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가 쏘아올린 암호화폐 특허: 신한크레딧코인
세계 최초 신용코인 특허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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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김병철 2019년 7월22일 10:00
출처=신한카드
출처=신한카드


국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암호화폐를 결제에 사용하는 특허를 취득했다. 고객에게 신용카드 발급 대신 '신용코인'을 발행하는 특허로, 신한카드는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미래에 암호화폐가 결제에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 보고, 법제가 마련되고 경쟁자들이 뛰어들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적이다.

신한카드는 2017년 11월 '여신 가상화폐 생성장치 및 관리장치' 특허를 출원했고, 2019년 6월 특허공고가 이루어졌다. 출원인은 신한카드, 핀테크 회사 페이민트, 블록체인 개발사 블록체인팩토리다. 신한카드가 시스템 개발을 발주하고, 페이민트가 기획·개발을 주도했으며, 블록체인팩토리는 분산원장을 개발했다.

카드사가 만든 신용코인


정부가 암호화폐를 제재하는 상황이라, 신한카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강조해 '블록체인 신용결제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카드사가 신용에 따라 암호화폐를 대출해주는 개념이라 '신용코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개발단계에선 가칭 '신한크레딧코인(SCC)'로도 불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가상화폐를 통해 가치 교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떼놓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결제 과정은 신용카드와 같다. 카드사가 회원의 신용을 평가한 후 한도만큼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회원은 신한카드 가맹점에서 이 코인으로 결제하고, 매달 정해진 날에 카드사에 쓴 만큼의 대금을 낸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용카드 결제 2~3일 후 카드사로부터 정산 받듯이, 고객이 낸 코인을 카드사에 주고 그만큼의 돈을 받으면 된다. 실 거래에 활용되기 위해서 1코인의 가치는 가격 변동성이 있는 비트코인과 다르게 1원에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크레딧코인 지급결제 흐름 개념도. 출처=페이민트
신한크레딧코인 지급결제 흐름 개념도. 출처=페이민트

신용코인의 장점


신용코인은 여러 면에서 카카오페이 등과 같은 간편결제와 비슷하다. 신한카드의 지불결제앱 신한페이판(신한PayFAN)에서 QR코드로 결제하니, 플라스틱 형태의 카드가 필요 없다.

카드 수수료도 줄어든다. 신용카드와 달리 PG(지급결제대행업체), VAN(부가통신서비스)사를 거치지 않아, 이 중개인들이 챙겨가는 수수료가 없다. 카드사와 가맹점의 비용은 줄어들고,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도 일부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 매출 3억원 미만 가맹점은 거래액의 0.8%, 연매출 3억~5억원 가맹점은 1.3%다. 김영환 페이민트 대표는 "시뮬레이션해보니 0.2~0.3%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PG, VAN에겐 악몽같은 일이다.

신용코인이 네이버페이(선불전자지급수단) 등과 다른 건 후불이라는 점이다. 신한카드는 특허에서 "계좌이체 방식의 앱투앱 결제는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시도지만, 통장 잔액 내에서만 소비가 가능하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신용코인을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카드사의 현금흐름 변화


신용카드사 입장에선 지금까지 언급한 눈에 보이는 이점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신용코인은 뒷단에서 더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카드사의 현금흐름이 바뀌기 때문이다.

기존 신용카드의 결제 과정에는 (VAN사를 제외하면) 카드사, 고객, 가맹점만 존재한다. 카드사는 통상 결제 승인 2~3일 후에 가맹점에 대금을 입금하고 있다.

신용카드의 결제 프로세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신용카드의 결제 프로세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하지만 특허에 따르면, 가맹점은 고객에게 받은 코인을 다른 가맹점과의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식당은 고객이 결제한 코인으로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다.

가맹점 1이 신용코인을 가맹점 2에 사용하면, 카드사는 가맹점 1에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어 가맹점 2가 또 다른 가맹점 3, 4와의 결제에 이 코인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럴수록 가맹점이 카드사에 대금 정산을 요청하는 시점이 늦춰진다.

신용코인의 결제 프로세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신용코인의 결제 프로세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반면, 고객은 매달 신용코인 사용액을 카드사에 낸다. 코인이 시장에서 가맹점간 거래를 통해 유통될수록 카드사에 쌓이는 현금이 늘어난다. 결국 카드사는 고객의 돈을 더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어서, 금융이자 수익이 생길 뿐만 아니라 이를 카드론 등 다른 대출상품에 활용할 수도 있다.

 

IoT 결제도 가능


사물인터넷(IoT) 결제 기능도 위력적이다. 특허에 따르면 신용코인 시스템은 다중 계정(Multi Account)과 다중 서명(Multi Signature)을 갖추고 있다.

카드사 회원이 자신의 스마트폰, 자동차, 냉장고에 종속계정을 부여하면 기기들끼리 신용코인 결제를 할 수 있다. 향후 IoT 결제가 보편화된 후의 이야기지만, 예를 들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 내 차량이 신용한도 내에서 코인으로 주유기와 자동 결제한다.

고속도로의 하이패스처럼 드라이브 스루 매장, 주차비, 교통위반 과태료도 차가 알아서 자동 결제할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금은 사람만 계좌를 가질 수 있지만, 블록체인 위에 IoT 기기를 올리고 신용한도 계정을 공유하면 기기간 결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차에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를 연동해 자동 결제를 할 수도 있다. 향후 어떤 결제 방식이 IoT 결제의 표준을 장악하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몇원 수준의 초소액 결제에는 코인이 더 적합하다는 게 블록체인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상용화는…안타깝지만 아직 요원해


다만 신한카드 특허가 그리는 미래는 제도 도입과 기술 발전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암호화폐에 대한 법제가 없어 금융기관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실제 결제에 사용할 수가 없다.

또한 가맹점간 코인 거래는 신용카드사를 규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20조(매출채권의 양도금지)를 위배한다. 암호화폐 법 제정과 더불어 여전법 개정도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 수준도 결제에 사용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특허의 코인은 승인된 노드만 참여하는 프라이빗 체인 '하이퍼레저'로 만들었다. 페이민트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가 처리할 수 있는 거래 속도는 2200~2300tps인데 신한카드 코인은 8~9tps다.

특허도 더 필요하다. 김 대표는 "비자(Visa)가 이런 특허를 내면, 약 40~50개의 관련 특허군을 만든다"면서 "특허 한 건으로 방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특허를 얻어야 한다. 이번 특허의 경우 신한카드는 국내 외에도 미국, 일본, 중국, EU,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카드는 국내 카드업계 1등 사업자로서 신기술 적용 방안을 선제적으로 고민해왔다”며 “향후 법·규제의 변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가능한 사업들을 구체화시켜 나가는 도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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