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마니아들은 왜 네바다 사막 버닝맨 축제로 달려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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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gh Cuen
Leigh Cuen 2019년 8월27일 12:00
Burning Man & Crypto: Common Grounds
2010년 버닝맨 축제에서의 필자. 출처=Leigh Cuen 제공


암호화폐 마니아들이 네바다 사막에서 열리는 축제 '버닝맨'을 사랑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이 축제와 비트코인이 상징하는 정서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기존에 비해 더 적은 규칙으로 공동체를 운영해 나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나는 2010년 8월 하순부터 일주일동안 버닝맨 축제가 열리는 블랙록시티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 텐트와 비키니, 그리고 생필품 물물교환을 위해 준비한 코스트코 사이즈 마시멜로 봉지 정도만 지닌 상태였다. 그곳의 자유시장에는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한다던가, 물건을 어떻게 교환해야 한다는 규칙 같은 게 전혀 없었다. 나는 장사를 꽤 잘했고 잘 지낼 수 있었다.

요즘의 버닝맨에서는 부랑자스러웠던 당시의 나와 같은 참석자들을 찾기 쉽지 않다. 암호화폐 업계 사람들은 그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업계 행사를 찾아 뭉쳐 다닌다. ‘캠프디센트럴’이나 ‘캠프DAO’, ‘노드리퍼블릭’과 같은 정교한 단체 캠프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버닝맨 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현지에서 블록체인 세미나와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한다.

암호화폐 예측시장 플랫폼 ‘어거’의 설립자인 제레미 가드너는 코인데스크에 자신이 이전 4번의 버닝맨 페스티벌에 참석했으며 이 캠프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비트코인 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브록 피어스 같은 이들이 그의 말동무다. (피어스는 버닝맨에서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으며, 현재는 EOS를 주제로 한 캠프DAO에 참여하고 있다.)

가드너는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한 기술 이전에 사회운동에 가까운데, 버닝맨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가지 개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그는 “버닝맨 축제는 참가자들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유대감을 준다”면서 “이곳에서 사업 얘기를 하지 않고도 업계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긴밀하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미있는 농담도 하나 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와 버닝맨 사이에 접점이 너무 많아서 축제 기간 동안에는 시장이 느려지고, 암호화폐 기업들의 중요한 공시 또한 축제에 참가한 이들이 사막에서 돌아올 때까지 미뤄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몇몇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은 이 기사에 인용되는 걸 거부했다. 버닝맨의 자유롭고 방탕한 평판에 연루되고 싶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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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맨도, 암호화폐도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과 마찬가지로, 버닝맨은 지난 10년 동안 극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연방세무신고서에 따르면 버닝맨은 지난 2016년 650만 달러에 플라이 목장을 인수한 뒤 2017년에만 370만 달러(후원금)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도 8월 25일 일요일에 시작된 올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약 7만 명이 네바다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버닝맨 축제의 베어 키테이 전 글로벌 홍보대사는 축제 관련 비영리 재단을 설립하고 매년 열리는 축제와 작은 국제행사들을 진행하며 이에 필요한 자산을 매입해온 인물이다. 그는 코인데스크에 버닝맨 축제가 테크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테이 역시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고 이오스(EOS) 스타트업 블록온의 투자자기도 하다.

키테이는 "국가가 중앙집중식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지금의 방식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탈중앙화나 합의형 절차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버닝맨 축제와 닮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닝맨이 그런 의미에서 다음 세대의 기술업계 지도자들을 고무하고 탄생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미 이더리움 커뮤니티, EOS 커뮤니티와 전세계에 (이런 생각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이 축제를 다루는 언론 기사들은, 비상업성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어마어마한 돈과 마약이 흘러 들어가고 있는 모순된 상업성을 지적한다. 실제로 그렇다.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은 일론 머스크와 같은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의 쾌락주의적 놀이터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에서 버닝맨과 그 너머로'(From Bitcoin to Burning Man and Beyond)의 저자인 존 클리핑거는 코인데스크에 이 축제의 진화가 탈중앙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버닝맨과 비트코인, 두 현상의 초기 모습을 묘사하면서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공동체라는 전반적인 생각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역 사회의 설계에서 어려운 점은 개방성과 실질성을 유지하면서도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특별한 관심을 가진 이들만의 통제를 피하기 위해 다양성과 저항성도 유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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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 토큰


