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리브라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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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 2019년 6월27일 15:10
이 글을 쓴 스캇 셰이는 뉴욕 시그니처은행의 회장이다. 저서로는 “In Good Faith: Questioning Religion and Atheism(2018년 Post Hill Press 출판)”이 있다.

 

Facebook’s Libra Cryptocurrency: Bad for Privacy, Bad for Competition
독점기업 스탠다드오일을 문어로 풍자한 1904년 정치 만평. 출처=Wikimedia Commons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Libra) 출시를 발표했다. 리브라를 통해 페이스북은 20세기 초 JP모건이나 록펠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역사상 가장 심각한 독점 기업으로 성장할 토대를 닦았다. 페이스북은 이미 구글과 함께 디지털 광고 시장의 82%를 장악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기업이다.

과거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Instagram), 왓츠앱(WhatsApp) 등 위협이 되는 기업을 모조리 인수해 왔으며, 인수가 어려운 경우에는 ‘포용(embrace), 발전(enhance), 압도(extinguish)’ 전략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스냅챗(Snapchat)을 만든 스냅(Snap Inc.)과 작은 부분에서 경쟁이 붙자, 페이스북은 스냅챗의 가장 인기 있는 기능을 받아들여 자사 서비스에 녹여낸 다음 경쟁을 통해 스냅챗을 몰아내 버렸다. 스냅과 페이스북의 주식 상황을 살펴보면 스냅이 투자 가치가 높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문제는 사업 방식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사용자 및 사용자 정보가 자신들의 진짜 상품이자 돈줄이라는 사실을 교묘히 숨기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보유한 데이터는 과거 KGB나 CIA와 같은 정보기관이 모았던 정보보다 훨씬 뛰어나다. 또한, 이들이 가진 데이터는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접근성 면에서 비교가 안 되며, 가격도 훨씬 저렴한 장점이 있다.

정부가 이런 힘을 갖고 있어도 국민들이 심각하게 우려할 텐데, 하물며 일개 기업이 이처럼 거대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니 정말로 두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이미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광고 분야를 독점함으로써 이들은 뉴스의 본질을 바꿔버렸다. 현 상황에서 페이스북과 구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광고주와 구독자를 모집할 수 있는 매체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정도밖에 없다.

그 외 대부분의 매체는 광고 수익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면서도 구글 광고에 의존하면서 자극적인 미끼를 여기저기 뿌려놓은 선정적인 기사로 독자를 낚으려고 애쓰고 있다. 독자들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듬을 짜 만들어낸 구글의 광고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 페이스북의 뉴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이제 리브라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구매 행태와 관련한 세세한 정보를 손에 넣게 된다. 이미 가진 독점력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화된다. 리브라 출시를 그냥 두고 본다면, 사용자의 감정을 속속들이 알고 사용자가 접하는 뉴스마저 제어할 수 있는 기업에 사용자의 소비 패턴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안겨주는 셈이다.

 

프라이버시의 위기


물론 페이스북은 고객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엄격히 관리한다고 주장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이를 수익화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페이스북이 가만히 있어도 데이터를 사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설 것이다.

더욱이 페이스북에는 사용자들의 소셜미디어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이기 때문에, 신원 정보가 없는 데이터를 재가공하여 특정 개인 관련 정보를 추출하거나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페이스북은 이베이(eBay)나 우버(Uber), 마스터카드(Master Card) 등의 다른 독점적 기업과 마찬가지로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겠지만 말이다.

소비자들은 페이스북의 권력을 더 이상 강화하지 않고도 디지털 금융의 혜택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일하는 뉴욕 시그니처은행은 연중 무휴 24시간 이용가능한 결제 시스템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JP모건을 비롯한 거대 금융기관이 우리의 뒤를 바짝 쫓고 있으며, 머지않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은행 및 금융기관들은 고객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대단히 제한돼 있다. 그런데 리브라가 출시된다면 페이스북은 경쟁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아무런 제약 없이 고객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엄청난 기회를 독차지하게 된다. 리브라가 페이스북의 독점적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안전장치가 되어버리는 셈이다.

페이스북이 독점하는 정보는 중국 정부가 일명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을 만들어 감시, 차단하는 정보와 유사할 것이다. 수단은 다르지만, 독점적 권력이 빚어내는 결과는 사실상 동일하다.

 

좌시해서 안 될 문제


사용자들의 복지와 국가 차원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리브라 출시를 중단하고 페이스북을 분할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체인스페이스(Chainspace)를 페이스북에서 분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유료로 운영되는, 정보수집 없는 무광고(ad-free)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현재 페이스북에 공짜로 쌓이는 고객 정보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구글에서는 유튜브(YouTube), 더블클릭(Double Click), 클라우드 서비스, 안드로이드 등의 기능을 떼어내야 한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알렉사(Alexa)는 아마존 사용자의 생활 방식이나 취향에 관해 엄청난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는 2020년 대선 이후까지 내버려 둘 문제가 아니다. 소속 정당이나 정치적 견해 차이와 관계없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능을 분리시킨 다음,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페이스북이 고객의 개인정보로 돈을 버는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해야 한다. 다음달 열릴 청문회에서 미국 의회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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