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리가 뒷이야기…’합법’에서 ‘무법’으로
연례 주총을 한번도 소집하지 않았고, 높은 수익에도 배당금 한푼 지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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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 2019년 4월4일 07:00
From Law to Lawlessness: Bits of the Untold QuadrigaCX Story

* 글쓴이 크리스틴 두하이메는 밴쿠버의 법무법인 두하이메(Duhaime Law) 소속 변호사다.




캐나다 암호화폐 거래소 쿼드리가(QuadrigaCX)가 처음 막 문을 열었던 시절을 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무수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보다 소설에 가깝다. 필자는 2015년 당시 쿼드리가의 증권법 전문 변호사들을 도와 사업설명서 초안을 만들고 규제 당국과 이견을 조율하는 일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당시 필자는 6개월 만에 쿼드리가 업무에서 손을 떼야 했다. 하룻밤 사이에 쿼드리가가 무법의 길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하드포크가 단행된 블록체인처럼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진 듯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무법’이란 규제를 철저히 무시한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 자세히 설명하기 전에, 쿼드리가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당시 내가 쿼드리가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쿼드리가가 캐나다 전역에서 다양한 관계 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FinCEN)에 해당하는 캐나다 금융거래 및 보고분석국(FINTRAC)에 등록돼 있었고, 미 국세청(IRS)이 화폐서비스사업자(MSB)로 등록된 미국 거래소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검사와 비슷한 거래소 준법 검사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쿼드리가는 캐나다 2개 주 규제 당국에 사업 관련 보고를 하고 있었는데, 미국 시장에 빗대어 본다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해당하는 규제기관 2곳이 동시에 쿼드리가의 활동을 감독하는 것과 같았다. 쿼드리가는 또 퀘벡주 증권 감독기관에 등록돼 돈세탁 여부를 감시받는 회사이기도 했다.

내가 쿼드리가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한 또 다른 이유는 쿼드리가가 고객의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는 콜드스토리지 지갑에 대해 보험을 들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년 전인 2015년의 일이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콜드스토리지 보험에 가입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화젯거리가 되던 시절이었다.

당시 쿼드리가의 법률 업무를 지원하는 법무법인은 총 4곳이었다. 2곳은 캐나다 법무법인이었고, 나머지 2곳은 특정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곳으로 두하이메가 여기 속한다. 쿼드리가는 이뿐 아니라 공인회계사를 고용해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트코인 거래, 거래소 자금, 고객 보유 자산에 대한 재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별도의 회계법인에서 감사관을 고용해 재무 보고서에 대한 감사를 맡기기도 했다.

2015년 당시 암호화폐 거래소가 감사관을 고용해 재무 보고서 감사를 맡긴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그 당시 쿼드리가는 오늘날 대부분의 거래소보다도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초창기 쿼드리가   


당시 쿼드리가는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소를 설립하려 하고 있었다. 결국 발도 제대로 떼기 전에 계획은 무산됐지만, 한 가지 성과는 있었다. 금융기관의 문턱을 낮춘다며 전 세계 난민들을 위한 결제 앱을 만든 것인데, UN이나 난민들이 은행 결제 시스템이 없는 지역에서도 비트코인을 이용해 결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이었다.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그렇지만 나 역시 개인적으로 금융기관의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시간과 재능을 투자해 쿼드리가와 함께 일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알기로는 블록체인 연구소를 설립하고 금융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비트코인 결제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쿼드리가가 세계 최초다.

당시 쿼드리가의 비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는 세계 최초의 상장 거래소, 두 번째는 우수한 운영 성과를 내 업계 최고의 기업이었다. 결국 첫 번째 목표에서는 멀어지게 됐지만, 내가 떠난 이후에도 쿼드리가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4년 갓 개발한 플랫폼에 직원은 달랑 4명뿐이던 회사가 35만 명의 고객을 거느린 캐나다 최대 거래소로 탈바꿈한 것을 보면 두 번째 목표는 분명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쿼드리가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려면 한 가지 사실을 더 알아야 한다. 필자가 합류하기 반년 전, 쿼드리가는 법원의 승인 아래 3개의 회사로 분리됐다. 그 과정에서 쿼드리가에는 기존 운영진이 잘 알지 못하던 전혀 새로운 주주들이 대거 참여하게 됐다. (네 번째 회사는 나중에 세워졌다.)

필자는 쿼드리가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헐값에 매입한 자산의 가격을 부정한 방법으로 폭등시켜 차익을 챙기려는 세력의 모략에 휘말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도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으므로 쿼드리가가 정말로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렸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쿼드리가 운영진이 기술자들었다는 점이다. 경쟁력 높고 야망도 많은 기술 천재들은 밴쿠버 자본 시장에 대한 현실성이 떨어졌을 수 있다.

 

쿼드리가 주주들의 문제


쿼드리가에 관해 확인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은 얼마든지 더 있다.

