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미디어 '시빌’ 토큰 재판매로 재기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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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gh Cuen
Leigh Cuen 2019년 3월13일 07:59
이미지=Getty Images Bank


 

콘센시스(Consensys)가 지원하는 블록체인 미디어 스타트업 시빌(Civil)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일 자체 토큰인 시빌 토큰(CVL token) 판매를 재개했다. 매튜 아일스 시빌 최고경영자(CEO)는 시빌에 회원사로 등록한 언론사와 편집국, 독립 언론인과 기자들에게 지난해 약속한 토큰 보상 패키지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코인데스크에 밝혔다.

토큰 판매로 번 수익금 전액은 우선 비영리 기관인 시빌 재단(Civil Foundation)에 귀속된다. 시빌 재단의 이사장은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의 CEO를 지낸 비비안 실러가 맡고 있다. 현재 약 100여 개 언론사와 편집국이 시빌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었고, 실러는 지난해 여름부터 시빌의 외연을 넓히고 내실을 다지는 일을 진두지휘했다. 이더리움의 공동 창립자인 조셉 루빈이 세운 벤처 스튜디오 콘센시스는 시빌 재단에 토큰과 신용화폐를 동시에 지원하며 시빌 프로젝트를 계속 후원해 왔다.

시빌은 토큰 판매를 재개하는 동시에 새로운 회원제도를 출범했다. 회원이 되면 각종 소모임 등 오프라인 행사나 분기별로 열리는 강연회 등에 초대권을 받을 수 있고, 회원 전용 뉴스레터를 받아볼 수 있다. 또 시빌 커뮤니티에 속한 기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뉴스 제작 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시빌 토큰을 보유하고 있고, 시빌의 헌법과 언론 윤리를 준수하는 언론사와 편집국이라면 누구나 시빌에 참여할 수 있다. 시빌 뉴스 플랫폼에서는 토큰을 이용해 커뮤니티 회원들이 비윤리적인 기사를 퍼 나르는 언론사나 편집국, 기자를 징계하거나 궁극적으로 내쫓을 수 있다. 반대로 신뢰할 만한 뉴스를 꾸준히 제공하는 언론사를 후원할 수도 있다.

아일스는 시빌 재단이 시빌 미디어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수익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시빌 재단은 시빌 플랫폼을 후원하고 전체적인 거버넌스 감독 역할을 한다. 시빌 미디어는 뉴스 아울렛과 독자들에게 일종의 양방향 서비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한다.
"시빌 미디어는 수익을 내고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다. 올해 안에 반드시 수익을 내 영리 기업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목표다."

전통적인 종이신문, 방송은 물론이고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나선 미디어들마저 낮은 수익률로 고전하고 있는 언론 현실을 고려하면 시빌의 포부가 허황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일스는 직원 17명이 꾸려가는 스타트업 시빌이 AP 통신사를 비롯한 쟁쟁한 회원사들의 콘텐츠를 잘 묶어내 팔릴 만한 뉴스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일단 토큰을 발행하고 플랫폼을 출시하고 나면 곧바로 좋은 기사에 후원하는 팁(tipping) 기능과 언론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여러 유용한 도구를 제공할 생각이다. 또 토큰을 보유한 이들은 시빌에서 뉴스를 이용하고 소비한 내역과 관심 있게 읽은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시빌 회원들은 시빌 재단에 신용카드로 직접 기부할 수 있어 시빌 플랫폼에서 뉴스 콘텐츠를 읽기 위해 반드시 토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 이는 모두 앞서 출시를 준비하며 수렴했던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원래 규칙을 바꾼 것이다. 토큰을 보유한 이들은 구독 정보를 포함한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해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갑 정보가 시빌 플랫폼에 연동된다. 아일스는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동향을 파악하고 추적해 수익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콘센시스가 꼽은 대표적인 블록체인 이용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토큰을 보유한 시빌 커뮤니티 회원들이 어떤 콘텐츠를 보고 읽는지 일일이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 신원을 비롯한 구독 정보, 활동 내역을 어떻게 관리하고 누가 볼 수 있도록 허락할지 본인이 직접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진실을 알리는 좋은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순위가 올라갈 것이고, 독자들은 소비하는 콘텐츠를 고를 때 이 순위를 참고할 것이다."

 

이미지=시빌 블로그
이미지=시빌 미디엄


암호화폐로 후원하기


일단 시빌 토큰은 회원 가입 절차에 드는 비용을 치르는 데만 쓸 수 있다. 아직 시빌 플랫폼 안에서의 결제 수단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독립 언론 포퓰라(Popula)를 세운 마리아 부스티요스는 독립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고용해 시빌 플랫폼 전체에도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 바로 포퓰라의 워드프레스 웹사이트에서 콘센시스의 메타마스크 암호화폐 지갑으로 곧바로 이더(ETH)로 팁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한 것이다. 포퓰라는 지난 2월14일 팁 기능을 처음 선보였는데, 첫 주에만 독자 수십 명이 팁을 보냈다고 부스티요스는 말했다.

"하한선도, 상한선도 없다. 몇십원어치 암호화폐만 보낼 수도 있고, 원하면 훨씬 더 많이 후원할 수도 있다."

부스티요스는 팁 형식의 후원금이 지금까지 총 얼마나 전송됐는지, 또 콘센시스가 포퓰라에 지원금을 얼마나 줬는지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포퓰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맷 맥비카는 코인데스크에 팁 기능이 완결성을 높이고자 여전히 개발 중이라며, "아직 본격적으로 보급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빌 토큰이 과연 언론의 수익 구조를 어떻게 바꿔내고 개선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당장 부스티요스도 시빌 토큰을 구체적으로 사업 측면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분명히 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시빌 토큰의 쓰임새에 편집국의 기대가 크다고만 말했다.

"우선 네트워크 효과가 기대된다. 사람들이 일단 기사 한 편을 흥미롭게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관련 기사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이제 막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처음 실험하는 단계이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초반을 어떻게 버틸까?


시빌 플랫폼이 정착될 때까지 언론사들이 수익을 어떻게 내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우여곡절 끝에 시빌이 토큰을 발행하고 플랫폼을 정식 출범하지만, 포퓰라와 같은 소규모 독립언론들은 그동안 유료 구독자,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펀딩 방식 등으로 사실상 어렵게 연명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스티요스는 일단 조셉 루빈이 언론의 중요성에 관한 개인적 신념을 토대로 단기적인 수익에 연연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넉넉한 지원금을 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언론사들은 플랫폼 초기 시간을 (유틸리티 토큰으로써) 시빌 토큰을 제대로 활용하는 규칙을 세우고 다듬는 데 쓸 수 있게 됐다.

부스티요스는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해 ICO(암호화폐공개)와 토큰 판매를 엄격하게 규제하면서 투자 목적이 아니라 유틸리티 토큰의 성격이 강한 시빌 토큰에 대한 시장의 관심마저 뚝 끊어져 시빌의 토큰 판매가 끝내 실패로 돌아간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시빌 토큰 같은 암호화폐에도 규제는 여전히 적용된다. 그러나 부스티요스는 어차피 당분간은 편집국이 사업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주요 수입원으로 암호화폐에 기댈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실 독자들이 보내주는 팁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언젠가 아주 먼 훗날에는 상황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독자들이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방법이자 좋은 글을 널리 알리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쉽게 기사를 후원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미래의 저널리즘 발전에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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