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무원연금의 블록체인 펀드 투자, 환호하기엔 이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oelle Acheson
Noelle Acheson 2019년 2월27일 14:21
이미지=Getty Images Bank


 

지난 13일 자산운용사 모건크릭(Morgan Creek)의 블록체인 펀드에 미국 공무원연금 두 곳이 핵심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달의 암호화폐 뉴스에 오를 만한 소식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연기금이 드디어 블록체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예일대학교가 학교 기금 일부를 암호화폐 펀드에 투자한다는 보도에 업계가 환호하던 것과 판박이다.

모건크릭 관련 보도는 블록체인 투자에 관심을 갖는 기관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추세를 보여주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예일대학교 기금 투자 소식이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업계의 반응에는 과도한 면이 없지 않다.

환호하기엔 이르다


업계의 반응이 과도한 이유를 먼저 살펴보자.

  1. 엄밀히 말하면 ‘공무원연금 두 곳’이 아니다. 실은 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카운티 산하의 공무원 퇴직연금 조합이라는 한 프로그램이 운용하는 두 개의 기금(경찰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투자에 참여한 것이다.

  2.  
  3. 해당 연기금은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주식을 위주로 보유하는 블록체인 벤처펀드에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암호화폐(최대 15%)로 포트톨리오가 구성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두 연기금 모두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4.  
  5. 투자액도 많지 않다. 두 연금이 모건크릭의 블록체인 펀드에 투자한 돈은 총 2,100만 달러로, 이는 패어팩스 카운티 연기금 운용 자산의 0.3%도 되지 않는 액수다. 이 가운데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투자액의 15%이므로 300만 달러 남짓한 금액이다. 전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아주 미미한 금액에 불과하다.



  1. 사실 연기금의 벤처캐피털 투자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연기금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 가운데 하나가 벤처캐피털이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무원연금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기금을 투자한 곳 가운데 사모펀드에서 장단기 모두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  투자 대상이 마땅하지 않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평균을 웃도는 수익을 안겨주는 벤처캐피털은 연기금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게다가 시장 가격이 아닌 예상 가격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모델 가격(mark-to-model)’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연기금이 벤처캐피털을 투자처로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다.

 

수익률에 목마른 연기금


그보다도 암호화폐 업계가 환호할 만한 이유는 따로 있다. 연기금은 원래 매우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게 마련이어서 공격적인 투자를 잘 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재량이 허락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패어팩스 카운티 공무원연금의 투자 결정은 연기금이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를 안정적이고 성숙한 투자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연기금은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패어팩스 공무원연금의 투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일회성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다. 이들이 평범한 연기금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패어팩스 카운티는 인구가 밀집돼 있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버지니아주 안에서도 부자들이 특히 많이 사는 지역이다.

그렇지만 이 지역의 연금 지급 전망은 녹록지 않다. 일반 공무원과 경찰을 위한 두 연금의 지급액 대비 재원 확보율은 각각 70%와 85%에 불과한 실정이다. 2025년에 이르면 이 지역은 노동 인구보다 연금 수령자가 더 많아져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연금 재원의 고갈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연기금 운용 측면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대상을 시급히 찾아야 했다.

이러한 연금 재원 부족 현상은 비단 패어팩스 카운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전역의 연기금이 비슷한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2017년 미국 공무원연금의 재원 확보율 중간값은 7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고, 몇몇 주는 심지어 30%까지 떨어져 있다. 따라서 연기금으로서는 고수익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앞으로 몇 년에 걸쳐서 연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금 운용 매니저들은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대안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이다.

또한, 공무원연금이 민간연금보다 먼저 블록체인 투자에 나섰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은퇴연구센터(Centre for Retirement Research)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위험 자산(주식과 대안 투자상품)에 투자한 자금 비율이 민간연금은 포트폴리오의 62%였지만, 공무원연금의 경우 72%로 더 높았다. 민간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회계 규정 차이를 보면 투자 패턴이 이렇게 나타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민간연금은 규정상 투자를 검토할 때 채권수익률(bond yield)을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율로 적용하지만, 공무원연금은 기대수익률(expected rate)을 할인율로 적용한다. 그러므로 공무원연금은 민간연금보다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더 적은 자금으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

 

변화의 움직임 


공무원연금의 이런 투자 성향을 고려해보면 미국의 한 지역 공무원연금이 블록체인 펀드에 투자한 소식에 암호화폐 업계가 들썩일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다른 공무원연금이나 연기금들이 패어팩스 카운티의 선례를 따라 암호화폐를 포함한 블록체인 투자를 수용할 수 있는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전망이라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리스크
이미지=Getty Images Bank


 

펀드매니저, 특히 보수적인 펀드매니저들은 집단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서 연기금의 블록체인 투자가 빠르게 활성화될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아직 기반이 약하고 유동성이 부족하므로 하루아침에 연기금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기에는 선결 과제가 많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기관투자가들이 블록체인 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제시한 투자 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츠(Cambridge Associates)의 최근 보고서와 모건크릭 블록체인 펀드에 공무원연금이 투자했다는 소식을 종합해볼 때 연기금의 투자 패턴이 분명히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글을 쓴 노엘 애치슨(Noelle Acheson)은 기업 분석 전문가로 코인데스크의 Product 팀 소속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