 정리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열블나는 책과 사람’의 여섯 번째 주인공으로 <<블록체인 거번먼트>>(알마, 2017년 5월 출간)의 지은이 전명산(47) 블록체인OS 이사를 모셨다. 블록체인OS(대표 최예준)는 책이 나오던 시점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ICO(암호화폐공개)를 진행한 블록체인 기업이다.

그 탄생물인 보스코인(BOScoin)은 국내 최초의 암호화폐인 셈이다. 보스코인은 2018년 12월16일 현재 코인마켓캡 기준 전체 2073개의 암호화폐 중 시가총액 123위다. 보스코인은 이 인터뷰 이틀 후인 11월2일 백서 2.0을 발표했고, 11월27일엔 메인넷 ‘세박’(SEBAK)을 공개했다. 하편에서 밝히겠지만, 여기엔 좋은 뉴스와 궂은 뉴스가 섞여 있다.

이 책의 핵심 낱말은 제목 그대로다. 블록체인과 정부. 지은이는 블록체인에 관해 “자산 관리, 공공기록물 관리, 공공서비스, 정책 투표, 거버넌스 문제 해결 등 정부 행정과 관련된 여러가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최적의 기술”(33쪽)이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관료제’를 블록체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책 1장에서는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이 블록체인을 공공 부문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살펴본다. 블록체인이 왜 사회적 기술인지(2장), 코드가 왜 법인지(3장), 관료제란 무엇인지(4장)를 파고들고 5장과 6장에서는 블록체인과 국가의 접점을 찾는다.

지은이 전명산은 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흔치 않은 ‘사회과학자 출신’이다. 일찍부터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학부와 대학원 때는 학생운동에 참여하거나 사회과학이론을 공부했다. <딴지일보>에 글을 썼고, 다큐멘터리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를 제작하기도 했다. 2012년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을 통해 우리 사회가 현재 어디에 놓여있고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준 책 <<국가에서 마을로>>(갈무리)를 펴냈다.

지난 10월31일 오후, 서울 종로2가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마침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 발표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이를 기념해 <<블록체인 거번먼트>>의 영문판 PDF 파일을 무료로 배포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자연스레 영문판 이야기부터 꺼냈다.

 

# "아, 국가란 신뢰유지의 도구였구나"


올해 6월에 영문판도 내셨던데, 출판사는 어디인가요?
“제가 그냥 냈어요. (인터넷 서점)아마존에 자가출판 플랫폼이 있거든요. 사실은 해외 유명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찌어찌하여 계약이 안되었어요. 그래서 그냥 제가 냈죠.”

아니 어떻게.
“온 디맨드 방식이에요. 아마존에 책을 사겠다고 주문하면 그 사람한테만 종이로 찍어서 보내주는 거죠. 저자인 제가 사는 건 권당 4,000원. 배송료 합하면 8,000원 정도.(아마존 일반 판매 가격은 19.99달러)”

번역을 직접 하셨던데.
“제가 영어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꾸고, 잉글리시 에디터가 문장을 만들었어요. 한국적인 콘텍스트가 너무 강한 건 뺐죠. 해외 정부 사례는 훨씬 업데이트했고요.”

예전에 쓰신 책도 조직 또는 공동체의 커뮤니케이션을 혁신하고 사회를 어떻게 바꿀 지에 대한 이슈가 중심이었던 것 같아요. 블록체인을 알게 되면서 엄청난 촉매제가 됐겠네요.
“블록체인으로 뭔가 진짜 괜찮은 작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죠.”

블록체인 접하셨을 때 무슨 일 하고 계셨죠?
“2015년이었어요. 한 온라인 영어교육 회사(기획 및 콘텐츠실장 역임-필자 주) 다니다가 그 즈음에 쫓겨났어요. 잘렸어요. (웃음) 제가 조용조용한 편인데 고집이 세고, 아니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대표님이 보기에는 별로 안 편한 부하인 거죠.

 

2013년부터 비트코인은 알고 있긴 했는데, 그땐 사기 같다 생각하고 관심 안 뒀었죠. 2년 뒤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이야기가 나오길래 다시 봤죠. 신기한 거예요. 그때부터 공부 시작했어요. 마침 잘려서 시간도 많았고.(웃음)”

블록체인OS와는 어떻게 인연을.
“제가 전 직장에서 잘리고 나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을 때였죠. 지금은 블록체인 밋업이 흔하지만 그땐 드물었어요. 유일하게 블록체인OS에서 세미나를 계속 하더라고요. 거의 일년 넘게 주간 세미나를 갔죠. 그때 거기서 최예준 현 대표와 말을 텄고요. 원래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어요.”

