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거래 95%가 가짜? 나머지 5%는 진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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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 2019년 4월5일 07:00
Fake Volume on Crypto Exchanges Isn’t the Half of It

이미지=Coindesk

얼마전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 Asset Managemen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BTC) 현물 거래의 95%가 허위로 신고되는 가짜 거래라고 주장했다. 비트와이즈가 보고서에 인용한 근거들은 대부분 사실로 보이지만, 함께 짚어줘야 했는데 빠진 부분도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을 성숙한 자산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직 비트코인 시장은 전통적인 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에 비하면 정교함이 떨어진다. 비트와이즈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부풀려지는 일이 만연한 가운데서도 비트코인이 성숙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를 효과적으로 제시하며 전반적으로 설득력 있게 주장을 풀어나갔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아직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새로운 자산에 속하는 만큼 비트와이즈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인정하고 함께 언급했어야 한다.

 

‘진짜 거래’ 5%도 문제가 있다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거래량을 허위로 신고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 정보 제공 업체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이 발표하는 암호화폐 거래량도 있는 그대로를 정직하게 발표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거래를 제외한 나머지, 즉 비트와이즈가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는 ‘진짜 시장’이라고 분류한 거래소 10곳 중에서도 특히 2곳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비트와이즈가 실제 거래량을 있는 그대로 신고한다고 분류한 10개 거래소는 다음과 같다.



이 가운데 바이낸스(Binance)와 비트파이넥스(Bitfinex) 등 2곳에서 비트코인 현물 거래의 50% 이상이 일어난다고 비트와이즈는 설명했다. 그만큼 두 거래소가 중요하다는 뜻인데, 의외로 이 2곳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더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다음 그림을 살펴보자. 비트와이즈 보고서에서 가져온 슬라이드인데, 보다시피 바이낸스와 비트파이넥스의 거래량 그래프는 빠져 있다.



두 거래소 모두 주요 거래은행이 없다는 점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비트와이즈의 보고서에 포함된 나머지 거래소들은 대개 주요 거래은행이 있었다.

규제 측면에서 봤을 때도 두 거래소를 ‘진짜 시장’으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바이낸스는 증권으로 분류될 소지가 작지 않은 토큰을 팔아 자금을 조달했고, 그 어느 시중은행과도 정상적인 거래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비트파이넥스도 주요 은행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으며, 한때 웰스파고(Wells Fargo) 은행과 법적 다툼을 벌인 적도 있다.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사실은 두 거래소 모두 테더(USDT)를 취급한다는 점이다.

 

테더 문제


테더는 옴니프로토콜(Omni protocol, 예전 마스터코인)을 기반으로 블록체인에서 구동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출시됐다. 테더 백서는 테더의 가치가 미국 달러와 1:1 비율로 고정돼 있으며,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s)’이라는 방식을 적용해 스테이블코인을 운영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발행된 테더량과 동일한 양의 달러가 준비금으로 항상 마련돼 있어야 하고, 정기 감사를 통해 이를 검증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하자면 현재 유통되는 테더 전량을 맞바꿀 수 있는 달러화가 어딘가 은행 계좌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언제라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비트와이즈는 암호화폐는 암호화된 퍼블릭, 프라이빗 키가 있어서 관련 거래나 예치금 잔액을 감사하고 검증하기가 다른 어떤 자산보다도 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가 잘 알다시피 테더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감사를 받아 준비금 잔액을 증명한 적이 없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테더가 처음 고용한 감사기관은 테더의 준비금을 증명하는 작업이 너무 복잡하다며 감사를 완료하지 못하고 손을 뗐다. 이후 다른 외부 감사기관이 테더와 협의에 나섰다는 소식은 있었지만, 정식으로 테더가 달러화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잔고를 검증한 감사 보고서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테더 토큰을 발행하는 테더(Tether Ltd.)도 비트파이넥스와 마찬가지로 거래은행 문제가 있다. 비트파이넥스와 테더가 서로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은 일이다.

실은 비트와이즈도 보고서에서 테더를 진정한 스테이블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다음 그래프를 보면 명확해지는데, 테더가 진정한 스테이블코인이라면 이론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테더 가격이라는 말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1달러로 테더 한 개를 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테더 가격이 1달러에 정확히 연동되지 않다 보니 비트코인을 놓고 거래할 때도 프리미엄이 발생했다.


