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보험사 코리안리 오너 일가가 암호화폐 도박과 사기에 연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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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박근모 2019년 4월2일 05:55
코리안리는 총자산 10조원을 넘어서는 국내 최대 재보험사다. 이미지=코리안리


 

아시아 최대 재보험사 코리안리 오너 일가 인사가 암호화폐 도박 사업과 암호화폐 판매 사기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인사는 자신이 코리안리 오너 일가라는 사실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안리의 최대주주로 이사회 의장을 지낸 고 원혁희 회장의 손자이자 원종규 현 코리안리 대표이사의 조카인 원아무개(34세)씨는 지난해 9월 암호화폐 투자사 알파랩스를 공동설립했다.

이미지=알파랩스 원아무개 대표 SNS 캡쳐


 

이에 앞서 2017년 12월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4년 간 다니던 우리 집안 소유의 회사를 나오게 됐다. 이제 다른 길을 가기로 했고, 대주주로서만 관여하지만 내 마음속의 코리안리는 평생 현직장일 것”이라며 “일단 내 손으로 뭐라도 해보려고 열심히 비트코인도 하고 돈도 모으고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원씨는 SNS에 수차례에 걸쳐 다양한 암호화폐에 투자해 이익을 봤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8년 5월, 임페리얼스타코인을 통해 본격적인 암호화폐 사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원씨는 임페리얼스타코인 한국 대표를 맡았다. 백서에 따르면 임페리얼스타코인은 엔터테인먼트, 금융, 부동산, 도박 서비스 등에서 사용 가능한 암호화폐다. 핵심 사업은 캄보디아 카지노 호텔 건설과 온/오프라인 카지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박 프로젝트가 꼽힌다.

원씨는 지난해 5월 SNS에 “(임페리얼스타코인이) OKEX, KUcoin, ZB 등에 상장 예정이며, 추후 전 세계 메이저 거래소 약 20여개에 상장된다”며 “프라이빗(세일)로 현재 20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받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암호화폐 관련 행사에서 원씨를 만난 적 있다. 원씨가 자신을 코리안리 대표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나중에 코리안리가 엄청난 기업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임페리얼스타코인 투자를 권유했지만, 백서를 살펴본 결과 투자 대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 더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페리얼스타코인 백서 중 일부 내용. 이미지=임페리얼스타코인


 

원씨는 지난해 10월 SNS를 통해 임페리얼스타코인이 지난해 5월 캄보디아에 임페리얼스타카지노와 호텔을 건설 중이며, 같은 해 11월부터 아시아 지역 프로모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중국, 홍콩, 마카오, 필리핀, 대만, 태국,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에서 호텔, 공연, 스포츠, 카지노, 영화제작, 온라인 게임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현재 해당 사업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또한 전 세계 여러 거래소에 임페리얼스타코인을 상장한다는 원래 계획과 달리 현재까지 그 어떤 거래소에도 상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임페리얼스타코인이 실제로 카지노와 같은 도박장 설립에 사용된다면 이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의 경우 도박장개설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 씨, 신 회장 외에도 알파랩스의 일원이 임페리얼스타코인을 홍보하고 있다. 이미지=SNS 캡처


이에 대해 원씨는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통화에서 “임페리얼스타코인은 카지노를 위한 코인이 맞다. 하지만 한국에서 모금된 금액은 수십억 원에 불과하고, 대부분 중국에서 투자금을 유치했다. 사업 진행상황은 중국 쪽에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 거래소 상장은 현재 전체적인 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시기를 두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리안리 대표 아들이라는 것은 와전돼서 전해진 것 같다. 현 코리안리 대표는 삼촌이고, 할아버지가 코리안리 창업주는 맞다"고 말했다.

원씨는 또 ‘제서(Zethr)게임’이라는 암호화폐 기반 도박 게임에도 손을 댔다. 이 게임은 이더리움을 충전해 슬롯머신, 카드, 주사위 등 도박을 하는 형태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도박은 카드인데, 먼저 카드를 구입한 사람이 나중에 카드를 구입한 사람들의 구입금액 일부를 가져가는 형태다. 현실의 다단계 사기와 똑같은 구조다.

