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트 출시가 계속 미뤄지는 이유
CFTC 지안카를로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보면 규제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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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hilesh De
Nikhilesh De 2019년 4월27일 12:00
CFTC Chair Giancarlo Hints at What’s Holding Back Bakkt’s Bitcoin Futures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CFTC 회장. 사진=코인데스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개발한 비트코인 선물 거래 플랫폼 백트(Bakkt)에 대한 규제 당국의 승인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제이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위원장이 암호화폐 규제에 관해 평소 언급한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백트의 승인이 늦어지는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여러 이유 중에서도 백트가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와 함께 모기업인 미국 ICE 청산소(ICE Clear US)를 통해 청산 서비스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규제 당국으로서는 백트에 대한 규제 범위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청산소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백트의 승인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CFTC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백트는 언제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까?

사실 지난해 여름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소유한 모기업 ICE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 플랫폼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부터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모두의 관심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백트의 출시는 이미 두 차례나 연기되었고, 현재로서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 상태다.

이처럼 백트의 승인이 미뤄지는 이유가 기술적인 문제보다 규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유는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익명의 소식통들이 전하는 각종 소문과 추측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백트가 정식으로 출시되려면 CFTC의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최근 백트의 CEO 켈리 로플러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CFTC 측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기사와 관련한 코인데스크의 질문에도 백트 측은 답하지 않았다)

백트의 승인과 관련해서는 CFTC도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따라서 CFTC의 승인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인데스크는 5월 열리는 콘센서스(Consensus) 행사를 앞두고 진행한 연재 인터뷰에 CFTC의 지안카를로 위원장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암호화폐 자산을 바라보는 CFTC와 규제 당국의 전반적인 견해를 들어볼 수 있었다. 지안카를로는 지난해 2월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암호화폐를 섣불리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일약 스타가 됐다. ‘암호화폐 대부(#CryptoDad)’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 CFTC가 승인을 검토 중인 상품이나 업체에 대해 정확한 언급은 피했다. 그러나 암호화폐라는 최신 상품이 45년 역사의 CFTC 규제와 부딪치는 각종 문제를 언급하면서 선물 상품에 대한 CFTC의 규제 기준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지안카를로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의 행간의 의미를 읽는다면, 현재 백트가 CFTC 승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 몇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80년째 변하지 않은 프로토콜


지안카를로 위원장은 ‘암호화폐의 대부’라는 자신의 별명을 언급하며 미국의 파생상품 관련 규제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암호화폐 업계의 모든 절차는 특정 프로토콜에 바탕을 두고 있다. 법도 일종의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CFTC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상품거래소법(Commodity Exchange Act)은 1936년에 제정된 것으로 무려 80년도 더 지난, 오래된 법이다. 이 법은 상품 거래와 관련된 내용을 수천 페이지에 걸쳐 방대하고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지안카를로는 이어 “미국의 상품거래소법은 1860년대부터 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해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규제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 형태로 완성되었다”며, “파생상품과 관련한 규제는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관할 영역이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거래소와 파생상품, 중개업자, 청산소 등은 연방 정부가 감독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은행이나 신탁 기관이 맡아 보관하는 현금 같은 금융 자산은 주법 혹은 전국적으로 적용하는 별도의 규약을 정해 규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자산을 보관하는 상품 보관소는 넓은 의미에서 모두 수탁 기관으로 분류돼 주 정부나 미국 농림부의 규제를 받는다. 자산을 바탕으로 체결한 선물 계약이 만기가 되면 해당 자산을 계약 내용대로 전달하는 일도 수탁 기관이 하는 일이다. 지안카를로는 기존의 청산소의 기능과 연관 지어 설명을 이어나갔다.

“CFTC의 규제를 받는 청산소가 있기는 하지만, 청산소들은 각종 자산과 증권을 주 정부의 규제를 받는 수탁 업체나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규제를 받는 은행에 맡겨놓고 청산을 진행한다. 즉, 개별적으로 자산을 어디에 보관하고 맡겨놓을지는 기관과 업체의 선택 사항이라는 뜻이다.”

이와 함께 지안카를로는 현재 CFTC의 당면 과제 중 하나로 “선물 상품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기능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꼽았다. 이는 계약 만기일에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비트코인을 실제로 제공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관련된 고민이다.

지난 2017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출시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계약 만료 시 비트코인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 만큼을 달러로 지불하지만, 백트는 계약한 만큼의 비트코인을 직접 현물로 지급한다. 백트는 현재 에리스엑스(ErisX), 시드CX(Seed CX), 레저엑스(LedgerX) 등의 스타트업과 함께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파생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안카를로 위원장은 이에 관한 CFTC의 규제에 관해 이렇게 언급했다.

