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댑이 실패한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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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 2019년 2월6일 10:25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이 지나온 2018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글을 모아 ‘2018 Year in Review’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쓴 인 우(Yin Wu)는 분산형 정보 큐레이션 프로토콜 ‘더트 프로토콜(Dirt Protocol)’의 창립자입니다.

코인데스크 2018 리뷰

 

2018년, 탈중앙화된 미래를 향한 꿈은 산산이 조각났다.

가장 인기 있는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인 댑(dapp)도 일일 사용자가 수천 명에 그쳤다. 그나마 가장 이용자가 많은 댑 4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공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성공률이 0%였던 것이다. 적잖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했는데도 결과가 이토록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댑을 구축하고 출시하는 과정부터 문제가 많다. 댑을 출시하는 안정적인 방법은 출시 전에 충분한 시험을 거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고쳐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할 때 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회사들은 이런 방법 대신 대충 얼개만 짠 애플리케이션을 우선 시장에 내놓고 성공을 바란다. 애플리케이션을 다 만들기도 전에 판매부터 하는 사전 판매 방식이다. 이러다 보니 사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 완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기다리다 지쳐 실망하고, 프로젝트는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이와 같은 방식에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가 있다.

  1. 암호화폐 지지자인 얼리어댑터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댑들은 대개 탈중앙화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유일한 해답이자 목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2. 지지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밀려 댑 프로젝트는 최선의 선택보다 가장 빨리 어떻게든 결과를 낼 수 있는 선택을 내릴 때가 종종 있다.

  3. 개념과 이론을 중요시하는 시장 분위기 탓에 댑 프로젝트는 백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프로젝트에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하든 백서에 끌려가는 셈이다.


이런 문제점은 2018년 댑 프로젝트의 참담한 성적표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는 제품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2019년을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면 지금까지 성공한 테크 기업들이 어떻게 성공을 거뒀는지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블록체인 업계에 적용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프로토콜이 아닌 제품을 만들라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탈중앙화를 바탕으로 한 미래가 머지않았다며 탈중앙화를 설파하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들은 단순히 철학을 설파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대중에게 선택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중앙집중형 폐쇄 네트워크의 대안으로서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 대 디아스포라, 트위터 대 마스토돈(Mastodon), 구글 대 덕덕고(DuckDuckgo)처럼 이미 시도된 바 있는 것들이다.

제품 출시
이미지=Getty Images Bank


 

이 프로젝트들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같다. 즉 개발자들을 제외하면 개방성이나 탈중앙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댑 개발자들은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서 누가 댑을 쓰는지, 이용자의 관점에서 댑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물어야 한다. 비트코인을 통해 다크넷 사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더리움을 통해 개발자들은 분산 컴퓨터에 스크립트를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분산형 파일 시스템인 IPFS는 검열 데이터 저장 수단이 되었다. 암호경제의 인센티브가 아무리 커봤자 쓰는 사람이 없다면 쓸모 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용자들의 요구에 얽매이지 말라


페이스북이 자체 페이지를 공개하자 대중들은 페이스북 뉴스피드로 몰려가 온갖 불만과 부정적인 점들을 쏟아냈다. 애플이 신제품을 발매하기만 하면 미디어는 ‘너무 비싸서 성공 불가능’을 외쳤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수백만 명의 고객이 등을 돌렸다.

지나고 나서 보니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중요했던 결정들이 당시에는 논란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또한 마찬가지다. 목소리를 높이는 커뮤니티가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자산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골칫거리일 수도 있다.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피드백을 선별해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사용자가 요구하는 것을 무턱대고 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한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다듬는 데 주력하라


암호화폐 세계에 존재하는 큰 오해 가운데 하나는 아이디어가 성공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일부 프로젝트는 백서에 집중하느라 수년째 출시를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을 거둔 테크 기업의 발전 과정을 보면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

아이디어, 전구
이미지=Getty Images Bank


 

2018년에 암호화폐 업계에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분야는 바이낸스(Binance)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 비트메인(Bitmain)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 채굴 기업이었다. 바이낸스의 매출은 1년도 채 되기 전에 0에서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ASIC 채굴기의 비트코인 채굴 효율성도 1년 사이 10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성공을 거뒀다고 할 만한 분산 애플리케이션은 단 하나도 없었다.

스마트 계약과 분산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된 제품개발 주기는 아주 느리다. (패리티 지갑 해킹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실수에 따르는 위험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서비스를 출시하고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학습하는 대신 고립된 환경에서 작업을 반복함으로 실제 사용자들로부터 받는 귀중한 학습 기회를 놓쳤다. 또한, 프로젝트는 더 빨리, 가능하면 소규모로 출시하는 편이 낫다. 소규모 사용자에게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피드백을 받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제품을 개선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은 성공과 거리가 먼 한 해였지만, 2019년은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닷컴 버블의 형성과 붕괴 과정에서 증명됐듯 약세 시장은 인재를 모으고 키워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처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2019년은 새로운 방법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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