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저작권료 얼마나 빼돌릴지 시뮬레이션도 했다
저작권 불분명한 음원, 회원에 선물해 사용자 전체 다운로드 건수에 포함 / 실제 창작자에게 돌아갈 몫은 줄여 / 빼돌린 저작권료는 유령음반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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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봉 한겨레 기자
정환봉 한겨레 기자 2019년 6월13일 11:00


국내 최대 음원서비스플랫폼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가 유령 음반사를 만들어 음악가들에게 돌아갈 저작권료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로엔이 저작권료를 빼돌린 구체적인 방법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09년 1월 에스(S)프로젝트 결과 보고’ 문건을 보면, 로엔은 유령 음반사 ‘엘에스(LS)뮤직’을 만들어 창작자들에게 줄 ‘파이’(저작권료)를 줄이는 방법을 계획했다. 저작권이 불분명한 음원을 멜론 가입자들에게 널리 선물하고, 이를 사용자들의 전체 다운로드 건수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실제 창작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줄인 것이다. 2009년에는 음원 매출의 46%가 플랫폼 업체인 멜론 몫이고, 나머지 54%를 △음원 제작자 40% △작곡·작사가 9% △가수·공연자 5% 비율로 나눴는데, 멜론은 엘에스뮤직을 내세워 54%의 일부도 챙긴 것이다.

창작자들의 몫을 얼마나 빼돌릴지 시뮬레이션도 했다. 에스프로젝트 문건에는 “무료 콘텐츠 정산을 통해 권리사(저작권자)로 정산되는 일부 비용 세이브(월 1억5천만원 수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액제 상품의 다운로드 건수를 7회 제공키로 함”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가입자들에게 7건의 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해 엘에스뮤직 몫의 다운로드 건수를 끌어올리면 월평균 1억5천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에스프로젝트 시행 첫달, 로엔의 수익은 시뮬레이션한 것보다도 컸다. 시스템 에러로 2009년 1월 무료 다운로드 ‘선물’이 14차례 발송됐고, 그 결과 엘에스음반에 저작권료 3억8천만원가량이 배분됐다. 다른 음원 제작사는 2억9732만원, 가수·공연자는 2400만원 손해를 봐야 했다. 2월에는 ‘바하 오르간 명곡선’을 7차례 무료 제공해 4억원 안팎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프로젝트 문건의 ‘주요 권리사 매출(저작권료) 증감 현황’을 보면, 점유율 1위인 엠넷미디어㈜의 2009년 1월 매출액은 3억803만원으로 전달보다 20% 이상 줄었고, 아인스디지탈(-7.2%), 만인에미디어(-33.3%), 한국음원제작자협회(-21.5%), 소니비지엠(-28.7%) 등 매출도 모두 뒷걸음질했다.

문건에서 로엔은 저작권자(권리사)들의 매출 감소 관련 문의에 “멜론 서비스 사업자 이관 과정에서 가입자가 줄어 1월 매출이 줄었다. 현재 멜론 가입자는 70만 언더(이하)인 상황”이라고 응대하라고 적기도 했다. 멜론은 에스케이텔레콤(SKT)에서 직접 서비스하다 2009년부터 자회사인 로엔이 운영을 맡았는데, 문건 설명과 달리 2009년 1월 멜론 매출은 늘었고 유료 가입자 수는 85만명 안팎에 이르렀다. 로엔이 2009년 한해 동안 이런 방식으로 빼돌린 돈은 50억원가량으로, 그해 당기순이익(45억1400만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 김태은)는 2010년에서 2013년 초 사이에는 또다른 수법으로 저작권료를 빼돌린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멜론을 인수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 현재 진상조사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저작권자가 입은 손실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체부 “저작권료 투명 정산 제도적 보완” 정부·업계 후속대응 나서

한겨레 보도로 검찰이 음원 서비스 플랫폼 ‘멜론’의 저작권료 빼돌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와 음악계가 비상한 관심 속에 후속 대응책 마련 등에 나섰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문체부 저작권산업과는 지난 4일과 5일 각각 음원 플랫폼 사업자와 저작권 신탁관리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면담했다. 4일 문체부 쪽과 면담한 지니, 플로, 벅스, 바이브 등 4개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은 “우리는 저작권료를 편취하지 않았다”면서도 “업계에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작권료 정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일에는 개별 저작권자의 권리를 신탁받아 저작권료 정산 등을 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이 문체부 쪽과 만나 “(멜론의 저작권료 빼돌리기가 사실이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체부 역시 김영주 의원실에 “사업자, 저작권 신탁단체와 협력해 저작권료 정산 투명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한편, 음악인 노동조합인 ‘뮤지션유니온’도 긴급성명을 내고 “음악 생산자나 수용자보다 중간에 끼어 있는 유통 플랫폼이 과실을 챙기기 유리한 음악산업의 환경을 바꿔야 한다”며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가칭)음악산업 공정화를 위한 뮤지션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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