제서게임 중 다단계 방식의 카드 도박 모습. 이미지=제서게임


제서게임 참여를 제안받았다는 다수의 제보자들은 알파랩스가 지난해 9월 이 게임을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제보자는 “(원씨와 알파랩스를 공동창업한) 신아무개 알파랩스 회장이 ‘제서게임은 먼저 참여하면 무조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나 주변 사람들을 이 게임에 끌어들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신 회장뿐만 아니라 원씨도 제서게임을 같이 하자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더리움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이더스캔을 통해 살펴보면 이 게임은 4만6435번 플레이됐고, 여기에 들어간 금액은 약 20억 원에 달한다.

역시 도박죄에 해당할 여지가 매우 크지만 원씨는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씨는 “제서게임이 다단계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초기에 참가하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해봤다. 초기에 제서게임을 했지만 생각보다 큰 이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알파랩스가 암호화폐 판매 사기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알파랩스의 이아무개 이사, 송아무개 이사 등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수서경찰서와 올 3월 26일 서울 중앙지검에 접수된 고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9월부터 현재까지 네이버 라인의 자체 암호화폐 링크(LINK), 카카오가 준비중인 암호화폐 클레이, 빗썸 인수작업을 진행중인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주도하는 BXA, 비고고, 비센트 등의 암호화폐를 구입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았다. 알파랩스를 통해 암호화폐를 구입하고자 했던 한 제보자는 "내가 알파랩스에 암호화폐를 구입하겠다고 보낸 금액만 5억 원이 넘는다. 또 내가 아는 이들 중에는 알파랩스에 30~40억 원 이상 넣기도 했다. 그 금액을 다 합치면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약속한 암호화폐를 투자자들에게 나눠주지도, 투자금을 돌려주지도 않고 있다. 라인의 링크와 카카오의 클레이는 암호화폐 판매를 진행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투자자들이 살 수 있는 암호화폐가 아니다. 라인 관계자는 “링크를 주겠다며 투자금을 모으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모두 사기”라고 말했다.

알파랩스가 암호화폐 판매 대금으로 받은 이더를 후오비로 이동시켰다고 제보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미지=이더스캔


 

다수의 제보자들은 투자자들이 알파랩스에 보낸 암호화폐(이더리움)가 국외 거래소에서 현금화됐다고 주장한다. 몇몇 제보자들이 밝힌 알파랩스 지갑주소를 이더스캔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다수의 지갑을 통해 총 1만5000ETH가 이들 지갑으로 입금됐다. 당시 시세로 계산하면 37억원이 넘는다. 이들 외에도 알파랩스에 돈을 보낸 투자자가 존재한다고 제보자들은 주장하는 만큼 알파랩스로 들어간 자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이들 지갑의 ETH 일부가 OKex, 바이낸스, 후오비 등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지갑으로 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알파랩스가 이미 투자금을 빼돌렸다는 게 제보자들의 주장이다. 원씨를 비롯한 알파랩스 소속 인사들은 SNS에 수시로 새로 구입했다는 람보르기니, 벤틀리, 마세라티, 벤츠, 페라리 등 수억원 대의 차량을 자랑했다.

알파랩스의 인사 중 한명이 자신의 SNS에 페라리 구입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SNS


 

한 제보자는 “코리안리 오너 아들이라는 원씨를 비롯해 배경이 화려한 사람들이 알파랩스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믿고 투자를 했다. 이들이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안리는 “원씨가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와 친인척 관계인 것은 맞지만, 원씨는 코리안리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몸담고 있는 임페리얼스타코인, 알파랩스 등과 코리안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코리안리는 1963년 국영기업인 대한손해재보험공사로 출범, 1978년 민영화됐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부실화된 회사의 지분을 원혁희 회장이 인수, 최대주주가 됐다.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라는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 지난 2013년 기준 세계 9위(수재보험료 기준), 아시아 1위(보유보험료 기준) 재보험사로 성장했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코리안리의 시가총액은 26일 종가 기준 1조942억원, 2017년 매출액은 9조1168억원이다. 원종규 현 코리안리 대표이사는 원혁희 회장의 셋째 아들로, 코리안리 지분 3.57%를 보유하고 있다. 알파랩스 대표 원씨의 아버지는 원 회장의 둘째 아들로, 코리안리 지분 3.48%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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