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 주도 블록체인에 ‘실망’한 스베르방크, 대안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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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Baydakova
Anna Baydakova 2019년 7월8일 13:00
‘Disappointed’ by Central Bank Blockchain, Russia’s Largest Bank Eyes Alternatives
출처=셔터스톡


러시아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은행 블록체인 프로젝트 마스터체인(Masterchain)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Sberbank)의 핵심 관계자가 마스터체인은 설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스베르방크 블록체인랩의 올레그 아브드라시토프 대표는 스베르방크가 마스터체인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참여도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브드라시토프는 마스터체인이 비효율적이고 위험성이 높은데다 거래 속도도 느리다면서, 앞으로 더 폭넓게 사용되는 기업형 플랫폼으로 은행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스터체인은 스베르방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하이퍼레저(Hyperledger)나 쿠오럼(Quorum) 같은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을 사용할 것이다.” – 올레그 아브드라시토프, 스베르방크

이미 마스터체인과 함께 시작한 일은 끝까지 마무리하겠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마스터체인에 맡기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아브드라시토프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기업형 블록체인 환경에서 기존 플랫폼에 만족하지 못한 참여자들은 조용히 플랫폼을 떠난다고 설명했다. 스베르방크는 워낙 덩치가 큰 은행이기 때문에 이번 행보가 더 눈에 띈다. 스베르방크는 마스터체인이 주력하는 러시아 모기지 시장의 절반가량을 처리하는 은행이다.

마스터체인은 2017년에 러시아 중앙은행 주도의 핀테크연합(AFT, FinTech Association)이 출범시킨 프로젝트다. 마스터체인은 러시아 대형은행으 5곳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스베르방크, 알파은행(Alfa Bank), VTB, 라이파이젠방크 러시아(Raiffeisenbank Russia,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의 자회사), 오트크리티에(Otkritie)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마스터체인 개발에 든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초기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AFT의 13개 회원사가 연간 12만~23만 달러를 출자했다. 지난 2년간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AFT는 기사 작성 시간까지 이에 관한 의견을 보내오지 않았다.

 

출시 연기


아브드라시토프는 마스터체인의 디지털 모기지 채권용 탈중앙화 예치 시스템이 시법사업 단계 때까지는 아주 유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예탁결제원(NSD, National Settlement Depository)은 보관하고 있는 모기지 채권에 약간의 수수료를 청구하고 있지만, 스베르방크로서는 매년 수백만 달러가 드는 일이다. 그러나 탈중앙화 시스템은 개발 단계에 투자금이 필요하긴 하지만, 운영이 시작되면 보관 비용이 훨씬 줄어든다.

스베르방크는 이런 분명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마스터체인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체인의 모기지 시범 사업은 작년 가을에 시작해 올해 7월부터 생산을 시작하고 배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AFT 측에서 기술 개발이 늦어지면서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AFT에서 아직 탈중앙화 보관 시스템을 출시하지 않았고, 테스트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처음 제안된 7월 출시는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올레그 아브드라시토프, 스베르방크

라이파이젠방크 러시아에서 기술 연구와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예브게니아 옵친니코바는 현재 생산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라이파이젠은 AFT와 인프라, 법률, 기술 관련 논의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인 논의도 멈췄다.”

 

지나친 중앙화


아브드라시토프의 말에 따르면 마스터체인의 문제는 부분적으로 지나친 중앙화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의 관리감독을 받는 마스터체인은 허가형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다시 말해 마스터체인은 승인받은 참여자들만 거래 내역을 볼 수 있으며, 노드를 운영하고 거래를 검증할 수 있는 권한도 중앙은행이 승인한 참여자들만 가진다.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을 수 있고 원장이 공개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는 다르다.

아브드라시토프는 스베르방크가 이 점을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마스터체인이 지나치게 중앙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체인의 운영은 전적으로 AFT의 중앙화 서버에 의존한다. 이 서버가 채굴과 합의 메커니즘을 조절한다.” – 올레그 아브드라시토프, 스베르방크

이더리움과 마찬가지로 마스터체인은 참여자들이 가스나 소액의 네이티브 디지털 화폐를 거래 수수료로 지불하도록 한다. 그러나 스베르방크가 눈을 돌리고 있는 대형 기업 플랫폼은 그렇지 않다.

