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마운트곡스 사건이 일어나면 어떤 판결이 나올까요?
[크립토 법률상담소] Case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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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희
한서희 2019년 3월25일 07:00
크립토 법률상담소. 이미지=금혜지

질문:


최근 일본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사의 전 대표인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es)에 대한 형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사전자적기록부정작출 및 동행사죄 부분은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의 형에 처해졌고 업무상 횡령죄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마운트곡스사와 같이 암호화폐 탈취(해킹)로 거래소가 파산하면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까요?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한서희 제공

한서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의 답변 :


일단 마운트곡스 파산 사건부터 요약해드리겠습니다.

마운트곡스는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이라는 판타지 게임에서 사용하는 카드를 거래하는 시장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비트코인 거래소가 없어서 단숨에 지배적인 비트코인 거래소로 성장했습니다. 2013년 4월엔 당시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70%를 취급하였다고 합니다.

그런 마운트곡스사에 불운이 닥쳤습니다. 2014년 2월 비트코인 시스템의 버그를 이용한 해킹 사건이 발생하여 85만개 비트코인(고객이 예치한 비트코인 75만개, 자사 소유 비트코인 10만개) 및 현금 미화 2,730만 달러를 탈취당했고, 그 이후 고객으로부터 지급받은 예탁금 지급 잔고에 대량 부족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2014년 2월25일 거래가 정지되었고, 동경지방재판소는 2014년 3월4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으며 2014년 4월24일 파산절차 개시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본 경찰은 마운트곡스 대표 카펠레스를 사전자적기록부정작출, 동행사, 업무상 횡령죄의 용의로 체포했고, 2015년 8월21일 위 죄명으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기소 내용은 카펠레스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고객의 자금 관리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약 3억4000만엔을 송금해 생활비, 집세, 가구 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가 있다는 것과 거래 시스템 데이터를 조작해 현금 잔액을 부풀린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동경지방재판소에서는 카펠레스에 대하여 횡령죄는 무죄, 사전자적기록부정작출 및 동행사죄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마운트 곡스의 전 CEO 마크 카펠레스. 사진=코인데스크
마운트 곡스의 전 CEO 마크 카펠레스. 사진=코인데스크


 

그러면 이제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될지 살펴보겠습니다.

 

1. 거래소 대표의 책임은?


거래소 대표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암호화폐 해킹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관리 소홀 등에 따른 책임을 질 수는 있을 것입니다.

만일 고객의 예탁금 내지 암호화폐로 자신의 집세를 내거나 생활비에 사용했다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대표의 지위를 이용하여 거래소 장부의 현금 예치금 수치나 암호화폐 숫자를 조작하였다면 사전자기록위작 및 동행사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전자기록위작 및 동행사죄를 한 것만으로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사전자기록위작 및 동행사죄를 저질렀다해도 고객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된 것은 아닙니다. 장부조작 후에 이를 다시 원상복귀 시켰고 고객의 인출요구에 대해서 모두 응하여 돈을 지급했다면 고객에게 민사상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형사상 사기죄가 문제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형사상 손해와 민사상 손해는 다른 개념입니다).

또한 탈취당한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거래소 대표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거래소 대표가 훔쳐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탈취를 한 해커에게 반환청구를 할 수는 있습니다.

Mt Gox CEO: I Don't Want Bankrupt Bitcoin Exchange's Billions
마운트 곡스


 

2. 거래소가 파산했다면 파산관재인에게 암호화폐 원물을 청구할 수 있을지?


만일 거래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킹만 발생했다면, 이용자가 거래소의 관리 소홀을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파산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거의 배상 받을 수도 없으므로 채권자로서의 지위가 아니라 소유권자로서 자신들이 예치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그 자체의 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일본 법원은 채권자들이 파산관재인에게 비트코인 원물을 반환해달라는 청구(법률 용어로는 환취권을 행사했다고 합니다)를 하자, 비트코인의 경우 관리 가능성이 없으므로 환취권 행사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비트코인이 재산적 가치가 없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부동산, 자동차와 같이 형체를 갖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암화화폐 그 자체를 돌려달라는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 거래소가 파산한 경우에는 어떨까요? 우선 개인키(비공개키)와 공개키가 있어야 인출이 가능하다는 특성만 보더라도,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의 배타적 관리 가능성은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본 판결이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배타적 관리 대상이라는 점만으로 원물반환청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도 현재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 법률관계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거래소에서는 대부분 장부거래를 하고 있고 장부상 이용자의 보유현황, 거래내역을 기장하면서 자신의 핫월렛에 보관 중인 암호화폐를 장부상 고객의 계정과 실시간 매칭을 시킨 후에 이용자들의 인출요구가 있으면 그때 그때 응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부적으로는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소유하고 이용자는 거래소에 대해 계정상 수량만큼의 암호화폐 반환청구권만 갖는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암호화폐 원물에 대한 환취권 행사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용자가 갖고 있는 권리는 무엇인가요? 암호화폐 원물의 반환을 청구하기는 어렵고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체 채권자들과 함께 빚잔치를 하게 됩니다.

거래소와 이용자의 법률관계에는 복잡한 문제가 있고 아직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상 거래소가 파산하면 이용자는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책적으로 거래소에게 피해보상보험을 들도록 강제하는 등 각종의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 관리를 위한 정책이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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