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워싱턴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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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calNote
FiscalNote 2019년 9월10일 15:33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리브라 출시하는 순간 집중 규제 대상”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6일 스위스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Libra)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리브라는 출시하는 순간 전 세계 통화 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것이므로, 준비 단계부터 규제 당국이 어떤 부분을 우려하는지 분명히 전달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섣불리 출시를 승인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를 펴내기 전부터 이미 워싱턴 정가에서 ‘요주의 대상’이었다.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것이 지난 대선에서 선거 개입 스캔들로 비화했지만, 개선된 개인정보 보호 지침을 내놓는 대신 오히려 리브라 백서를 펴내자 페이스북을 향해 비판과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의 규제 기관과 의회는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출시한 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말말말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출시하는 순간부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당연히 최고 수준의 규제와 감독이 불가피하다. 다만 현행 규제 체계에서 다루기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대부분 규제 당국이 명확한 방침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연준도 지금껏 (리브라의 출시를) 서둘러 승인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연준은 특히 사이버 리스크를 포함해 리브라로 인해 발생할 모든 위험으로부터 금융 시장의 개인들을 보호하는 장치를 어떻게 마련하고 제도를 운용할지를 두고 페이스북과 실질적인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아직 출시하지 않은 상품을 덮어놓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리브라를 향한 우려 가운데 몇 가지는 페이스북이 성실하게 규제 당국을 설득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연준이 리브라의 출시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연준이 (지금까지 확인된 정보를 토대로) 리브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페이스북도 계획대로 세계적으로 쓰이는 리브라를 출시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하고 준비해야 할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제롬 파월

 

워싱턴은 곧 대선 모드 돌입.. 내년 출시 가능할까?


이처럼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출시하기에 앞서 규제 당국을 설득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규제 당국이 이제 막 암호화폐 규제를 만드는 중이고, 리브라에 대한 ‘맞춤형 규제’가 나오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내년은 대선이 있는 해다. 규제 기관의 업무 속도를 좌우할 정치인들이 일찌감치 ‘선거 모드’에 돌입하면 리브라 규제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날 수도 있다.


 




연방정부 이어 주정부도 페이스북 규제 박차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이 지난 6일 페이스북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제임스 장관은 뉴욕주를 비롯해 콜로라도, 플로리다, 아이오와, 네브래스카,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테네시, 워싱턴D.C. 법무부가 함께 꾸린 공동 조사단의 단장을 맡는다. 페이스북으로서는 연방정부와 의회, 규제 기관에 이어 리브라를 계획대로 출시하기 위해 설득하고 필요하면 해명해야 할 규제 당국이 더 늘어난 셈이 됐다.

규제 당국의 조사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특히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를 출시한 뒤 전 세계 규제 당국과 중앙은행의 집중적인 견제와 조사 대상이 됐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선거 개입 스캔들의 장본인이었던 페이스북을 향한 워싱턴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백악관과 의회, 규제 기관들은 이미 일제히 리브라를 향한 우려를 표명하며, 철저한 조사를 예고했다.

연방 통상위원회(FTC)는 지난 7월 이용자 데이터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페이스북에 5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의회는 같은 달 리브라 청문회를 세 차례나 열어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비롯해 페이스북의 약점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정부 연합이 대대적인 조사를 예고하면서 리브라 출시는 더욱더 험난해졌다.


 

말말말


“공동 조사단은 페이스북이 산업 전반에 독점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며 그로 인해 경쟁을 가로막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법규를 지키고 소비자 보호에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이번에 여덟 개 주와 워싱턴D.C.가 함께 꾸린 초당적 공동 조사단의 단장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조사단은 페이스북이 경쟁을 저해하고 이용자 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 레티샤 제임스

“조사단은 주어진 모든 수단을 활용해 페이스북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사용하거나 경쟁을 가로막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또한 그로 인해 광고 비용이 커지지는 않았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다.” - 레티샤 제임스

 

주정부 ‘연합’의 위력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뉴욕주 법무부 한 곳의 결정이 아니라 8개 주와 워싱턴D.C. 법무부까지 함께 조사단을 꾸렸다는 점이다. 여러 주정부가 공동의 목표 아래 뭉쳐서 움직이면 규제의 위력이 배가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주정부 연합이 조사를 벌여 적잖은 과징금이나 벌금을 부과한 적이 많다.

페이스북은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어떤 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윌 캐슬베리 주정부·지방정부 정책 담당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은 충분한 선택권을 보장받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리브라 위해 로비스트 대대적으로 보강


페이스북이 워싱턴에서 회사를 대변해 활동할 로비스트들을 보강했다. 모두 워싱턴 정가와 금융정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리브라 출시를 앞두고 페이스북의 로비 능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윌리엄 홀리어(William Hollier)가 이름을 올렸다.  홀리어는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크레이포(Mike Crapo, 공화, 아이다호)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어 크레데쉬스 증권의 매니징 디렉터를 지낸 마이클 윌리엄스(Michael Williams),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정책 부문을 총괄했던 존 콜린스(John Collins)도 페이스북을 대변하는 일을 맡게 됐다.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총 750만 달러를 로비에 썼다. 이변이 없는 한 2018년 로비에 쓴 돈 1260만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올해 로비에 쓸 것으로 보인다. 테크 업계 가운데 페이스북은 로비에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쓴 회사였다. 페이스북보다 더 많은 돈을 로비에 쓴 회사는 아마존으로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850만 달러를 로비에 썼다.

 

왜 이제서야?


미국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규제 당국을 설득하는 동시에 규제 정보를 얻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한다. 리브라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앞둔 페이스북이 로비스트를 보강한 건 전혀 놀랍지 않다. 오히려 왜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발표하기 전이 아니라 이제서야 부랴부랴 로비스트를 고용했는지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리브라 백서에 깜짝 놀란 의회는 부랴부랴 한 달에 세 차례나 리브라 청문회를 잇따라 열었는데, 청문회에서 오간 얘기를 종합해보면 상·하원 모두 리브라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가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신뢰는 사실상 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정부 기관과 의회에 리브라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는 사실을 설득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워싱턴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실제로 연준 의장, 재무장관, 의원들,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리브라 혹은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로비 예산을 집행하는 기업은 추진하는 사업에 관해 우려가 제기될 만한 부분을 먼저 파악해 이를 해명하고 당국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여야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아진다. 이미 발표한 정책에 규제 당국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뒤에 이를 수습하는 데 로비스트를 동원하는 건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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