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블록체인, 인공지능의 지배에 맞설 최후의 보루다
[2018 Year in Review] 산티아고 시리 민주주의지구재단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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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 2019년 1월2일 07:10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이 지나온 2018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글을 모아 ‘2018 Year in Review’ 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글을 쓴 산티아고 시리(Santiago Siri)는 민주주의 지구 재단(Democracy Earth Foundation)의 설립자입니다. 이 재단은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의 지원을 받아 디지털 거버넌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8 year in review

 

거버넌스 문제는 블록체인 합의 프로토콜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암호화폐 업계는 여전히 “CPU 당 한 표”를 주창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에서 영향을 받아 거버넌스를 사람이 아닌 기계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나 Y컴비네이터의 최고경영자 샘 알트먼 등이 누차 경고했듯이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라면, 왜 분산 네트워크의 의사결정 과정을 좌우하는 권한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위험을 감수하는지 의문이 든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애초부터 블록체인은 익명성을 보장하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사용함으로써 익명의 개인이 저지르는 금융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소셜 알고리듬이 현실 정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즘 인공지능의 위협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이제 우리는 인공 지능과 어떻게 공존할지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든다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른 나라의 (부당한) 영향을 받아 미국 민주주의의 절차와 가치마저 훼손됐다는 논란으로 뜨거웠던 한 해다. 다만 1648년 유럽에서 일어난 30년 전쟁 이후 체결된 베스트팔렌 평화조약을 통해 등장한 국민국가(nation state)에서 주권이 외세의 개입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였다면 오늘날은 외세의 범위가 확장하면서 이를 정의하는 경계도 모호해졌다. 러시아 정부가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마크 저커버그는 아마도 인터넷 시대에 국민국가라는 개념은 더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좋아요, 리트윗, 업보트, 링크 등 우리가 소유하지 않는 토큰을 이용해 인터넷의 의사소통을 통제하고 있다. 이 토큰은 네트워크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를 감시하고 이용자인 우리 인간을 통제하게 되었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서로 우위를 점하려고 경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조지 오웰이 예견한 빅브라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대성공을 거둔 이유는 웹과 사람을 결합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전화로 연결되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보니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다. 결국, 우리는 사람과 온라인 네트워크를 어떻게 탈중앙화한 방법으로 결합해 기업의 조직적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개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튜링 해독 불가능(Turing-impossible proof) 


인간을 인공지능과 구분하려면 개인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탈중앙화한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페이스북과 달리 이런 종류의 네트워크는 미디어, 혹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알고리듬을 벗어나야 한다. 대신에 한 노드가 개인을 대변하는 방식을 사용, 인간의 합의가 있어야만 고유성을 인정함으로써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식이 되어야 한다.

암호화폐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된다면 인터넷상의 소셜네트워크가 살아있는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분산 네트워크와 인간을 결합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봇(bot)의 사용, 시빌(Sibil) 공격, 뇌물 공여, 빅브라더 출현 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먼저 봇부터 살펴보자. 기계의 인지 능력의 한계는 로봇과 인간을 구별하기 위해 고안된 튜링 테스트로 측정할 수 있다. 인간에 의한 합의는 정의대로라면 '튜링 해독 불가능'이어야 하는데(Turing-impossible proof), 다시 말해 인간은 쉽게 해독할 수 있지만, 튜링 기계인 컴퓨터는 해독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비디오로 찍은 필자의 딸 출생 증명서를 인간은 쉽게 이해하지만, 기계의 경우는 이해하기 매우 힘들다.

