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부 로자바 '오픈아카데미', 블록체인 사회 향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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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 Rose O'Leary
Rachel Rose O'Leary 2019년 10월7일 18:30
코인데스크 소속의 레이첼 로즈 오리어리 기자는 정세가 불안한 시리아 북부 로자바(Rojava) 현지에서 암호화폐가 어떻게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를 끌어내는지 취재하고 있다. 앞서 보내온 르포에 이어 세 번째 로자바 르포 기사를 소개한다.

This North Syrian School Is a Baby Step Toward a Blockchain Society
사진=레이첼 로즈 오리어리


 

시리아 북부에 있는 준자치구역 로자바(Rojava)에 새로운 학교가 세워졌다. 학교 이름은 오픈아카데미(Open Academy). 오픈아카데미에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모하메드 압둘라(22세)는 학교를 가리켜 “로자바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도 최초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오픈아카데미는 로자바 사회가 안은 가장 커다란 난관인 교육 기회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북부 시리아는 2012년 준자치구역의 지위를 얻은 뒤 민주연합주의(democratic confederation) 정치 체제하에서 IS에 저항하고 있다.

“나는 학교에 가려면 매일 IS가 점령한 지역을 지나야 했다. 대학 시절이 인생의 황금기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전혀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북부 시리아는 탈중앙화 정신에 바탕을 둔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이 지역 사회를 어떻게 보완∙개선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오픈아카데미의 학생들도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수년간 이어진 혼란의 역사 끝에 확실성을 가져다줄 수단으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 압둘라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시리아 파운드를 신뢰하지 않는다. 미국 달러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결국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다르다.”

내전 발발 전 시리아 정부는 쿠르드어 교육을 금지했고, 기술 교육도 억압했다. 학교들은 대단히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체벌이 일상이었다.

오늘날 쿠르드 학생들은 쿠르드어를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기술 교육과 관련해서는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출신으로 전자공학을 공부하는 레두르 다리스탄은 기술 교육이 앞으로 수년간 장기적 관점에서 발전시켜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탈중앙 정치


라즈베리 파이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사본


 

최근 6개월간 정부는 북부 시리아 전역에 교육 기관을 세웠다. 각 기관이 제공하는 기술과 철학 교육은 무료다.

학생들은 코드 작성법을 배우는 동시에 세계사, 문화론, 압둘라 외잘란(Abdullah Öcalan)의 저서 등도 함께 공부한다. 압둘라 외잘란은 쿠르드족의 이념적 지도자로 현재는 터키에 수감돼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오늘날의 정치∙경제 이론의 기원을 분석할 수 있게 되고, 더 넓은 역사적 시각에서 내전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의 주된 목적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사회학이나 역사,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근본부터 해결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 아자드 막스무드, 오픈아카데미 교수

막스무드 교수가 말하는 당면한 문제란 전쟁, 경제적 압박, 사회기반시설의 손상, 날로 심각해지는 식수난 등을 아우른다.

20년째 터키 감옥 섬 임랄르에 수감되어 있는 압둘라 외잘란은 독방에 갇힌 채로 민주연합주의의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민주연합주의는 정부의 관리·감독이 없는 무정부 사회를 지향하는 정치 모델이다.

외잘란의 이론은 코뮌 방식으로 운영되는 시리아 북부 거버넌스 체제의 바탕이 되었다. 막스무드는 이 체제에서 블록체인이 특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공 회계를 분산원장에 기록함으로 코뮌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동의 자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주의 경제는 코뮌 간 자원 관리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서 블록체인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여성의 역할


오픈아카데미에서 미디어 부문을 맡고 있는 프랑스 국적의 거든 스터크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술과 철학 분야에서 여성에게 무상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 북시리아는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터크는 블록체인을 위시한 기술 분야에서 성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터크의 주장은 보다 광범위한 북시리아 프로젝트의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 여성 해방은 북시리아 혁명의 대표적 특징 가운데 하나다. 북시리아 거버넌스 체제에는 여성의 참여가 권장되며, 다수의 여성은 IS에 대항하는 무장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스터크에 따르면 기술 분야의 여성 참여 문제는 군사 분야와 유사한 난관에 직면해 있다.

“기술 분야는 군대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여자는 약하다, 이해력이 떨어진다 등등. 여성들에게 무장 투쟁 참여를 독려하는 일은 특히 힘들었다. 문화적 장벽이 가장 넘기 어려웠다.”

기술은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자신들의 시각으로 사회를 구현할 기회다. 여성도 사회의 필요에 부합하는 탈중앙화 기술 발전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교육


버려진 교과서들


 

오랜 전쟁으로 인해 북시리아의 많은 젊은이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환멸을 느꼈다. 이런 이유에서 오픈아카데미는 전쟁과 압제 속에 살아온 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특히 교사 없이 학생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오픈아카데미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다.

또한, 오픈아카데미는 젊은이들에게 북시리아 사회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희망을 심어주고자 한다. 이 희망은 8년간 지속한 극심한 갈등 상황으로 인해 크게 약화된 상태이다.

오픈아카데미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는 다리스탄은 아프린 출신이다. 아프린은 2018년 터키군이 점령하기 전까지는 시리아 북부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 중 하나였다. 다리스탄은 아프린 공습이 시작되었을 당시 재학 중인 대학교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공습 경험은 전통적 교육에 대한 다리스탄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학교에 가도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학위를 따야겠다는 열의가 없어졌다. 이제 아무런 의미를 못 찾겠다.”

공습 이후 다리스탄은 아프린 시 밖으로 쫓겨났다. 난민캠프에서 6개월을 지낸 다음 대학으로 돌아갔지만, 다리스탄은 수업을 빼먹고 학교 해킹 연습실에서 코딩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기술은 분명한 목표가 있다. 오픈아카데미에도 비전이 있고 목표가 있다. 그 점이 나에게는 동기부여가 되고 열의를 가져다준다.”

* 취재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본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 기사에 등장한 모든 사진은 오리어리 기자가 직접 촬영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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