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폴은 마셜제도의 대통령 보좌관이자 환경부 장관이다. 이 글은 아시아 암호화폐 시장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상호관계를 집중 조명하는 인베스트 : 아시아 2019행사의 프롤로그인 “노클로징벨(No Closing Bell)”에도 실렸다. 인베스트 : 아시아 2019행사는 오는 9월 11일,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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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마셜제도 공화국(Republic of the Marshall Islands)가 자치정부를 수립한 이래 공식 법정화폐는 미국 달러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한 디지털 법정화폐 발행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법정화폐 SOV(the Marshallese sovereign)를 뒷받침하는 자체 통화법안(Sovereign Currency Act)이 지난해 통과되었고, 앞으로 마셜제도에서는 SOV가 미국 달러와 함께 공식 화폐로 사용될 예정이다. 고유 통화의 발행은 대부분 자치 국가가 누리는 특권이지만, 그 고유 통화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화폐라는 점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다.

우리는 SOV를 발행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우리의 법정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둘째, 화폐 공급량은 계획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조작될 위험이 없어야 한다. 셋째, 법정화폐 프로토콜 자체가 규제에 부합해야 하며, 동시에 화폐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은 마셜제도와 같은 작은 나라들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왔다. 지금까지 전통적 법정화폐인 달러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마셜제도는 국제 금융과의 연결 고리가 매우 약했고, 국제적인 금융 규제를 따르기 위해 들여야 했던 비용이 컸다. 우리 국민은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때 건당 최대 10%의 수수료를 내기도 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한 섬의 특성상 현금인출기를 구입해 설치하는 간단한 일조차 쉽지 않았다.

반면, 블록체인 거래는 빠르고 간단하고 저렴하다. 블록체인 거래는 분산 네트워크 전체에 거래 기록이 복제·저장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재된 수학적∙기술적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건 무척 간단하다. 네트워크만 갖춰놓으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통화를 발행해 사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을 만들고 지폐를 찍어내고 유통하는 과정은 완전히 불필요하다.

우리가 생산량과 성장률이 고정된 디지털 화폐를 선택한 이유는 전통적 법정통화가 때에 따라 대단히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하루 만에 가치가 15%가 하락했고, 베네수엘라 볼리바르는 화폐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금이나 비트코인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중앙은행들이 내놓는 정책은 완전하지 않다. 정부는 돈을 무한정한 자원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지속가능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밀턴 프리드먼의 k% 준칙에 따라 우리는 마셜제도의 화폐 공급량을 매년 4% 늘려나갈 예정이다. SOV는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분산화된 기관들과 화폐 보유자들에게 자동으로 분배될 것이고, 정부가 화폐 발행량을 인위적으로 늘려 화폐 가치를 조정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통화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어야 한다. 9.11 테러 이후 세계는 테러자금 조달과 자금세탁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고유 화폐가 없는 마셜제도는 기본적인 금융 규제를 지키는 일 외에 이 싸움에 기여할 방법이 없었다. 이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를 법정화폐로 채택하면 우리는 컴플라이언스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고 국제무대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SOV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은 은행이나 거래소의 역할을 대신해 자신들의 거래를 직접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악용할 소지가 있는 익명성이나 비밀 거래의 허점을 차단할 수 있다. 단, 개인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는 합리적 수준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언제 개인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 정확히 어떤 정보를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SOV 발행을 앞두고 이런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규정을 다듬고 있다.

마셜제도는 SOV가 모든 컴플라이언스 요건을 충족하고 국제 금융 생태계에 온전히 융합될 수 있도록 국제 규제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실제로 SOV는 현금과 달리 오남용을 막기 위해 시작 단계부터 디지털로 설계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년간 마셜제도는 국제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물리적으로 찍어낼 필요가 없고,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으로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또 조작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화폐를 발행하면 마셜제도는 마침내 국제 금융 시스템에 독자적으로 연결될 것이다.

혹자는 마셜제도가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 법정화폐를 발행한다는 사실을 놀랍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마셜제도 국민은 이미 지난 수백 년을 분산화·분권화된 제도 속에서 살아왔다. 1천 개가 넘는 섬에 5만여 명이 흩어져 사는 작은 나라에서 중앙집권체계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사실상 실현할 수 없는 제도다.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마셜제도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가치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화폐 독립을 이룩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혁신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이 기회를 잡을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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