2017년 5월에 책이 나왔던데, 공부 시작하고 2년 만에 쓰신 셈이네요.
“전통 마르크스주의에선 보통 국가는 소멸될 거라고 이야기를 해요. 관료제 비판도 많고. 근데 어쨌든 계속 존립했다는 말이죠. 폐지해야 한다면서 더 무시무시한 국가를 만들기도 했고요.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고민을 한참 하면서 2~3년간 아이디어 스케치를 했어요.

 

블록체인을 보면서 아, 이게 신뢰의 문제였구나 깨달았어요. 국가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궁극적으로 그 역할은 특정한 범위 내 공동체가 신뢰를 유지하게 하는 거였구나 하는. 인간 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신뢰는 어떠한 방식으로든-그것이 독재적인 방식이더라도-지켜져야 했기 때문에 국가라는 사회적 장치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보게 된 거죠.

 

관료제는 그 신뢰 유지하는 구체적인 장치였고요. 그렇게 보니까 쭉 연결이 되더라고요. 블록체인은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신뢰를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술이잖아요. 그러니까 국가의 역할, 국가의 존재 이유와 딱 연결이 되는 거예요. 그런 아이디어와 제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을 녹여서 책을 쓰게 된 거죠.”

이 책은 수많은 블록체인 책 중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블록체인 기술이 정치사회적으로 가지는 영향과 의미를 본격적으로 해부한 몇 안되는 책?’ 정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그런지, 이 독자들이 여러 층이 있는데, 특히 인문사회과학 쪽에 계신 분들이, 그 전까지는 블록체인이 이해가 안되었는데 제 책을 읽고 블록체인 기술이 이해가 간다는 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거번먼트>>의 지은이 전명산 블록체인OS 이사. 사진=고경태


 

#금융에 관한 책 빨리 봐야겠다 싶어


원리 설명하는 방법이 간명하고 독특해요. 이런 논리는 어떻게 개발하나요?
“그냥 제가 가진 어떤 문제의식이나 고민이 있어요. 학자적 기질도 좀 있다고 할까.(웃음) 계속 고민을 하죠. 언젠가 시간 되면 더 깊이 들어가서 파볼 만한 것도 있고요. 몇 년 된 고민도 있고, 십년 넘은 고민거리도 있어요. 그런 걸 계속 놓지 않는 편이에요.”

본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하고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에 대한 기본원리 설명은 우회해서 덧붙이는 방식이더라고요.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9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론이나 철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서사연(서울사회과학연구소)이라는 연구 집단이 있었는데, 마르크스주의 이후 대안은 무엇이고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 탐색하는 작업을 거기서 깊숙이 했어요.

 

대학원 다닐 때부터 IT업체에서 병역특례 복무를 하던 시절까지 선배들과 공부하면서 푸코, 들뢰즈, 니체, 프로이트 등등 한국에서 회자됐던 이론가들에 관해 귀동냥을 했죠. 선배들이 공부한 거 나눠주면 같이 보고. 그때 제가 이론적으로 쓸 자원들을 얻었는데 그게 동력이 되었어요.

 

지금은 책은 많이 못 봐요. 일이 바쁘기도 하고. 아니면 글을 써야 하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고 같은.(웃음). (그는 코인데스크코리아에 2주에 한번 칼럼을 기고했다-필자 주) 블록체인 관련 소식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만 해도 큰 공부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다 사회와 깊은 연관이 있으니까. 다만 경제 쪽은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어서, 계속해야 할 목록으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요즘은 무슨 책 보나요?
“지금 경제 관련 서적들 한 20권 정도 쌓아놨어요.”

그 중 제일 빨리 봐야겠다 싶은 책은?
“금융이론에 관한 책이 제일 급해요. 블록체인이 금융과 직접 맞닿아 있어서 그쪽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정확한 직함이 CGO(Chief Governance Officer)이신데, 한국 최초의 CGO이십니다.(웃음)
“보스코인엔 블록체인의 콩그레스 네트워크(Congress Network)가 있어요. 의회 네트워크라고, 최고의사결정기구입니다. 1인1표 시스템인데, 이제 거기서 거버넌스 관련된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역할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초기 모델이니 거버넌스가 없었어요.”