“CFTC의 기존 법으로도 달러가 아닌 암호화폐 실물로 지급하는 선물 상품을 규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고객이 청산 기관에 자산을 보유하겠다고 선택하지 않는 한 해당 고객의 자산은 당국의 승인을 받은 신탁 기관이나 은행을 통해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안카를로의 이러한 발언에서 CFTC가 백트의 승인을 미루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앞서 ICE가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면, 당초 ICE는 자체적인 디지털 ‘보관소’를 통한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ICE는 은행도, 정부의 승인을 받은 수탁 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지안카를로가 언급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18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백트는 현재 뉴욕주로부터 수탁 기관 면허를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해 둔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위험이 분산되는 문제


청산소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중개 기관으로서 양측의 거래가 계약서의 내용대로 문제없이 완료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청산소는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위험을 줄여주는 기능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011년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청산소가 있다고 거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청산소에 참여하는 여러 거래 관계자들이 위험을 나누어서 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청산소가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순간 청산소에 참여하는 이들이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에서 비롯되는 각종 위험에 함께 노출되는 셈이다. 이때 청산소가 비트코인을 보관한다는 것은 프라이빗키를 맡아 고객의 자산을 직접 보관하는 것은 아니고, 거래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선물 계약의 비트코인 매도와 매수 시점 사이에 비트코인을 잠시 맡아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관해 지안카를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부분이 비트코인 선물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청산소 내 각 참여자는 다른 참여자의 비트코인을 보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금리 변동이나 선물 거래 시의 각종 위험을 나누어 지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말 시카고상업거래소와 시카고옵션거래소가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처음 출시했을 당시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미국의 선물산업협회(Futures Industry Association)는 해당 선물 상품의 출시를 허가한 CFTC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을 정도다. 당시 협회는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비판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지금까지 백트가 밝힌 내용을 간략히 종합해보면, 다음날이 만기인 만기 1일짜리 선물 상품의 청산 과정을 모기업인 ICE 내 청산소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청산소는 중개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다.

따라서 백트의 계획대로라면 비트코인을 어떻게 보관하고 수탁 서비스를 하든 결국 해당 비트코인은 미국 ICE 청산소를 통해 매수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이 앞서 언급한 위험 부담 문제와 직결된다. 즉, 비트코인을 잠시라도 맡아 전달하는 역할을 굳이 ICE 자체 청산소가 맡는 데 반대할 청산소 내 참여자들과 어떤 식으로 위험을 부담할지, 그리하여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코인데스크는 미국 ICE 청산소의 여러 참여자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대다수는 응답을 거부했다.

이 가운데 미국 ICE 청산소의 참여사로 웨드버시 증권(Wedbush Securities)의 확정금리부 증권 및 화폐, 상품선물 사업 부문의 밥 피츠시먼스 부사장은 ICE 청산소가 비트코인을 맡아 보관했다가 전달하는 기능을 맡아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피츠시먼스는 다만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ICE 청산소는 단지 비트코인의 청산 과정만 진행할 뿐 현물 비트코인을 비롯해 모든 형태의 현물 디지털 거래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안다.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인데, 선물 거래의 관점에서 보면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웨드버시 증권사의 견해가 암호화폐 업계를 대표하는 견해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이러한 견해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꽤 오래전부터 암호화폐 업계에 관심을 보여 온 웨드버시는 지난 2013년 비트코인 관련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코인베이스 출범 초기에 직접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레저엑스의 등장


이처럼 각종 규제로 인해 백트의 출시가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초로 비트코인을 현물로 지급하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라는 타이틀은 다른 업체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 주인공은 바로 레저엑스(LedgerX)다. 지난 2014년 설립한 레저엑스는 3년 후인 2017년 CFTC로부터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를 승인받아 미국 내 고객들에게 스왑 거래와 옵션 거래를 제공해왔으며, 앞으로 수주일 내로 현물 결제 방식의 선물 상품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레저엑스의 CEO 폴 초우는 “레저엑스는 설립 당시 CFTC로부터 스왑거래 플랫폼(Swap Execution Facility, SEF)으로서의 지위와 함께 파생상품 청산소(Derivatives Clearing Organization, DCO)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승인을 받기까지는 백트처럼 다소 시일이 걸렸다”고 언급했다.

“2017년 최종 승인을 받기 2년 전에는 출시 예정 상품과 관련해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체적인 검증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서 비로소 현물 결제 방식의 스왑 및 옵션거래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CFTC의 규정에 따르면 신상품을 출시하려는 금융회사는 승인 신청서 제출에 앞서 해당 상품의 법적, 제도적 요건의 충족 여부와 관련해 여론을 수렴하는 등 검증 절차를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후 CFTC 측은 해당 상품이 기존 법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규정상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와 시카고옵션거래소도 모두 이 절차에 따라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백트는 자체 보관소를 이용해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기 때문에 이러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초우는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레저엑스는 DCO 사업 면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보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즉, 자체적인 청산소를 운영하고 있어 백트의 미국 ICE 청산소 같은 중개 업체를 거치지 않고 매도자와 직접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수탁 서비스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요컨대, 레저엑스에서의 거래는 중개인 없이 참여자 간에 직접 이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개 업체를 거치지 않는 거래가 훨씬 안전하다. 이미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업체는 중개자를 배제한 독점 거래 방식에 익숙하다.”

수많은 난관에도 백트는 플랫폼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사회를 선임하는 것을 비롯해 간부급 인사를 고용하고 개발자 및 매니저를 채용하면서 모기업인 ICE에서 2,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받기로 했다. 이에 앞서 백트가 외부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1억 8250만 달러, 우리돈 약 2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그러나 백트의 출시는 결국 CFTC의 결정에 달렸다. 최종 승인을 얻으려면 백트는 CFTC 측의 요구 조건을 상세히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특정 상품이나 업체를 두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지안카를로 위원장의 다음 발언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프로토콜에서의 세부적인 차이가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를 만든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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