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관투자자들이 크립토 헤지펀드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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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뉴스페퍼민트 2019년 10월7일 17:00
Asian Institutions Are Finally Warming to Crypto Hedge Funds
이미지=셔터스톡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아시아 지역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초고액자산가와 이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로, 일반적으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 경험이 많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암호화폐 투자를 망설여온 아시아 지역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자금의 일부를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역내 기관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는 금융권과 규제 당국의 견제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출시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기회도 적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아시아 지역의 기관투자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홍콩의 암호화폐 헤지펀드 BB셰어스(BBShares)는 목표 운용자산 규모 1천만 달러를 올해 안에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은 기존 금융권 기관이 아닌 고액자산가와 이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가 투자한 자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트코인이 올해 초부터 강세를 이어온 가운데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지난 4개월 사이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과거 BNY멜런(Bank of New York Mellon)에서 근무했던 BB셰어스의 제트 리 최고투자책임자는 “올해 들어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투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투자 대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기관투자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 앰버그룹(Amber Group)의 공동창립자 티엔티엔 쿨랜더도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고 말하면서 “최근 몇 달 사이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아시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암호화폐 헤지펀드는 많지 않다. 컨설팅기업 PwC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중 64%가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펀드는 5%에 불과하다.

암호화폐 헤지펀드가 운용되는 방식은 일반 헤지펀드와 비슷하다. 수학적 계량 분석 기법을 이용한 퀀트 투자를 비롯해 차익 거래, 매수위주(long-only) 거래, 매수·매도 혼합(long-short) 거래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다.

 

최고의 홍보 효과


암호화폐 헤지펀드에 대한 아시아 투자자들의 관심은 페이스북이 지난 6월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이후 확연히 증가했다.

탈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 사이벡스(CYBEX)의 최고투자책임자 왕지안보는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발표한 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자산 중 하나로 암호화폐가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리브라는 그 자체로 최고의 암호화폐 홍보 효과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 통화(CBDC)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점점 구체적인 사실로 밝혀지면서 또 하나의 대형 호재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지난 8월에만 여러 차례 디지털 위안화 출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인민은행은 산하 디지털 통화연구소(Digital Currency Research Lab)가 베이징 시내에 있는 인민은행 본사 건물 대신 별도의 장소에서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만 매달릴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는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비트코인 시세 등 전반적인 업계 현황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현재 두 배 이상 올랐다. 여러 투자 자산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킹알파(SeekingAlpha)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에 이어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은 미국 부동산지수(MSCI 리츠지수 기준)와 미국 주식 시장(러셀3000 지수 기준) 시세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각각 20% 정도 상승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와 암울한 세계 경제 전망이 잇따르면서 경제 상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자산으로 인식되는 암호화폐가 더욱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의 디지털 자산 브로커리지 기업 OSL브로커리지(OSL Brokerage)의 라이언 라바그리아 트레이딩 부문 총 책임자는 “거시경제 전망이 악화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전쟁’과 경제 전망을 악화시키는 일들 때문에 새로운 투자 대안에 목마른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는 매력적인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대일로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폭넓게 확산하기 위해서는 통과해야 할 관문이 한둘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결심하더라도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길은 매우 멀고 험난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은 특히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 홍콩의 암호화폐 수탁업체 인볼트트러스트(Invault Trust)의 CEO 케네스 슈는 현재 아시아에서 암호화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혹은 수탁자를 통해 매입하는 방법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순 매입·매도 방식의 투자로는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펀드를 결성하고 이름 있는 기관투자자들을 유치해 더 큰 규모의 자금을 다양한 투자 기법을 접목해 운용한다면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시아에서는 이런 펀드를 결성해 운용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펀드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거나 펀드 관리, 수탁, 보험, 감사 등 펀드 운용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고, 때에 따라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외환 규제 등 정부의 입김이 거센 중국에서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은행들도 암호화폐 투자를 고위험 투자로 여겨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기관들은 대체로 환영받지 못한다.

BB셰여스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사내에 별도의 자산운용 시스템을 만들고 펀드 자금을 보관하고 보장해 줄 수탁 기업을 찾아 미국으로 가야 했다. 그렇게 암호화폐 펀드를 출범시키는 과정만 1년이 넘게 걸렸다.

홍콩에 기반을 둔 또 다른 암호화폐 헤지펀드 포인트95글로벌(Point95 Global) 역시 지난해 봄부터 펀드 결성 작업에 착수해 현재 내부 절차들을 완료하고 있고, 내년부터 외부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JP모건 출신인 린 청 포인트95 글로벌CEO는 “자동차를 만들면서 동시에 길을 내고 도로까지 닦아야 했다”고 표현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고, 시간도 엄청 오래 걸렸다.”

BB셰어스와 포인트95 글로벌은 모두 펀드 운용을 위한 은행 계좌를 미국에서 개설했다. 대부분 미국 은행들은 펀드 운용 인력 중 미국 시민권자 혹은 영주권자가 있고, 자산투자 경력이 많은 전문가가 포함돼 있는 경우에만 계좌를 개설해 준다. 아시아 펀드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의 기관들은 리스크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지금까지 아시아 규제 당국과 금융기관들은 그들보다 앞서가는 선진국 기관들의 사례를 보면서 뒤쫓아왔고, 이번 역시 기다리며 지켜보다가 그들이 하는대로 따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위험을 무릅쓰는 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는 분명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 헤지펀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가 아시아 지역의 헤지펀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 전에 미리 자금을 투자해 두면 그만큼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선발자의 이익(first-mover advantage)를 기대하는 것이다.

포인트95글로벌의 린 청은 “기관투자자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BB셰어스의 제트 리는 “정식으로 규제를 받는 암호화폐 펀드 시장이 앞으로 3년 후 어떻게 될지, 심지어는 바로 내년에 어떻게 될지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BB셰어스는 암호화폐의 장기적 가능성을 믿고 있으며 우리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하는 가치를 반드시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일부 기업들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정식 펀드를 출시하고 운용하기 위한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통합관리계좌(managed account) 등 좀 더 쉽게 출시할 수 있는 상품을 우선 선보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 펀드에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대부분 투자자가 초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합관리계좌도 그다지 나쁜 대안은 아니다. 사이벡스의 왕지안보와 포인트95 글로벌은 이와 같은 통합관리계좌를 곧 출시할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아직은 신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있다. 쿨랜더는 앰버그룹을 찾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문의만 하고 떠난다고 말하면서 “아직 간만 보고 떠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은 본격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시기도 그만큼 늦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지나친 신중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인볼트트러스트의 케네스 슈는 “행동보다 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문서 작업, 승인과 규제 준수를 위한 일련의 절차 등 하나의 암호화폐 펀드가 출시되기 위해서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그 사이 암호화폐 시장이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말들이 다 일리는 있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도전장을 내미는 자들에게는 그보다 큰 보상이 따를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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