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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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 2019년 6월21일 20:00
저커버그. 출처=셔터스톡


이 글을 쓴 대니얼 에반스(Daniel Evans)는 지브롤터 증권거래소(GSX, Gibraltar Stock Exchange) 창립 팀의 일원이다. 지브롤터 증권거래소는 현재 증권형 토큰 상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칼럼의 주장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




페이스북이 발표한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에 열광하긴 아직 이르다. 마크 저커버그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 남아 있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만한 정보가 많지 않다. 리브라는 앞으로 많은 걸 증명해 나가야 한다. 특히 페이스북이 밝힌 리브라의 핵심 목표는 전세계의 빈곤층 및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이다. 과연 이게 전부일까?

전세계 금융소외계층이 17억명에 달한다는 페이스북 쪽 설명의 출처는 세계은행이 2017년 발간한 글로벌핀덱스 데이터베이스 보고서(Global Findex Database 2017)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소외계층 17억명 가운데 휴대전화 소유 인구는 10억명,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인구는 5억명 가량이다.

그러나 핀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17억 금융소외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방글라데시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나이지리아, 그리고 파키스탄 등 단 7개국에 집중돼 있다.

이 국가들 중 절반 이상은

  • 암호화폐를 법적으로 금지했거나,

  • 페이스북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거나,

  • (자금세탁 및 범죄 관련 우려로 인해) FATF의 규제 대상이거나,

  • 이외에 다른 제약 조건들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다.


그렇다면 금융소외계층을 겨냥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이야기는 그다지 그럴듯하게 들리지 않는다. 대체 페이스북은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서, 어떻게 그들이 리브라를 사용하게 만든다는 걸까? 리브라가 현실적으로 단시간에 대중들에게 널리 쓰이게 될 수 있을까? 그럴 만한 가치는 있는 걸까?

페이스북이 시장 지위 및 이용자층을 확보한 곳이라 해도 사법적 제약은 리브라가 진출하지는 않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리브라연합의 초기 멤버 28곳 중 개발도상국에 근거지를 둔 기업은 남미의 메르카도(Mercado) 딱 한 곳뿐이다. 전세계 금융소외인구 대다수가 살고 있는 아프리카 또는 아시아 기업은 한 곳도 리브라연합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리브라 백서를 보면, 리브라연합은 2020년까지 회원사가 100곳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리브라에 합류할 기업들이 실제로 네트워크와 지역 기반 및 노하우로 무장해 이 숫자를 채우고 실제로 출범할지도 모른다. 그게 끝이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도 초기 멤버로 참여했던 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the Breakthrough Initiative)의 주요 목표는 외계 생명체 탐색이다. 리브라는 어쩌면 지구 바깥 세계까지 이미 고려 대상에 넣고 있는 건지도….

디테일이 중요하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추가로 설명해야 한다.

페이스북이 금융소외층에 접근할 수 있는 일부 국가 통화의 변동성은 지금도 상당히 크다. 아직 어떤 통화들이 될지는 모르지만, 몇몇 법정 통화들을 묶은 바스켓을 담보 삼아 리브라의 가치를 안정화 한다는 계획은, "변동성을 줄이려는" 장치의 일환이다.

다 맞다고 치자.

그런데 '변동성'의 정의와 그 부작용은 이용자의 자산 및 부채 내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 않을까? 어느 경제 상황에서도, A화폐로 돈을 벌면 빚도 A화폐로 지는 편이 낫다. 외화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외환 빚을 크게 져 파국으로 끝난 개발도상국 사례는 수없이 많다.

꼭 개발도상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북유럽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로화가 남유럽에서도 쓰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리브라가 사람들을 돕겠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에게 이와 유사한 문제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유럽 사람들도 이런 문제로 골치가 아픈데도 말이다.

리브라는 외환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선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현지 통화로 임금과 비용을 치르는 이들 국가의 개인 혹은 소상공인들에게 (리브라 의존도를 높이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리브라의 의도가 좋다는 건 잘 알겠다. 그러나 리브라는 부유한 국가가 겪는 문제를 빈곤국에 떠넘겨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마치 선의의 박애주의자가 유지·보수 기술자가 없는 곳에 태양광 패널을, 전력망 없는 곳에 개간 펌프를, 혹은 기후 조건이 안 맞는 곳에 엉뚱한 가축을 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새로 도입한 통화가 잘못될 경우, 더 많은 판돈을 잃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시아는?