마스터체인에서는 연합 노드가 가스를 지불하기 위한 토큰을 나누어주고, 스베르방크의 노드가 토큰이 더 필요해서 채굴을 시작하면 노드가 꺼져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라이파이젠의 옵친니코바는 가스 지불용 토큰이 참여자들에게 무료로 배분되었고, 지갑은 자동으로 충전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서로 토큰을 공유할 수 있으므로 토큰이 부족하다고 AFT에 의존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옵친니코바는 덧붙였다.

 

느리고 불안정한 시스템


아브드라시토프는 시스템이 매우 느리다고 말했다. 30kb짜리 zip 파일로 된 모기지 채권 하나를 마스터체인에 업로드하는 데만 3분이 걸린다.
“사람들은 버튼을 누르고 한참 기다리는 데 익숙하지 않다. 임원들이 시스템을 살펴보고 블록체인 기술에 실망하곤 한다. 현재 우리는 주주들의 돈을 써가며 블록체인 기술을 탐색하고 있다. 실질적인 솔루션을 내놓을 때가 됐다.” – 올레그 아브드라시토프, 스베르방크

아브드라시토프는 기본적으로 참여자가 5명에 불과한 허가형 네트워크인 마스터체인에 퍼블릭 블록체인인 이더리움의 아키텍처를 적용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스터체인은 노드가 몇 안 되는 작은 네트워크임에도 보안 수준이 높지 않다.
“작업증명 시스템은 수천 명의 참여자가 있을 때 유용하지만, 마스터체인은 참여자가 고작 5명이다. 그중 1명이 원장에 거래 기록을 새로 쓰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올레그 아브드라시토프, 스베르방크

마스터체인의 신뢰도가 너무 낮기 때문에 스베르방크는 생산 단계에 들어가면 마스터체인과 기존 시스템을 병용할 예정이다. 마스터체인의 백업으로 기존 시스템을 사용해야만 시스템이 가동 중단되는 사태를 대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스터체인을 동시에 여러 용도로 쓰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용 사례마다 새로운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다. 아브드라시토프는 프로젝트가 이런 상태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이 초기 단계에 작업증명 합의 방식을 기업 친화적 방식으로 수정하는 작업 한 가지만 제대로 해뒀다면 시스템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아브드라시토프는 주장했다.

 

대안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약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스베르방크는 (IBM이 개발한) 하이퍼레저 패브릭과 (JP모건이 개발한) 쿠오럼 같은 기업형 플랫폼을 시험하고 있다. 차후 비상장 거래, 무역금융, 결제, 모기지 대출 등의 사례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스베르방크는 하이퍼레저 패브릭에서 시범 프로젝트를 몇 건 진행했다. 러시아의 통신기업 MTS를 위해 채권 증명서를 발행하고, 투자회사 인테로스(Interros)와 재구매 계약을 맺었으며, 전자 유통체인 M비디오(M-Video) 및 협력사들과 무역금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라이파이젠도 마스터체인 외에 패브릭, R3의 코다, 라이파이젠방크의 이더리움 기반 프레임워크 R체인 등 여러 플랫폼을 시도해보고 있다. 옵친니코바는 라이파이젠이 선호하는 플랫폼이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스터체인이 겪고 있는 초기 단계의 어려움에 관해서는 옵친니코바가 아브드라시코프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마스터체인은 새로운 기술이다. 생산 단계에서 요구되는 품질이 아직 나오지 않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 예브게니아 옵친니코바, 라이파이젠방크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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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러시아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마스터체인이 출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는 마스터체인을 시험해본 뒤 속도, 안전성, 전반적인 효율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 스베르방크의 블록체인 랩 대표는 스베르방크가 다른 기업형 플랫폼에서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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