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이제 철부지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2018 Year in Review] 실라 베어 옴니엑스 자문위원/팩소스트러스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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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 2018년 12월26일 07:00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이 지나온 2018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글을 모아 '2018 Year in Review' 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쓴 실라 베어(Sheila Bair)는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 사장 출신으로 기관투자자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옴니엑스(Omniex)의 자문위원이자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 팩소스트러스트(Paxos Trust)의 이사입니다. 베어는 현재 암호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이 글에 담긴 주장은 코인데스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동네에 있는 멕시코 식당에 가곤 했다. 그 식당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손님을 위해 2층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2층에 들어서면 울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로 늘 시끄러웠다.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간신히 그 아이들을 피하는 웨이터, 자신을 잡으러 쫓아오는 부모를 피하느라 테이블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는 아이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내 딸도 살사 소스를 그릇째 마시는가 하면, 내 아들은 과카몰레를 반도 입안에 넣지 못하고 흘리기 일쑤였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그 식당 2층은 원래 정신없는 곳, 그래도 괜찮은 곳이었다.

아이들이 예절을 지키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 식사 예절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모두가 더 격식 있게 행동하는 식당 1층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냅킨도 사용하기 시작했고, 식사가 끝나도 냅킨에 살사 얼룩이 묻지 않는 날이 왔다.

갑자기 멕시코 식당 이야기를 한 것은 초기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그 식당 2층과 닮았기 때문이다.

거래나 고객파악제도(KYC) 또는 증권 표준과 관련해서 명확한 규칙이 없었기 때문에 강한 모험심으로 무장하고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는 기술 마니아들(과 사기꾼들)이 주도하는 난장판이 이어졌다. 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알아서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그러나 시장이 성숙하면서 몇몇 거래소는 금융 당국의 연례 규제와 감사 대상이 되었고, 자본 요건과 자금세탁방지, 사이버 보안 규정을 도입한 신탁회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최근 주요 거래소들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이 경향은 더 강화되었다. 거래소들은 시세 조작 방지책과 철저한 감시 체계를 가동하고 암호화폐 현물 시장과 선물 거래소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만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취급할 수 있었다.

비트코인 가격의 폭락에도 암호화폐 거래는 계속해서 환경을 개선하며 성숙했고, 그 결과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 점점 더 높아졌다. 어떤 암호화폐가 궁극적으로 성공하든 간에(나는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는 일단 스마트 화폐의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규제 당국의 관리를 받는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심지어 피델리티(Fidelity)까지 최근 기관투자자에게 위탁과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 회사를 출범한다고 밝히며, 암호화폐 산업에 뛰어들었다.

 

눈앞의 장애물


많은 기관투자자는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채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여러 거래소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규제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할 방법을 찾고 있다. 앞서 SEC가 비트코인을 바탕으로 한 상장지수상품(exchange traded product, ETP) 신청서 아홉 건을 모두 거절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한편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 BZX Exchange)와 밴에크, 솔리드X가 함께 신청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 출범을 위한 규정 변경 신청서는 여전히 심사 중인데, 증권거래위원회는 내년 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많은 이들은 이 상품이 승인을 받지 못하면 당분간 상장지수상품은 규제 당국의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걸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이 클레이튼 증권거래위원장은 최근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컨센서스 인베스트'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 ETF 승인에 대한 대표적인 걸림돌로 암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이른바 제삼자 수탁 서비스가 미비한 점과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시세 조작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꼽으며,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물론 시세 조작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신들의 암호화폐 자산의 보안에 집중하는 것은 증권거래위원회에 주어진 첫 번째 임무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사이버 공격이나 시세 조작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자산이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들이 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투자자를 모은 기존의 다른 상장지수상품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강력하게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느냐를 물어야 한다.

밴에크는 범죄 행위나 운영상 문제로부터 투자자들의 손실을 막고자 상당히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다른 상장지수상품과 달리, 투자자가 밴에크의 상품을 구매하면 밴에크가 그 가치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실제로 구매한다. 이후 다중서명이 있어야만 열리는 콜드 스토리지 지갑에 자산을 보관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다양한 곳에 저장해둔 백업 서버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보호할 수 있다. 밴에크는 또한, 손실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보험을 들어놓기도 했다.

 

균형 잡기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나 암호화폐 시장마다 시세 조작을 예방하고 거래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하는 기제는 조금씩 다르다. 시장 운영 방식이 달라서 다른 자산의 현물거래 시장보다 거래를 조작하기 어렵다는 건 좋은 점이다.

장외거래와 현물 거래소 간에 차익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면 이 또한 조작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거래를 위한 내부용이나 미공개 중요 정보가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에 대한 거짓 혹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는 퍼트리기 어렵다. 통화의 총공급량이 알고리듬에 따라 이미 결정돼 있고, 모두가 이를 알고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을 보면, 비트코인 현물거래 시장의 유동성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몇몇 개인투자자들이 시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전체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시세 조작 위험도 더 커진다. 기관투자자가 유입되면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이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수 있고, 그 때문에 기관투자자의 유입을 촉진할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은 대체로 투자 환경과 규제 준수 여부 등 다양한 문제에 관해 훨씬 더 까다롭게 다양한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발을 들이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자연히 시세 조작을 막고 거래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데 더 많이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의 최초 주당 가격은 하나에 25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지만, 여전히 1억 원이 넘는 돈으로 개인투자자들보다 역량을 더 갖춘 기관이나 대규모 투자자들만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투명성이 높아지고 시세 조작 방지 기능도 더 강력해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시장을 숨 쉴 틈 없이 억누르지 말아야 하는 것도 증권거래위원회의 과제다. 즉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들이미는 대신 적절한 수준에서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시장을 규제해야 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장려하면 현재 개인투자자 위주로 운영돼 가끔 한계에 부딪히곤 하는 암호화폐 현물 거래소의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다.

기관투자자 위주로 상장지수상품을 운용하고 시험해본 경험은 다음에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규제 당국의 관리하에 취급하는 거래 상품을 운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암호화폐 자산이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 거래소에서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안전하고 투명하게 거래되는 날도 머지않았다. 증권거래위원회가 신중하면서도 올바른 길을 택하기를 희망해본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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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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