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비영리단체 옥스팜(Oxfam)이 메이커다오(MakerDAO)의 스테이블코인 DAI를 이용해 자연재해 피해자들을 돕는 실험을 진행했다. 호주 매체 미키(Micky)는 옥스팜이 호주 테크 기업 셈포(Sempo), 그리고 이더리움 스타트업 컨센시스(ConsenSys)와 손잡고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에서 한 달간 DAI로 구호자금을 전달하는 방법을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바누아투는 지진해일과 태풍, 화산 등 여러 자연재해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다. 세계은행이 2010년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한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바누아투 국민의 약 40%는 하루 수입이 4달러가 되지 않는다.

언블록드 캐시(UnBlocked Cash)라고 명명된 실험에서 옥스팜은 바누아투 에파테(Efate) 섬의 판고(Pango)와 멜레마트(Mele Maat)라는 마을에 사는 주민 200명에게 선불카드를 나누어줬다. 카드에는 각각 4천바투(약 58000원) 상당의 DAI 코인이 충전돼 있으며, 주민들은 프로젝트에 참가한 지역의 가게와 학교 등 총 32곳에서 선불카드로 요금을 결제할 수 있었다.

32개 업체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앱을 내려받아 주민들로부터 DAI 코인으로 결제를 받았다. DAI 코인은 미국 달러와 1:1로 교환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코인으로 업체들이 주문하면 셈포가 DAI 코인을 달러로 바꿔줬다.

“NGO가 스테이블코인을 구호 활동에 직접 활용한 건 이번 실험이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이는 단발성 실험이 아니다. 우리는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그동안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구호 자금을 전달하는 데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 닉 윌리엄스, 셈포 공동창업자

 

더 빠르게, 더 투명하게

옥스팜은 과거 바누아투 마을에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구호 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적이 있다.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은 은행을 통해 현금을 지급할 때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 대조하는 절차였다고 옥스팜 관계자는 말했다. 반면, DAI 코인을 지급하는 데는 새로운 지급 대상자를 인증, 등록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리고, DAI 코인이 든 선불카드를 발급하는 건 6분이면 끝난다. 구호 자금을 누구에게 지급했고, 그 돈이 언제 어디서 쓰였는지가 투명하게 관리되는 것도 장점이다.

“돈을 기부하는 이들과 NGO 모두 구호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검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정말 재해로 피해를 본 이재민들에게 구호 자금이 지급돼 적절하게 쓰였는지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 샌드라 하트, 옥스팜 언블록드 캐시 담당자

셈포는 지난해에도 레바논 베이루트와 아카, 이라크의 쿠르디스탄과 그리스 아테네 등지에서 이재민과 난민들에게 DAI 코인 혹은 ERC-20 규정을 따른 이더리움 토큰으로 구호 자금을 지급하는 실험을 잇달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인도적 지원 방식과 핵심 절차가 바뀌지는 않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기를 예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프로그램의 투명성과 효율성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셈포 측은 밝혔다.

국제 자선단체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UN 세계식량계획은 지난해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구호물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 혁신 담당팀의 로버드 옵 팀장은 빌딩 블록스(Building Blocks)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매달 10만6천여 명의 난민이 혜택을 받으며, 구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용도 매달 4만 달러 가까이 절감했다고 밝혔다. 옵 팀장은 이어 동아프리카에서 구호 식량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추적하는 작업이나 요르단의 시리아 여성 난민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데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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