클리핑거는 2015년 축제 주최자들 사이에서 버닝맨에서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버닝맨에서 법정화폐나 다른 돈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 축제의 대표적인 비영리단체는 2014년 비트코인 기부를 받아들인 바 있다.) 그는 "그들은 이 아이디어를 좀 더 생각해보는 쪽으로 택하긴 했지만 비트코인이라는 과도한 자유주의적 발상에 반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선물경제(gift-giving economy)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버닝맨에서 독특한 토큰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너무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지금은 또 다르다. 클리핑거는 2018년 축제 공동 창립자인 래리 하비가 세상을 떠난 후 커뮤니티는 버닝맨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과도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의문은 여러가지다. 클리핑거는 “그들은 축제에 암호화폐를 접목하는 것을 사업으로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축제의 정신을 유지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굳어지게 되면 특정 이익 관계에 포착되어 버리기 쉽다는 점이 고민의 지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 주요 기업 중 한 곳의 임원 출신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속한 한 익명 버너(버닝맨 축제 참가자)는, 페스티벌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그런 환경에서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코인데스크에 전하기도 했다. (반면 키테이는 2011년 버냉맨에서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연결하여 Series A를 받게 한 바 있다.)

이더리움을 좋아하는 한 버너는 최근 진화하고 있는 버닝맨의 공동체 협치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버닝맨은 그 자체가 탈중앙화 조직과 같다. 기존 제도권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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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겹치는 지점


아마도 오래된 버너들은 버닝맨 축제가 '주류'가 된 것에 대해 불평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은 시장 성장의 본질적 면모이다.

예를 들어, 키테이는 지금까지 비트코인이 주로 소수 인사들의 부를 축적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응집력 있는 문화 운동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키테이와 클리핑거에 따르면, 버닝맨은 자유로운 표현과 선물경제를 중심으로 뚜렷하고 일관적인 윤리를 발전시킨 반면, 암호화폐 사용자들은 종종 서로 상충하는 문화 집단에 속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자유주의자, 심지어 윤리적 자본주의자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 커뮤니티들은 경제 구조를 다시 만드는 쪽에 열성적인 면모를 보인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와 이더리움이 배타적이지는 않다. 키테이 같은 사람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나 블랙록시티에서 열린 밋업, 컨퍼런스 같은 모임들을 보면 각각의 암호화폐들이 분명히 구별되는 것은 사실이다.

키테이는 다양한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대해 "다른 이유로 다른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더리움과 버닝맨이 더 많은 가치를 공유한다는 견해를 보이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여기서 구현하고 싶은 것은 지구와 더 깊은 관계를 맺고, 보다 경쟁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자본주의를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진짜 비용에 대해 말하는 방향으로 자본주의를 진화시킬 수 있을까요?”

사실 암호화폐 기업가들이 공공장소에서 더 큰 자유를 누리고 싶다는 이유로 버닝맨 축제에 끌리든, 키테이의 표현대로 ‘세상을 구하겠다’는 열망에 이끌리든 크게 관계는 없다. 모든 사람들이 다음 몇 년 동안이 이들의 진화에 결정적인 시간이 될 것이라는데 동의를 보낸다.

어떤 사람들은 버닝맨을 부자들의 놀이터라고 부른다. 다른 이들은 버닝맨을 급진적인 사회 실험이라고 부른다. 실제로는 둘 다 맞는 말이다.

클리핑거는 암호화폐로 폭리를 취하는 그룹의 영향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무도 그 문제를 해결했다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아직도 그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면, 흥청망청하며 각종 변장 의상을 입은 자들로 가득찬, 또 영적인 조각을 불태운 재가 흩날리는 허전한 사막만큼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2010년 버닝맨에서 맞이한 나의 첫 아침. 분홍색 퍼지 모자를 쓴 토플리스 여성이 내 텐트에 접근했다. 그는 초보자인 나에게 물이 더 필요하고, 텐트도 더 튼튼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운동이란 뭔가를 받는 사람의 상환 능력과 상관없이 지식을 공유하는, 이같은 방식으로만 성장한다.

비트코인 지지자들도 가치를 중심에 놓는 경제논리가 비트코인 시스템을 지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선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선의의 고리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물 담배를 한모금 빨고서 새로운 금융자산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세상을 구한다’는 딱지를 붙여주는 것은 순진하고 유치한 희망이다. 그러나 때때로 바람에서 먼지 맛이 날 때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느껴진다.

번역: 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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