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송금·결제 서비스 왈라 몰락…‘안정적 수익 우선’ 교훈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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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gh Cuen
Leigh Cuen 2019년 7월15일 14:00
출처=트위터/트리시아 마티네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우간다에 사는 부모님의 전기세를 클릭 한 번으로 간편하게 대신 내드릴 수 있는 암호화폐 기반 소액결제 앱.'

처음에는 위의 광고 문구대로 서비스가 작동했다. 지난해 여름 코인데스크도 이더리움 기반 소액결제 스타트업 왈라(Wala)의 사례를 조명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언더뱅크드(underbanked), 즉 은행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송금 및 결제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던 왈라의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왈라는 올해 초 사실상 파산 상태를 맞았다. 대부분 직원들은 해고했고, 왈라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송금·결제 앱 서비스도 2월에 중단했다.

왈라의 CEO 트리시아 마르티네즈는 지난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왈라의 사업이 계획대로 잘 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아프리카의 열악한 인프라를 꼽았다. 왈라의 공동창업자 사메르 사브도 최근 디크립트(Decrypt)와의 인터뷰에서, 우간다 정부의 규제와 들쭉날쭉한 인터넷 환경 때문에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왈라의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플랫폼을 떠났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왈라의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 3명이 해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왈라의 문제점은 다른 데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은 마르티네즈가 2017년 ICO를 통해 모은 120만 달러의 투자금을 고가의 장비를 사거나 값비싼 해외 출장, 케이프타운 시내에 쓸데없이 비싼 사무실을 꾸미는 데 써버렸다고 전했다.

코인데스크의 취재 결과, 왈라가 앱 서비스를 중단하는 줄 모르고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돌연 계정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 이용자도 여전히 있다.

왈라의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없었다는 점이다. 비니 링햄의 뉴타운 파트너스(Newtown Partners) 등 이름 있는 투자자들이 초기에 왈라에 100만 달러 가량을 투자했지만, 수익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돈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왈라는 본사를 둔 남아공에서 8명의 직원을 채용했고, 아프리카 전역에서 왈라의 ‘홍보대사’를 모았으며, 지역의 결제 업체들과 잇따라 제휴를 맺었다. 왈라의 고객들은 이들 결제 업체를 통해 왈라에 돈을 예치하거나 인출할 수 있었다.

요컨대, 왈라는 목표한 대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던 아프리카의 많은 잠재적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고 믿을 만한 제휴 업체를 찾아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야 할 일은 다 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을 빠짐없이 한다고 사업이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해야 할 일을 다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코인데스크와 접촉한 소식통도 그 점을 지적했다.
“보통 창업가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무엇보다 수익 모델이 너무나 불안정했다. 초기에 관심을 보여 돈을 조금 투자한 이들도 수익 모델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추가로 본격적인 투자는 하지 않는다.”

2018년 한동안 이어진 암호화폐 겨울도 악재로 꼽힌다.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이 좋지 않았던 것도 왈라로서는 운이 없었다. 새로운 투자자를 받기 전에 모아놓은 투자금이 바닥나고 말았다. 창업이란 것이 원래 치열하고 혹독하다.” - 류 칼슨, 뉴타운 파트너스

왈라가 홍보하던 이용자 숫자도 실제보다 많이 과장됐던 것으로 코인데스크 취재 결과 확인됐다.

마르티네즈는 블로그에 왈라 이용자가 한때 15만 명에 이르렀다고 썼다. 하지만 소식통들이 전하는 실상은, 많아야 2천 명 정도의 이용자가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많게는 수십 개씩 지갑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에 지갑을 만들면 보상으로 지갑마다 소정의 토큰을 지급했는데, 많은 이용자들은 이 보상을 받기 위해 지갑을 여러 개 만들었다. 왈라가 의도한 대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수백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왈라가 서비스를 중단하기 전에 지갑에서 토큰을 빼내 현금으로 바꾸지 못한 고객은 300이 넘는다. 우간다에서 왈라를 사용하던 고객은 왈라 지갑에 21달러 정도가 들어있는데, 서비스 중단과 관련한 아무런 사전 공지도 받지 못했다고 코인데스크에 말했다. 이 고객은 잃어버린 21달러가 아깝긴 하지만, 왈라 덕분에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접하게 됐으므로, 수업료를 낸 셈 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여러 제보자들이 마르티네즈의 주장에 반박했다. 즉 열악한 인프라나 제휴사의 능력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왈라가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해 파산에 이르러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나는 왈라가 악의를 가지고 돈을 흥청망청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요구되던 알뜰함과 사업적 기민함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다.”

 

처음부터 쉽지 않았던 도전


디지털 경제와 모바일 생태계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가 낮은 고객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며 무척 낯선 서비스를 그들의 삶에 이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우간다의 경우 개별적으로 일하는 ‘홍보대사’를 통해 고객에게 서비스 중단 소식을 알리려던 계획은 완전히 빗나갔다. 처음 왈라의 고객을 모집할 때보다 홍보대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인센티브가 없었다. 결국, 우간다 고객들 가운데는 왈라가 파산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난데없이 서비스 중단을 맞게 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제보자는 왈라의 서비스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를 중단하고 앱을 정지하기로 한 지 한참 지나서도 왈라 웹사이트는 예전의 홍보 문구를 그대로 올려놨고, 마르티네즈의 개인 트위터 계정에는 2018년 왈라 직원들의 사진이 그대로 있었다.

마르티네즈는 지난달 23일 트윗을 올렸다. 추가로 투자자를 물색해 좀 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마련한 뒤 서비스를 재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마르티네즈와 공동창업자 사브는 코인데스크의 취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왈라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고객의 항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관리자를 향한 비판의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제보자들이 설명해준 상황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우간다의 다른 이용자는 자신도 앱이 정지된다는 소식을 미리 고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왈라의 고객 대부분은 텔레그램, 트위터, 왓츠앱이 뭔지도 모를 것이다. 지금 갑자기 서비스가 중단돼 당혹스러운데 이를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르는 고객도 많을 것이다. 서비스 중단으로 피해를 본 고객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뒤늦게 돈을 인출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왈라 측에서 제휴사인 결제 업체에 고객이 현금 인출을 요청할 때 쓸 돈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토큰 기반 스타트업이라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대단히 기본적인 교훈을 남기게 됐다. 참신한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기술보다도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이윤을 남길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왈라의 기술적 해법은 제한된 시장을 상대로 성공 가능성을 보였고 그만큼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해 성장하려면 훨씬 더 탄탄한 수익 모델이 뒷받침돼야 했다.

왈라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은 다들 암호화폐를 제대로 배워보려는 의지가 가득한 이들이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엄밀히 말해 많다고 할 수 없던 개인 고객만으로는 왈라가 서비스를 지속할 만한 수익을 올릴 수 없었다.
“왈라는 고객의 처지에 딱 맞는 서비스였다. 나는 왈라가 우간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고민하고 탐색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서비스였고, 우리가 좀 더 잘했으면 우간다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델 자체는 여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 - 익명의 제보자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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