책을 보면, 국가 권력이라는 것도 사회적 기술이고 블록체인도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라고 나옵니다. 혁명에 대해서도 중앙화된 걸 분산화하는 거라고 정의하셨던데.
“대부분의 혁명은 권력의 균등한 배분, 집중된 권력의 해체에 의미가 있었잖아요. 그 혁명이 목적하는 걸 제대로 달성한 적이 많지는 않아요. 권력 집단을 바꾸는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그게 반복되었죠. 소련이 결국 관료 독점제의 길을 간 것처럼.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이 분산화된 권력을 인프라 레벨에서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충분히 도구로 사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지난 10월5일 보스코인이 전세계 7개국 커뮤니티 매니저들을 초청해 진행한 글로벌 밋업 때의 기념사진. 사진=전명산 제공


 

#누구나 경제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시대


좀 더 설명을 해주세요.
“제가 요즘 종이 기반 문화와 디지털 환경 문화에 관해 비교하는 정리를 해보는 중인데요. 종이는 확산도 어렵고 디지털보다 훨씬 제약도 많고 정보 유통 속도도 느리잖아요. 디지털 시대엔 굉장히 다른 가능성들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블록체인이 들어오면서 거기에 신뢰까지 같이 보장해주게 된 거죠.

 

기존 경제 체제도 종이라는 미디어 위에서 발달했어요. 인터넷 들어오고 정보가 디지털화되긴 했으나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경제 작동시킬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죠. 정보 복제 가능성 자체가 신뢰를 완전히 깨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거든요. 블록체인이 되면서 복제 불가능하게 가치를 이행할 수 있는 도구 등장하게 된 셈인데, 이제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경제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 동안 인류가 약 5천년 정도 종이와 문자에 기반한 문명에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디지털화된 문명에서 살아가야 해요. 저는 종이 문화와 디지털 문화에 근본적인 단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가 유통되는 방식이나 생산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지금까지 디지털화는 ‘가치’를 다룰 수 없었기에 다소 제한적이었어요. 그런데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기반으로 가치를 다룰 수 있는 방법론이 등장했다고 봐요. 가치를 다룰 수 있으니 경제 시스템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가능해진 거죠.”

마르크스주의는 블록체인 시대에 어떻게 재해석이 가능할까요?
“근대 사회의 구조는 개인들의 개별적 네트워크가 있고, 그 외부에 경찰 검찰 등 강제력이 존재해요. 개인들이 개별적 네트워크 맺었다가 이 사이에서 분쟁 해결이 안되면 외부의 힘 개입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개인들의 분쟁 중 상당 부분은 계약이나 약속 이행 않거나 사기 치는 것들, 즉 경제적인 부분이죠. 블록체인이 잘 돌아간다면 외부 권력기관의 힘 많이 안 빌려도 개인간 네트워크가 큰 사고 없이 작동하게 된다고 봐요. 그렇게 되면 굉장히 큰 힘을 가진 외부 기관들의 용도가 확 줄어드는 거죠. 책에 썼듯이 블록체인이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을 거예요.

 

앞에서 경제를 디지털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디지털화의 또 다른 특징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즉 경제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사회가 온 거예요.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비록 초보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다들 경제의 어떤 영역을 프로그래밍해서 실제 현실에서 작동시켜보는 것들이에요.

 

다만 아직 기술 자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시간은 오래 걸리겠죠. 기술적으로 충분히 자유롭게 활용할 정도로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해야 하니까요. 마르크스주의의 근본적인 사고 지점 중 하나는 완전히 다른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상상력이었어요. 물론 그 상상력은 역사적으로 비극으로 끝났죠. 게다가 다른 경제 시스템을 실행해보는 비용도 그렇고 노력도 그렇고 희생도 어마어마한 거였죠.

 

그런데 이제는 경제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시대에요. 누군가 철학을 가지고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디자인해본 후 현실에서 직접 돌려볼 수 있는 거예요. 그것도 글로벌 범위로요. 굳이 피를 볼 필요도 없어요. 이런 것들이 저는 블록체인 기술이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봅니다.”

블록체인 이론가면서 플레이어로 활동 중이신데, 업계 현장 뛰면서 보람과 비애를 다 느낄 것 같아요. 비애에는 어떤 게 있나요.
“일단 제가 나이가 거의 50이 다 돼 가니까, 연륜이라는 게 조금 있잖아요.(웃음) 비애 같은 건 별로 없어요. 좀 무뎌졌다고 해야 할지.”

