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행동수칙 제정, 규제 당국도 참여한다. 환영한다"
[DAXPO 인터뷰] 티아나 베이커테일러 GDF 집행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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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김외현 2019년 9월11일 13:50
티아나 베이커테일러 GDF 집행이사. 출처=이정아/한겨레


글로벌디지털금융(GDF)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티아나 베이커테일러 집행이사는 최근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돌면서 각국 규제당국과 관련기업 및 각국 협회를 잇따라 만났다. 암호화폐 업계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면서 행동수칙(Code of Conduct)을 만들고 있는 글로벌디지털금융은 각국의 규제 당국도 여러 의미에서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 업계와 당국 사이에 충실한 소통채널이 돼주겠다는 뜻이다. 베이커테일러 집행이사는 DAXPO 준비 과정에서도 많은 기업과 협회의 참가를 주선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오전 DAXPO 행사장에서 진행됐다.

-이번 아시아 투어의 종착역이 부산 DAXPO가 됐다. 많은 당국과 기업, 협회를 만났는데, 어땠나?
“모두 물어보는 것이 비슷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의 의미와 그에 대한 대응을 질문했고, GDF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마침 지난 1일 GDF는 고객신원파악(KYC)와 자금세탁방지(AML), 증권형 토큰(STO), 스테이블코인 등 3가지 분야와 관련한 행동수칙 조항을 만들었고 이를 설명했다. 다른 나라 규제 당국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규제 당국이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이해하기 위해 물어보는 것이, 그들 생각대로 행동해버리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GDF는 회원제 비영리기구로 디지털금융의 가속화와 확산을 목표로 한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며 행동수칙 제정 과정에서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개별 회원을 비공개로 접촉해 견해를 묻고 이를 반영해 합의할 수 있는 문구를 찾는다. GDF 자체는 중립을 유지하면서 어떤 입장도 지니지 않는다. 이 같은 논의 과정에는 각국 규제당국도 참여한다.

-규제 당국과의 접촉은 정기적으로 하고 있나?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곳은 40개 사법권(jurisdiction, 국가처럼 독립된 사법권을 지닌 단위) 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부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GDF는 분기별로 ‘글로벌 서밋’이라는 정기 총회를 한다. 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 날짜는 같지만 우선 싱가포르, 도쿄, 홍콩, 시드니, 런던이 회의를 하고, 다음에 파리, 요하네스버그, 보고타, 런던, 워싱턴, 뉴욕이 회의를 한다. 기본적으로 회원사들이 참가하지만 규제 당국도 옵저버로 참석한다. 매번 총회 뒤 GDF는 규제 당국만 참석하는 별도 회의를 연다. 이렇게 하면 우리도 그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규제 당국끼리 교류할 수 있는 장도 마련해줄 수 있다. 총회 도중에 그들이 공개적으로 교류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는 오는 18일부터 규제 당국만 참여하는 월례 웨비나(온라인 세미나)도 준비중이다. 첫 행사는 FATF 규제에 특정한 주제로 준비중이다.”

-규제 당국 입장에선 GDF가 업계를 대표하는 로비스트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뭘 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당국이 알고 싶은 게 있다면 더 나은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1600명 규모의 글로벌 커뮤니티다. 어느 규제 당국이 뭘 원한다면 회원들에게 물어보고 답을 줄 수 있다. 우리는 편견 없는 중립적 토론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 정책입안자들이 업계 전반적인 커뮤니티와 접촉할 수 있는 통로다. 예를 들어, 후오비는 우리의 회원사이지만 후오비가 GDF를 대신해서 당국을 만날 때는 전체 업계 차원에서 더 안전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규제 당국으로서는 그런 만남을 선호할 것이다. 우리도 그런 대화에서는 우리가 뭘 원하는 게 아니라 줄 수 있는 것을 찾을 것이다.”

-그런 소통에서는 업계도 규제 당국을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는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기업과 규제 당국의 대결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북이 백서를 일찍부터 내서 공개적으로 질문을 받고 정책입안자들과 의견 교환에 나선 것은 아주 현명했던 방식이다. 그 정도 이용자 규모에, 그 정도 영향력을 이미 갖춘 상태에서, 개별 이용자들의 휴대전화에 새로운 서비스를 집어넣으려는 사업은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정부는 혁신이 중요하고 뒤처질 수 없다면서도 동시에 달러 지위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이것도 일종의 경고에 해당된다. 정부가 혁신에 충분히 개방적이지 않으면 혁신을 주도하는 민간 기업이 정부의 통화 시스템을 벗어날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GDF는 리브라 국면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여러 규제 당국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리브라는 흥미롭고 상상할 게 많은 주제다. 하지만 GDF는 보다 실질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예컨대, 기관 수탁 사업을 어떤 기업이 할 수 있을지, 암호화폐 자산 관리를 장부에선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등 금융 인프라의 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GDF는 거래소 운영, 토큰 판매, 비 증권형 토큰 관리 등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수칙을 이미 제정했으며, 향후 수탁기관이나 세금 관련한 내용들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업계가 자율, 자체 규율을 만드는 것은 왜 필요한가?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자율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왜 그게 필요하죠?'라고 되묻는다. 물론 시장을 그냥 내버려둬도 정부 등 기관의 규제 방향은 언젠가는 정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법이 먼저 통과가 되어야 할 테고, 이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긴 시간동안 손 놓고 있으면 업계가 발전하기 어렵다. 나름의 자체적인 시행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더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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