 

그렇지만 실제 테더의 가격은 잠깐이지만 한때 개당 $0.87까지 떨어지는 등 부침을 거듭했고, 그 결과 같은 비트코인 가격이 달러화로 살 때와 테더 토큰으로 살 때 눈에 띄게 차이가 날 때도 있었다. 이런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한 테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볼 수 없다.

테더가 스테이블코인이라면 테더 가격 그래프는 개당 1달러에 고정된 직선이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불완전한 스테이블코인이지만, 테더는 비트파이넥스와 바이낸스에서 달러화에 연동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쌍으로 계속 쓰이고 있다.

 

블록체인 투명성 연구소(The Blockchain Transparency Institute)


비트와이즈 보고서에는 ‘블록체인 투명성 연구소’라는 기관이 등장한다. 비트와이즈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부 기관의 연구 결과와 비교한 것이다. 두 기관 모두 허위로 거래량을 신고하는 거래소가 56곳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비트와이즈는 이를 토대로 업계 전반에 ‘진짜 비트코인 시장의 실체’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퍼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블록체인 투명성 연구소라는 기관은 그 이름과 달리 투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홈페이지를 봐도 누가 운영하는지, 비영리 기관이라면 이사회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홈페이지에는 그 흔한 ‘기관 소개’ 도 없다. 다만 ‘협력 기관’ 정보에 들어가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비트와이즈가 후원자 목록에 덩그러니 포함돼 있다.



왜 비트와이즈는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투명성 연구소를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을까?

 

추가 의문들 


비트와이즈가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것 자체는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가 관행처럼 거래량을 왜곡하는 문제는 누군가 나서서 상세하게 밝혀야만 하는 문제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받아보는 규제 당국은 다음 몇 가지 주요 사항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꼼꼼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1. ‘진짜 시장’으로 분류되는 10개 거래소에 바이낸스가 포함된 이유는 무엇인가?


보고서에 언급된 10개 거래소 중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FinCEN)에 화폐서비스사업자(MSB)로 등록되지 않은 거래소는 바이낸스가 유일하다. 비트와이즈는 그런 바이낸스가 10개 거래소 가운데 가장 많은 ‘진짜 거래’를 취급한다고 말한다. (전체 거래량 중 40.47%를 차지)

  1. 비트와이즈의 보고서에는 바이낸스와 비트파이넥스가 ‘진짜 시장’ 안에서 가장 많은 거래를 처리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즉 두 거래소의 영향력이 제일 크다는 뜻인데, 이들의 운영 방식을 보면 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검증되지도 않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트와이즈는 보고서에서 바이낸스와 비트파이넥스가 전체 ‘진짜 거래량’의 54.41%를 취급한다고 설명한다.

  1. 블록체인 투명성 연구소의 실체는?


블록체인 투명성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허위로 신고되는 거래량이 가장 적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바이낸스와 비트파이넥스다. 그런데 이 두 거래소는 그 어떤 시중은행과도 정상적인 거래를 하지 않고 있으며, 거래에 이용하는 스테이블코인도 제대로 된 규제를 받지 않는 테더다.

비트와이즈가 규제 당국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자체적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한 것은 마땅히 인정받아야 할 만하다. 다만 비트와이즈의 연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허위가 아닌 실제로 이뤄지는 비트코인 현물 거래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거래소가 주요 거래은행도 제대로 없고, 준비금을 증명하기 어렵고 사실상 제대로 된 규제도 받지 않는 유사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결국 비트코인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불안정한 시장이라는 방증일 뿐이다.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언젠가는 비트코인 시장이 지금보다 더 안정되는 날이 올 것이고,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를 일이고, 그만큼 인내심이 필요하다. 규제 당국도 지금쯤이면 차분하게 사실과 석연치 않은 부분을 분별해낼 수 있는 혜안을 갖췄으리라 생각한다.

 




* 글쓴이 다니엘 코리는 암호화폐 투자 기업 팩텀 캐피털의 CEO다. 앞서 코인데스크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기도 했던 코리는 곧 출간할 책 '마스터링 블록체인'을 썼다.

** 본 칼럼의 주장은 코인데스크코리아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한 저자 개인의 의견이다. 이 칼럼은 증권이나 특정 자산의 거래를 권하는 내용이 아니며, 칼럼에 등장하는 정보도 투자, 금융, 법률, 세무, 회계 관련 전문적인 조언이 아니라 사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일 뿐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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