튜링 해독이 불가능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비밀에 부쳐져서 블록체인에는 해시값만 남는다. 일련의 숫자로 이뤄진 해시값은 타임스탬프가 추가된 원래의 내용을 보증함으로써 모든 정보를 보내지 않고도 노드가 정보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인간을 따라잡으려는 로봇이 계속 발전을 거듭하면서 튜링 해독 불가능한 형식도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행위를 여러 사람의 행위로 속여 공격하는 시빌 공격(Sibil Attack)을 막는 대응책도 필요하다. 네트워크에서 신뢰를 쌓을수록 더 큰 증명 권한을 갖도록 평판기반 지표(reutation-based graph)를 구축해야 한다. 이더리움 콘퍼런스 데브콘4에서 시나 하빕은 페이지랭크(PageRank) 같은 잘 알려진 평판 알고리듬을 사용해서 ‘평판 지표’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필자도 트위터 리트윗의 영향력을 평가하고자 페이지랭크를 구축했고, 이 프로젝트가 2009년 우피 뱅크(Whuffie Bank)라는 가상화폐 프로젝트로 이어진 바 있다. 필자는 이 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단언한다.

노드를 검증하는 데 주는 보상이 합의의 진위를 판별하는 이들에게도 현상금 형식으로 지급돼야 한다. 인간이 네트워크 감시 책임을 맡는다면 단순히 알고리듬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평가 알고리듬이 중앙화한 알고리듬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 다른 노드를 매수해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드가 출현할 수 있다. 이런 매수 행위와 독점을 막기 위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노드의 능력을 무작위 투표로 합의를 이끄는 일종의 암호화폐 복권과 연동해야 한다.

복권의 예측불허성을 노드의 지분과 연계한다면 장기적으로 모든 노드의 증명 기회를 균등하게 만들 수 있다. 검증 노드는 지분이 높을수록 다시 검증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든다. 따라서 노드가 지분 확장보다는 노드 검증에 집중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오늘, 내일 그리고 미래 


민주주의 지구 재단(Democracy Earth Foundation)은 튜링 해독 불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고안한 논리를 장착한 ERC-20 토큰을 사용해서 합의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다. 주어진 해시 함수의 합의 기준점이 도달하면 ERC-725 표준을 사용해서 신원이 보장된 아이디로 “당신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이 나간다.

블록체인 관련 코드는 기본적으로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으므로 이더리움 가상머신(Ethereum Virtual Machine)과 호환하는 모든 블록체인은 이런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프로토타입으로 변환해서 실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다. 디지캐시(DigiCash)의 데이비드 차움이 고안한 무작위 투표,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을 공동 개발한 실비오 미칼리의 알고랜드(AlgoRand) 등 최근 연구와 새로운 프로토콜을 보면 거버넌스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데 암호화폐 복권이 핵심적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웹 기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작업을 하면서 투표권자 등록을 통제하는 이가 선거의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탈중앙화한 방법으로 인간 권리에 합의함으로써 전통적인 선거에서 나타나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의 신원을 증명하는 데 기존 기관의 평판을 이용할 수 없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지구상에 신원이 기록, 관리되지 않는 사람이 약 11억 명이다. 또한, 세계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가 집계한 난민 숫자도 6,500만 명에 이른다. 필자가 남미의 소외된 노동자 단체에서 들은 이야기도 비슷했는데, 해당 단체 회원의 10~15%는 부모가 등록하지 않았거나 어릴 때 버렸기 때문에 신원이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인터넷을 이용해서 인간이 합의한다는 개념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적용되어야 하며, 블록체인 경제의 차별 없는 포용성을 측정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인간 노드를 위한 합의 메커니즘이 폭넓게 도입되면 국경을 초월한 민주주의, 암호화한 P2P 대출, 보편적 기본소득 등 이상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자프론티어재단의 공동 창립자인 존 페리 발로우는 1996년 사이버공간 독립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말미에 “더 인간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주장했다. 여기서 ‘인간적’이란 표현은 디지털 거버넌스를 탄생시킨 시대의 염원을 담은 강력한 단어이다. 민주주의를 탈중앙화하는 시도는 국민국가가 글로벌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여기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저널리스트 자말 카쇼기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선동을 통해서 증오를 퍼뜨리는 국민국가 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국제 포럼을 설립한다면 아랍 세계 보통 사람들이 그들의 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과 인간을 결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이런 목표를 좇는 데 동참하지 않는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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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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