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사업가→투자자→사업가…“실행 없으면 무의미”
[인터뷰] 황성재 파운데이션X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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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19년 4월10일 09:00
블록체인 투자 및 액셀러레이팅 기업 파운데이션X의 황성재 대표가 지난달 대표직을 사임하고 새 브랜드 ‘X액시스(X-Axis)’를 출범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재학 시절 황 전 대표는 발명가로 유명했다. 보유 특허 개수만 300개가 넘는다. 발명가에서 사업가로, 그리고 투자가로 옮겨갔던 그가 다시 사업가로 돌아가기로 한 이유는 뭘까.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1일 그를 만나 앞으로 구상을 들었다.

https://www.facebook.com/romanticjay/posts/10215784178109996

황 전 대표가 대학원 재학 시절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로 감수를 맡은 어린이 학습 만화 '내일은 발명왕’ 시리즈.

 
"근본은 똑같다. 나는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만들어서 그걸 제품에 적용해 세상에 소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발명가다. 그 도구가 창업이 될 수도, 투자가 될 수도 있는 것뿐이다."

대학원 재학 당시 황 전 대표가 발명과 특허 출원에 매달린데는 이유가 있다.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 연구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밤새 영어 논문으로 풀어 써 SCI 저널에 실려 봐야 1000명이 읽을까 말까였다.

반면, 연구 성과를 특허로 낸 뒤 실행력을 갖춘 기업에 이전하면 널리 쓰였다. 당시 그는 특허 기술 약 30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이전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13년 휴대전화 한글 입력 기술을 삼성전자에 1억 5천만원에 이전한 게 대표적이다.
"내 기술이 1천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제품에 들어가기도 하고, 1억명 넘는 이용자를 가진 기기에 적용되는 걸 보니 재밌었다. 내가 만든 가치로 세상을 작게나마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직접 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하게 됐다."

4년 뒤 발명가가 아닌 '기업가 황성재'가 다시 삼성전자를 찾았다. 이번엔 직접 세운 회사의 인수·합병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그때 그 학생, 한참 연락이 없어 궁금했다’며 반색했다. 황 전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대화형 인공지능 스타트업 플런티(Fluenty)가 2017년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최초로 삼성전자에 인수된 배경이다.

황성재 파운데이션X 파트너. 사진=황성재 제공


 

이런 경험은 황 전 대표가 퓨처플레이와 파운데이션X에서 투자가로 일할 때도 실행을 맨 앞에 두고 사고하게 했다. 황 전 대표가 인터뷰 진행 한시간여 동안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도 '실행’이다.
"창업가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도구로서의 미래를 일단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 도구로 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서 창업가의 언어인 실행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황 전 대표는 파운데이션X를 이끄는 동안에도 "실행에 도전하는 창업가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파운데이션X는 모두가 플랫폼 블록체인에 관심을 둘 때부터 댑(DApp) 개발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시장에서 서비스와 이용자를 확보한 왓챠의 콘텐츠 프로토콜, 스포카의 캐리프로토콜, 우먼스톡의 스핀프로토콜 등 리버스 ICO(이미 상용화된 플랫폼·서비스의 ICO) 프로젝트에 다수 투자했다. ICO를 통한 토큰 판매 대신 기술 개발에만 전념하는 팀이어도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를 실행에 옮길 잠재력 있는 팀이라면 투자했다.

AB180의 '에어블록 프로토콜'처럼 모회사 퓨쳐플레이가 기존에 진행한 투자 포트폴리오에 파운데이션X가 추가 투자를 진행한 일이 잦았던 것 또한 실행력을 검증받은 블록체인 팀에 투자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일반 기술 기업 투자와 블록체인 기업 투자의 차이를 묻자, 황 전 대표는 통계와 자신의 경험을 구분했다.
"ICO 기업에 투자할 경우 일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1년 내 실패 확률이 두 배 이상 높다는 통계가 있다. 한참 블록체인 거품이 있을 땐 브랜드 파워만 보고 투자하거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좋은 투자처를 놓칠 것을 우려한다는 의미)'를 없애려고 급히 투자를 진행한 일도 있었다.

그런데 경험상 그런 방식의 투자는 업계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일반 기업 투자와 블록체인 기업 투자가) 점점 똑같아져 갈 거라고 2년 전부터 내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토큰 구매를 통한 투자뿐 아니라 지분 투자도 했다."

황 대표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은 그가 다시 본격적인 '자기 사업'에 나서게 했다. 최근 황 전 대표는 특히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로봇, 그리고 드론 등 기술과 블록체인의 접목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황 대표는 우선 외식업 기업 '월향'과 푸드테크 기업 '육그램'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퓨처 푸드 사업 레귤러6에 기술 지원을 한다. 레귤러6가 서울시 강남구 엔타워 지하에 조성 중인 '라운지X' 공간 일부에 로봇이 커피를 내려 서빙하는 무인 카페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기를 숙성하는 에이징(숙성)룸 등이 마련된다. 블록체인 기반 멤버십 및 결제 시스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기술 발전은 단일 분야만 갖고 이뤄지지 않는다. 인터넷이 발전해 데이터가 많이 쌓인 덕에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발전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해야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잘 움직일 수 있다. 과거 퓨쳐플레이가 블록체인 영역에 빨리 들어온 것도, 기존에 투자한 기술에 블록체인을 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응용을 시도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실험을 해 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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