페이스북은 중국과 관련한 몇가지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일대일로 구상’(중국이 추진 중인 신 실크로드 전략)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위해 126개 국가 및 26개 국제기구와 협력을 맺었고, 이들 중 대다수는 페이스북이 진출을 희망할만한 곳들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여러 자국 기업들과 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항만, 철도, 고속도로, 발전소, 항공, 통신, 그리고 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도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 금융소외인구를 겨냥해 기술 및 금융 분야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길 원하지 않을 리 없다.

페이스북은 중국에 맞설 준비가 돼 있을까? 미국에서는 반독점 사례 검토와 규제 당국과 연방준비위원회, 의회 등으로부터의 반발, 그리고 국외에선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과 프랑스 재무부 등으로부터의 문제 제기 등에 모두 대응하고 난 뒤에야 중국 시장 진출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반면, 중국은 오래 전부터 비트코인 채굴 및 암호화폐 거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2017년에는 암호화폐공개(ICO) 광풍의 중심지 중 하나이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기업들이 유사한 아이디어를 이미 실험해보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나 당분간 중국 기업들이 페이스북의 뒤를 따르려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같은 인물이 기존의 방법으로 중국의 금융소외계층에게 장사를 하면 대박이 난다는 걸 몰랐을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람들에게 암호화폐에 대해 새로 교육하는 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 지금으로서 중국의 대형 테크 기업들은 전통적인 결제 네트워크를 고집하길 원할뿐,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도, 규제 당국과의 충돌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가 닿을 수 있다.

저커버그에게 진짜를 알려주겠다, 원한다면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주로 G7 국가에서 타깃 광고를 판매함으로써 거인이 됐다.

페이스북이 이제껏 취해 온 전략은 타깃 대상의 구매력이 높을 때나 통한다. 아무리 17억명에 이른다 해도 일부 금융소외계층을 타깃 삼는 게 얼마나 수지타산 맞는 일일까? 그들이 과연 광고를 붙일만한 물건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이들일까? 리브라는 대체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걸까?

리브라의 핵심은 뭘까? 회의론자들과 심술꾼들은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1. 고도의 선전전: 아마 페이스북은 사생활 침해와 정치 개입을 비롯한 더러운 행위들에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대중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심보가 아닐까?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10여년 전의 쿨하고 신선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고도의 선전전이 아닐까?

  2. 새로운 수익모델: 이용자 이탈과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초석?

  3. 금융 데이터: 페이스북의 장기적인 트로이 목마 혹은 미래를 위한 실험팀일수도 있다.

  4. 경쟁 본격화에 앞선 선제공격: 마인드(Minds)와 킥(Kik), 텔레그램 등 암호화폐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 나가는 소규모 소셜미디어 및 메신저 플랫폼들의 증가를 보면서 '쫄았을' 수도 있다. 이들이 페이스북과 왓츠앱의 이용자층을 빼앗아 가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고 판단한 걸까?

  5. '우린 혼자가 아닐지도 몰라': 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가 외계 생명체를 찾아낸다는 목표를 끝내 달성한 걸지도 모른다. 외계인들 역시 금융소외계층 아닌가! JP모건 계좌도 못 만들테고. 이들이야말로 리브라에게 완벽한 때묻지 않은 인구집단이다.

  6. 저커버그는 박애주의자: 신도들, 그리고 낙관주의자들은 저커버그가 기술 발전에 지대한 관심이 있으며, '선한' 일을 할 것이고, 새로운 도전을 좋아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댈 지 모른다. 그래, 왜 안 그렇겠나?


이 글은 리브라를 비롯한 페이스북의 계획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리거나 추측을 하기 위한 게 아니다. 발표되지 않은 내용이 너무 많아,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중립적으로, 그리고 사실관계와 상식에 기반해 분석해 보면, 리브라는 개발도상국의 빈곤층 및 금융소외계층 17억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금융소외계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부유할지도 모른다. 암호화폐에 적대적인 국가들에서 정부의 허가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페이스북이 생각보다 큰 진전을 이미 이뤘는지도 모른다. 지금으로서는 페이스북이 준비 없이 일을 벌렸거나, 혹은 더 영리한 계획이 곧 드러나거나 둘 중 하나다. 리브라가 금융소외계층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신뢰하기 어렵다.

저커버그여, 정말로 그들을 돕길 원한다면, 내게 몇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그러니 페이스북에서 나를 한 번 찾아 보시라.

번역: 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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