최근 필자와 필자가 속한 법무법인 두하이메가 당한 일이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대법원에서 쿼드리가 채권단 보호 소송이 막 시작됐을 무렵, 누군가 우리에게 쿼드리가의 주요 기밀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SNS를 통해 두하이메의 명예에 흠집을 내고 손해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당국에 우리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제보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당연히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기밀 정보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태가 벌어진 이후 소송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주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 자칫하면 쿼드리가와 한통속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쿼드리가 사태에 자신의 재산이 걸린 사람이라면 다른 피해자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하이메도 쿼드리가의 대주주 중 하나로 10만 달러 넘는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끼리 서로 창끝을 겨누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지금쯤이면 쿼드리가와 관련된 기록이나 문서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쿼드리가 관련 기록은 사실 차고 넘친다. 법원 기록, 회계 기록, 감사가 완료된 재무 보고서, 은행 기록, 계약 기록, 거래량 기록 그리고 가장 중요한 콜드스토리지 보험 기록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콜드스토리지 보험은 내가 쿼드리가를 떠난 이후에도 적어도 1년은 유지됐고, 어쩌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먼저 쿼드리가 측 변호인단에 서면으로 연락해 두하이메가 보관하고 있는 쿼드리가 관련 문서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소송에 도움이 된다면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 밖에 쿼드리가의 주주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여기서도 사실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쿼드리가가 3개의 회사로 나누어져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뒤에 설립된 회사 한 곳을 포함해 4개 회사가 맞다. 다시 말하면 쿼드리가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은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한편 쿼드리가가 2016년 초까지 주주들에게 발행한 지분 대부분을 취소하거나 회수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실제로 내가 쿼드리가를 떠난 2016년 초 당시 남아있던 주주들은 몇 되지 않았고, 현재 공개된 주주 목록은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쿼드리가 주주 3명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동안 쿼드리가는 연례 주주총회를 단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으며, 높은 수익을 기록했지만  지난 3년간 단 한푼의 배당금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쿼드리가의 운영에 대한 그 어떤 사안이나 방향성에 대해서 주주들이 투표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정의 순간


쿼드리가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뉴스가 쏟아질 것이다. 몇 년 전 어느 날 아침 쿼드리가의 CEO 제럴드 코텐(Gerald Cotten)이 갑자기 거래소 상장 추진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고, 그 순간 필자와 쿼드리가의 인연도 끝이 났다. 그리고 같은 날 그는 자신이 말하는 ‘법과 질서’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와의 계약을 종결시켰다. 회계사와 감사관, 그리고 규제 전문 변호사였던 필자도 하루아침에 쿼드리가와 연을 끊어야 했다.

이후 코텐은 쿼드리가의 모든 것을 혼자 운영하며 마치 투자자도, 주주도, 규제도, 법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쿼드리가는 상법, 증권법, 돈세탁방지법, 계약법 등 그 어떤 법이나 규제도 안중에 없는 듯 거래소를 운영해 왔다. 해고된 뒤 코텐과 대화를 나눈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그가 왜 그렇게 전격적으로 규제를 무시하기로 결정했는지 모르겠다. (올해 1월 쿼드리가는 코텐이 지난해 12월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쿼드리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특정 지갑 몇개에 1억 3,700만 달러가 보관돼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9천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관하고 있어야 할 지갑들은 왜 텅텅 비어있는 건지, 비트코인 외 암호화폐 4,500만 달러를 보관하고 있는 다른 지갑들의 주소는 왜 공개할 수 없는지, 왜 그 어떤 법무법인도 고객 자산 보존을 위해 마레바형 압류 명령(Mareva injunction)을 신청하지 않았는지, 쿼드리가와 증인, 증거가 대부분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법원의 관할하에 있는데 왜 노바스코샤주에서 이번 소송을 진행하는지, 쿼드리가 관련 기록이나 문서가 없다는 진술은 도대체 왜 나오는 건지, 마지막으로 왜 쿼드리가 주주들은 운영이 멈춰버린 거래소와 거래소 자산을 토큰화해 부분적으로나마 운영을 재개함으로써 고객들이 자산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는지. 이 모든 의문들은 나 역시 궁금한 사항들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법과 질서’와 관련된 사람이란 이유로 쿼드리가에서 해고된 것이 지금 보면 엄청난 행운이었다는 것이다.

두하이메 법무법인이 쿼드리가와 함께 일했던 기간은 2015년으로 당시 캐나다에서 시행되던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 대상 규제와 법이 쿼드리가에 적용되고 있었고, 쿼드리가와 거래하는 은행이 있었고, 쿼드리가가의 재무제표는 감사를 받았고, 고객들의 자산은 콜드스토리지 보험으로 보호받던 시절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필자가 지금 시점에 이런 글을 쓴 이유에 대해서다. 사실 나는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고객의 자산을 보관하는 모든 거래소는 한층 더 강한 규제와 감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쿼드리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그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한때 규제 기관의 빈틈없는 감독을 받으며 건전하게 운영되던 쿼드리가가 왜 한순간에 그 규제를 깡그리 무시하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원인과 경과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쿼드리가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의문들이 풀리지 않는 이상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암호화폐 업계도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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