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게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를 물었다
밀라노 패션쇼에 힌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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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19년 3월18일 15:16
밀라노 패션쇼. 사진=Mat's eye, Flickr


 
"블록체인 산업은 밀라노 패션쇼와 비슷하다."

글로벌 블록체인 평가 플랫폼 크로스앵글(CrossAngle)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의 한 세미나실에서 주최한 'Not for Sale-블록체인 기업적용 사례연구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설립자 겸 CSO는 "블록체인 산업을 지켜보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트 등이 등장했지만 패션쇼로 치면 밀라노 패션쇼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블록체인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향성과 트렌드를 보여주긴 했지만 실제 입고다닐 옷 또는 기술이 만들어지진 않았다는 이야기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CSO는 이어 "전통 산업에 속한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은 과거 새로운 일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가 가장 먼저 희생되는 '첫 번째 펭귄'이 되지 않으려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아무도 안 뛰어들면 결국 모두가 얼어 죽게 된다"며 "지금까지 나온 것(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의 한계를 비판하기보다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가공해 실제 사업에 적용할지 고민하는 게 더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창업자 겸 CSO가 15일 '낫포세일: 블록체인 기업적용 사례연구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낫 포 세일 제공


 

김 CSO는 블록체인 리서치 그룹 낫포세일(Not For Sale)이 지난해 10월부터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소재 기업 150여곳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대해 62%는 긍정적인 입장을, 나머지 38%는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김 CSO는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사업에 적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기업(전체 응답 기업의 47%) 가운데는 이미 구체적 계획까지 수립한 곳이 23%에 이른다"고 말했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 도입 여부에 부정적인 기업들 가운데는 '노(No)'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 곳이 거의 없었다"는 게 김 CSO의 설명이다. 김 CSO는 이어 "낫포세일 리서치팀이 실제로 만난 기업들 가운데 '블록체인에 관심이 없다'거나 '이럴 때(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클 때)일수록 가치평가가 상대적으로 덜 이뤄진 다른 핀테크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답한 기업들도 불과 몇 개월 뒤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다음에는 다시 관련 펀드나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든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CSO는 "신기술 도입에 대한 가트너 사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한다"라며 "결국 블록체인 기술이 특정 기업 혹은 특정 산업과 핏이 잘 맞는지를 얼마나 빨리 찾느냐에 따라 얼리어답터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두가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안 한다고 했을 때는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고 있어야 큰 기술 트렌드에서 낙오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지=Gartner. Inc.


 

김 CSO는 이어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몇 가지를 소개했다. 그는 "지금 당장 효용성 있는 수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보니 기업 내에서 경영진을 설득할 논리가 없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CSO는 또한 "규제의 불확실성과 투기판이라는 인식(토큰 판매에 대한 부정적 시각) 또한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사이버 보안 ▲신원 인증 ▲공증 ▲자산 토큰화 ▲로열티 프로그램(마일리지 포인트)▲공급망 관리 ▲사물인터넷(IoT) ▲해외 송금 ▲데이터 상호운용 등 산업 분야별 기업들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례가 소개됐다.

자산 토큰화와 로열티 프로그램 분야 실태를 발표한 제이크 림 크로스앵글 리서치 총괄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업 리스크가 크다. 블록체인의 거버넌스부터 (스마트계약) 프로토콜, 노드 운영 등을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 특히 참여자가 많아지고, 진짜 퍼블릭 블록체인이 되는 순간 (프로토콜)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프라가 부족해 '퍼스트 무버 디스어드벤티지(firts mover advantage)'가 크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싱가포르항공이 일찍이 로열티 프로그램에 프라이빗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현했지만 결제 등에 필요한 인프라가 없어 어려움을 겪은 게 대표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공급망 관리와 IoT 분야 발표를 맡은 한상우 낫포세일 리서치 1팀장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은 다른 기술의 확장과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면서 "블록체인 기반 농산물 공급망관리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도입되기 위해선 농장들에 IoT 관련 기반 시설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또 오라클 문제 해결도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과 공급망관리 모두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도 필요한데, 두 영역 모두 초기 단계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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