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재단이 곧 이더리움인 시대는 지났다"
"이더리움 재단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hristine Kim
Christine Kim 2019년 3월6일 07:18
아야 미야구치 이더리움 재단 이사. 사진=코인데스크
아야 미야구치 이더리움 재단 이사. 사진=코인데스크


 
“이더리움 재단 창립 당시에는 재단이 곧 이더리움이었다. 이더리움 플랫폼을 성장시키는 일도 재단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이더리움 재단의 아야 미야구치(Aya Miyaguchi) 이사가 한 말이다. 이더리움 재단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창설된 비영리 기관이다.

2018년 초 미야구치가 이사로 취임한 뒤 이더리움 생태계에는 격동의 시기가 찾아왔다. 취임 당시 1,100달러에 육박하던 이더리움의 자체 암호화폐 이더(ETH) 가격은 현재 13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새로운 경쟁 상대라 할 만한 암호화폐들도 우후죽순 생겨나 이더리움보다 한 단계 앞선 형태의 스마트 계약과 지속가능한 분산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선보이며 이더리움의 위치를 꾸준히 위협했다.

미야구치는 그러나 그간 변화들이 이더리움 재단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 보면,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시장 구조의 변화보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이더리움 개발자 커뮤니티의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코인데스크에 말했다.

“이더리움은 오픈소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덕분에 많은 변화와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올해 두 번째를 맞는 ETH덴버(ETHDenver) 해커톤 행사에 개회식 연사로 나선 야마구치는 짧은 연설을 통해 이더리움 재단이 고인 물처럼 정체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히며,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영리 기관인 이더리움 재단의 운영 목적을 다시 세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수많은 이더리움 개발자와 참석자 앞에 선 미야구치는 이더리움 재단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며, 앞으로 이더리움 재단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재단의 가장 큰 장점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발전을 도모하고 투자하는 최초의 비영리 기관으로서 업계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더리움 재단은 세계 곳곳에서 많은 커뮤니티, 개발자, 업체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재단의 정보가 중립적이고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서 재단도 항상 참된 정보만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야마구치 이사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특히 올해는 일반 대중과의 소통 경로를 더욱 공고히 다져 이더리움 플랫폼의 성과와 현황을 널리 알리는 일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누가 제일 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더리움 재단이 소통 전문가는 아닐 수 있어도, 비영리 기관으로 중립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다른 의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정보만을 공유할 것이라는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의사결정의 지원과 조율


그동안 이더리움 재단은 개발자들이 모여 연구를 진행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허브 역할을 맡아왔다. 미야구치는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다고 시인하면서도 다양한 스타트업과 프로젝트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서로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이더리움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만으로도 이더리움 재단은 충분히 존재 이유가 있다.”

미야구치는 특히 올해 이더리움 재단의 보조금 제도가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지난달 21일 이더리움 재단은 블로그를 통해 다섯 번째 보조금을 수상하게 된 7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상금의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더리움의 비전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급하고 중요하며 독창적인 발전을 이끌어낸 프로젝트”들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미야구치 이사는 이어 엄밀히 따지면 보조금 제도는 이더리움 재단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외부의 참여로 함께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조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선별할 때 외부 구성원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즉, 재단뿐만 아니라 외부 기관이나 업체가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고 싶다.”

보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더리움 재단은 이더리움 기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콘센시스(Consensys) 등 관련 업체들과도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콘센시스는 이더리움 재단보다 규모도 크고 자원도 많으므로 협업의 잠재성은 상당히 클 것으로 미야구치는 내다봤다. 이미 자체적으로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콘센시스는 이번 ETH덴버 행사에서 5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대상자를 공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더리움 재단이 올해 지급한 보조금의 액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네 번째 보조금을 지급할 때는 총 3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생각


이처럼 이더리움 재단은 개발자들이 자금을 마련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프로토콜 변경 문제를 검토, 의논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즉 이더리움 프로토콜 변경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중심축의 역할을 맡아온 것이다.

재단에서 커뮤니티 관계를 총괄하는 매니저 허드슨 제임슨은 앞으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분산화”를 도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 직접적인 개입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했다.

비탈릭 부테린
이미지 출처: 위키미디어


 

“부테린의 목소리는 여전히 영향력이 아주 크지만, 그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스스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순리가 아닌가 싶다.”

미야구치 이사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재단 소속 개발자들만 이더리움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의 정의 자체도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말하는 성공은 이더리움 재단의 성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더리움 재단이 작아지는 것이 생태계를 위한 최선의 일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이 운명을 받아들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더리움 재단의 역할이 변하는 것을 두고 앞으로의 의사결정 형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해 논의한 ETH덴버의 한 패널 세션에서 제임슨과 이더리움 재단 연구원 블라드 잠피르, 이더리움 재단 개발자 파이퍼 메리엄은 이구동성으로 지금과 같은 혼합형 방식의 의사결정 형태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우리가 이제까지 본 다른 오픈소스 거버넌스와는 전혀 다르다. 지금 이더리움 생태계의 의사결정 구조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잠피르의 말이다. 반면 메리엄은 비록 현재 이더리움 거버넌스의 형태가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당분간은 핵심 개발자들이 개입해 이더리움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들을 내려 줄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야구치는 이더리움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블록체인에 관한 의사결정은 두세 명이 아닌 많은 구성원이 함께 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재단의 역할은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것이지,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이더리움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에게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 누구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의사결정의 전권을 쥐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