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인수' 두올산업 3주만에 빗썸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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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박근모 2019년 7월31일 09:00
이미지=빗썸 홈페이지 캡처
출처=빗썸 홈페이지 캡처


2400억여 원을 동원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간접 인수를 추진하던 두올산업이 3주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두올산업은 도리어 손해배상 소송에 휩싸였다.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인 김병건 BK그룹 회장과 두올산업의 불투명한 일 처리가 상황을 어렵게 만든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두올산업은 29일 "2019년 7월 9일 SG BK그룹과 체결한 투자 계약(2억 달러, 2357억 원)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철회 배경과 관련해, 두올산업은 SG BK그룹의 계약 위반 사실을 발견하고 시정을 요청했으나 상대방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계약금 600만 달러(약 71억 원)는 두올산업에 반환됐다.

앞서 지난 9일 두올산업이 SG BK그룹 지분 57.41%(2357억원)을 인수한다고 공시한 뒤 제시했던 자금 조달 계획도 죄다 철회됐다. 원래대로라면 유상증자 3건(249억9999만7830원), 전환사채 발행 5건(550억 원),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8건(1200억 원) 등을 통해 총 1999억9999만7830원을 모을 계획이었다.

두올의 빗썸 인수 시도와 무산은, 밖에서 들여다봐서는 도대체 전모를 알 수 없는 오리무중 상태에서 진행된 탓에 수많은 의문부호를 남겼다. 처음부터 두올이 공시를 통해 빗썸 인수를 발표했는데 정작 빗썸은 당장 강하게 반발한 것부터가 미스테리였다.
"빗썸의 대주주의 대주주인 BTHMB홀딩스는 두올산업 및 SG BK그룹과 재무적 투자 및 인수와 관련해 현재 체결된 계약이 전혀 없다. 두올산업이 BTHMB홀딩스에 재무적 투자를 원한다는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나 어떠한 계약도 체결된 적이 없으며, SG BK그룹은 BTHMB홀딩스에 대한 의사결정권한이 없다" - BTHMB홀딩스(BK글로벌컨소시엄, BXA) 입장문

"대주주의 대주주"라는 표현은 풀어서 쓸 필요가 있다. BTHMB홀딩스는 빗썸의 지주사인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70% 인수를 추진 중이다. BTHMB홀딩스는 BK SG라는 싱가포르 법인이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이다. BK SG는 SG BK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고, SG BK그룹은 김병건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개인 회사다. 이 때문에 김병건 회장이 100% 갖고 있는 SG BK그룹의 지분 가운데 두올이 공시한대로 57.41%를 인수하면, 결과적으로 두올이 빗썸을 간접 인수하는 꼴이었다.

SG BK그룹 지배 구조.
SG BK그룹 지배 구조. 정리=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그러나 지분 인수는 순조롭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두올은 빗썸 쪽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두올산업이 25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빗썸의 대주주인 비티씨홀딩컴퍼니와 빗썸의 주주회사인 비덴트는 두올산업에 1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전이 시작되자, 자본금이 300억원도 되지 않는 두올이 SG BK그룹 인수를 위해 2000억원 넘는 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것이었다는 뒷이야기도 돌았다.

게다가 두올산업은 30일 한국거래소(KRX)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다. 잦은 공시 번복 탓에 받은 제재 조처다. 심사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 매매거래 정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 처벌을 받는다. 최종 결정은 8월23일 나온다.

이처럼 삐걱거리며 무산된 두올의 인수 시도와 관련해,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30일 김병건 회장과 비덴트, 두올산업 등에 줄곧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회장은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답변을 못 하도록 돼 있어서 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심지어 빗썸 쪽도 알고있는 게 없다면서 답답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병건 회장이 9월 말로 예정된 인수 잔금 납입을 완료해야만 공식적인 대주주로 활동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김병건 회장 측으로부터 어떤 내용도 전달받은 바 없다.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다." - 빗썸 관계자

김병건 회장의 불투명한 회사 운영이 문제로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배구조에 대한 의혹과 토큰 사기 논란이 번지던 지난해 말 김 회장은 처음으로 직접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했지만, 의혹이 깔끔히 해소되기는커녕 '깜깜이'라는 비난만 더해갔다.

김병건 회장이 제시한 빗썸 지분 70% 인수 계획의 납부일 기한은 오는 9월 말까지다. 줄잡아 5.6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인수액 가운데, 김 회장이 납부했다고 밝힌 1천억원과 일본 투자펀드로부터 받은 2억달러를 빼면, 김 회장 쪽이 준비해야 할 자금은 2.6억달러에 이른다. 해결책처럼 보였던 두올의 인수가 무산된 뒤, 김 회장 쪽이 앞으로 2달 안에 자금 마련에 성공할지, 순조로운 지분 매각이 이뤄질지, 또는 4번째 인수 일정 변경 결정이 나올지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현재로선 알려진 게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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