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비트코인 트위트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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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19년 7월16일 18:00
출처=셔터스톡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트코인과 리브라를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대통령의 트위트가 중요한 것은 그 내용 때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좋아하지 않는다”, “변동성이 심하다”, “근거가 취약하다”, “불법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 등의 표현을 동원해 암호화폐를 비판하고, 그에 반해 미국 달러는 “언제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해서, 검열에서 자유로운 돈을 옹호하는 자유의지론자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를 구성하는 인물 중 대다수는 전직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임원들이며, 자유무역과 이민에 반대하고, 시민의 권리와 사회적 자유를 보장하는 데 딱히 투철한 사명감이 없는 사람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글을 올린 사람이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이는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에도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비트코인에 불리한 내용이었음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별 타격을 입지 않다가 다음 날 저녁에는 오히려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 동향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돈과 정책에 관한 사회적 논의에서 암호화폐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는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지피는 상징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아울러 미래 세계 통화 체제의 모습을 결정지을 역사적 결투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주고도 못 사는 홍보 효과


비트코인 가격은 왜 올랐을까? 우선 비트코인이 살아남으려면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분명 비트코인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었지만, 반대로 권력을 지닌 자가 비트코인의 존재를 공식 인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거론했다는 것 자체로도 미국 권력 구조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암호화폐 기술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도전 과제들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글을 올리기 바로 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이 아닌 금처럼 가치를 저장하고 투기에 이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파월 의장이 의미하는 바는 비트코인 자체가 금과 같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이유가 금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파월 의장 개인의 견해라기보다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한 것이다. 그동안 중앙은행인 연준 의장으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체로 대립각을 세워 온 파월 의장의 발언은, 비트코인이 언젠가 전통적 가치저장 수단인 금을 대체해 디지털 시대의 금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각국 법정통화에 내재한 정치적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금의 장점을 생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발언은 비트코인이 21세기의 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생각해보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은행의 수장이 정치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금에 빗대 비트코인을 설명했다. 얼마 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대통령이자 자존감이 대단히 높은 정치인이 왜 그런 대비가 필요한지 입증하는 트윗을 올렸다.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은가.

 

이야기는 거듭되며 증폭된다


사실 이 모든 동향은 페이스북이 지난달 공개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와 관련이 있다.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대형 테크기업이 새롭고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세상에 소개한다고 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리브라의 등장은 암호화폐가 더욱 번창할 수 있는 경제적 근간의 대규모 확충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 근간을 ‘이야기 경제(narrative economy)’라고 부른다.

리브라의 개발을 이끌고 있는 페이스북은 전 세계 27억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이자 플랫폼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리브라의 잠재적 영향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당연히 리브라의 등장을 두고 전 세계 기업뿐 아니라 금융계와 정부 지도자들도 부랴부랴 암호화폐에 관한 생각과 우려, 의견을 앞다투어 내놓게 됐다.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의 마이크 크래포 위원장이 파월 의장에게 비트코인에 대해 질문한 이유도, 파월 의장이 그 질문에 암호화폐 중심으로 답변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도 암호화폐 관련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근거 및 신뢰성이 거의 없다”거나 “(은행처럼 영업하고 싶다면) 은행으로 인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리브라를 언급했다.

내일(17일)은 미 하원의 맥신 워터스 금융서비스위원장이 요구한 리브라 청문회가 열린다. 워터스 위원장은 리브라가 달러와 경쟁하도록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규제 당국이 승인할 때까지 리브라의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워터스 위원장이 기본적으로 같은 주장을 편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사건이다. 동시에 물밑에서 벌어지는 패권 경쟁도 짐작해볼 수 있다. 최근 금융과 금융업을 지배하는 중개자의 위상과 범주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그 대표적인 중개자는 단연 은행이다. 은행은 정부, 돈, 권력으로 이루어진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에 깊숙이 뿌리 내려 있다.

이처럼 기득권을 쥔 은행과 그 은행을 규제하는 정치권에서는 법정통화 체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처럼 탈중앙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나 리브라처럼 대형 테크기업이 자체 개발한 화폐를 견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도 금융권에 이해관계가 있는 누군가가 대신 써준 듯한 인상마저 준다.

그러나 어느 정부도 지금의 이 흐름을 막기는 어렵다. 비트코인과 리브라를 포함한 대부분 암호화폐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정부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금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전 세계가 동참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현실적 이유로 최근 많은 중앙은행이 “이길 수 없다면 함께 가자”는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이번 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China Daily)는 중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개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바로 전 주에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은행장이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도입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르스텐스 은행장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암호화폐 개발자들에게 “돈을 만들어내겠다는 허황된 시도를 그만두라”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에는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바로 지난달 리브라가 공개된 시점에 영국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의 마크 카니 총재가 테크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영국 은행권이 위협을 받자 핀테크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는 앞으로 리브라를 비롯한 스테이블코인 개발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고, 이렇게 개발된 스테이블코인은 앞으로 은행 본연의 업무인 내로우뱅킹(narrow banking) 업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민간 기업이 개발한 자체 화폐와 탈중앙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 그리고 정부가 통제하는 디지털 화폐가 서로 패권을 차지하려고 뒤엉켜 싸우면서 큰 혼란이 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존 법정통화 체제의 혁신에 대한 사회경제적 논의는 비트코인이 등장했을 때 한 번, 그리고 이번에 리브라의 등장으로 또 한 번 증폭되고 있다.

 

이야기 공동체 


이야기가 증폭될수록 언젠가 지금의 법정화폐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비트코인과 같은 화폐에 대해 질문하고 탐색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은 또 암호화폐가 가져오는 기회는 물론, 그로 인한 리스크와 파괴적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거대한 이야기는 누구 혼자 쓰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이 본격적으로 함께 써 내려가고 있다. 이야기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의 도입으로 이어졌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동체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감정적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공동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구축되는 새로운 공동체는 궁극적으로 그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근간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어는 6200만 명에 이른다. 웬만한 언론 매체보다 큰 영향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암호화폐에 대한 글을 올렸고, 이는 사람들이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에 엄청난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 이야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악역이다. 암호화폐를 팔지 않고 계속 들고 있는 투자자 호들러(HODLer)와 신실한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이 그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악역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흘러간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한 주장들이 새롭게 탄생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그 어느 고위급 정부 인사의 공식 발언보다도 큰 힘을 가지고 암호화폐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과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트위터 그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대중 소통 수단일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가장 중요한 기반 요소 중 하나다. 트위터에 형성된 암호화폐 공동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 3건에 곧바로 반응했고, 이들만의 유머 감각과 열망을 결합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재치 있게 대응했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층 더 흥미로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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