무뎌졌다고요?
“뭐 이런저런 일들 보니까, 다 어디서든 일어나는 일이란 생각이 들고. 특별히 비애는 없어요. 블록체인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 기대치 가지고 웬만한 일들에 대해선 그냥 버티는 것 같아요.(웃음)”

업계엔 개척자들이 많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 비현실적인 비전과 환상을 내세우는 분들도 많죠.
“사기꾼들이죠.”

어떤 사기꾼들을 만나셨나요?
“많이 만났죠. 요건 오프더레코드로 해주세요.”

보스코인을 통해서?
“보스코인을 사칭하는 사람들이죠.”

 

그가 했던 이야기들은 적지 않는다. 인터뷰 일주일 뒤 <코인데스크코리아>에는 전명산 이사의 공개 발언 내용이 실렸다. 11월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그가 ICO사례를 발표했다는 기사였다. 그 기사에는 오프더레코드의 몇가지 조각들이 숨어있다.

 

#나는 왜 요즘 굉장히 즐거운가


사기꾼 판별법은 뭔가요?
“판별법은 없어요.(웃음) 어려워요.”

보스코인을 설명하면
“보스코인은 한국에서 처음 발표하고 2017년 5월 10일에 ICO를 진행한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11월 27일에 메인넷 1.0을 오픈했고, 12월 7일에는 BOSCON이라는 메인넷 오픈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보스코인이 풀고자 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떻게 PoW(작업증명)가 아닌 형태로 진정으로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까? 2) 생태계의 지속 및 지속적인 확장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이를 위해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3) 어떻게 안전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만들 수 있을까? 4) 어떻게 에코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 이 각각의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 부분은 1차 결과물을 얻었고 어떤 부분은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메인넷이 속도 문제는 해결했어요. 초당 5,000TPS 나와요. 일단 한 단계는 기술적으로 넘었고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거버넌스 이슈는 1인1표 시스템으로 해결하려 하고요. 또 풀어야 할 문제가 프라이버시 데이터를 다루는 겁니다. 그 부분은 더 작업해야 해요. 저희 타임라인으로 보면 한 2년 정도면 블록체인으로 뭔가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정도까지 될 것 같아요.”

2년이면 될까요?
“시간 문제인 것 같아요. 우여곡절 있겠지만, 한번 구축된 기술이 뒤로 돌아가는 경우는 없어요. 이 쪽에 90%는 사기라고 하는데, 나머지 10%는 어쨌든 진지하게 하고 있어요. 성과도 나고, 축적되는 단계입니다. 흐름은 그렇게 가고 있고, 우여곡절이 얼마나 클지는 모르지요. 다만 이게 되돌릴 수 있는 흐름은 아니라고 봐요.”

무슨 낙으로 사시나요?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재미?(웃음)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거와 제 일이 상당 부분 일치해서, 굉장히 즐거운 나날 보내고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사회를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나요?
“관련 기술을 만들고 이걸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겠다 하는 걸 같이 고민하고 있으니까, 굉장히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론공부도 하고 그걸 토대로 상상을 구체화하시는데, 그렇게 상상한 것 중에 아직은 실현 불가하지만 언젠가는 될 수 있겠다 싶은 게 있나요. 서면질문 답변지에 ‘저도 한 이론하고 한 상상하는데’라고 쓰셨던데, 그 상상이 뭘까 싶었어요.
“졸릴 때 써서.(웃음)”

 

그는 겸손하게 말을 피했다. 맨 앞부분에서 언급한 블록체인에 관한 4가지 설명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연히 건진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했다. 이날의 인터뷰는 대략 여기까지다. ‘보충질문’이 중심이었던 탓이다.

인터뷰 9일 전 전명산 이사에게 미리 20여개의 질문지를 보냈다. ‘미리 답을 주시면 인터뷰를 간결하게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뜻을 전했다. 내심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한데 그는 인터뷰 이틀 전 질문에 꼼꼼하게 답을 달아 회신메일을 보내왔다. 인터뷰 때는 그 내용을 보완하거나 질문지 바깥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서면으로 오간 내용은 하편에서 전한다.

<하편에 계속>

열불납니다아니 열블납니다 말고 ‘입니다. ‘열심히 블록체인 블라블라 준말이라고 해둡시다블록체인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에 관해 뜨겁게또는 냉철하게 기록하고 조망한 책들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책의 주인공도 만납니다이름하여열블나는 책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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