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세조작은 자본시장법 위반도, 업무 방해도 아니다?
한서희 변호사 "암호화폐 범죄 적용할 법 조항 미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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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김병철 2019년 10월7일 21:15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암호화폐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지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관련 법 조항은 미흡하다. 특히 암호화폐가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시세조작을 막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7일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블록체인법학회와 형사정책연구원이 주최한 '블록체인과 형사사법' 공동학술대회에서 가칭 'X거래소 시세조정 사건'을 소개했다.

X거래소 시세조정 사건에는 A코인과 B코인이 연관됐다. A코인은 X거래소가 직접 발행한 코인이고, B코인의 가격은 고정되어 있다. 거래소는 A와 B코인을 1대100 비율로 교환해주기로 결정한다.

문제는 X거래소 협력사의 직원 K가 A-B코인의 교환 정책 정보를 사전에 얻어 시세조정을 계획하면서 시작됐다. K는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을 개설하고 사람을 모아 A코인을 매집하게 했다. 이후 K는 카카오톡방 참여자들과 함께 일시 매도하고 또 이를 낮은 가격에 매수했다.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매 현상이 발생하면서 A코인 가격은 하루 만에 10분의 1로 폭락했다. 이를 기다린 K 등은 A코인을 대량 매수한 후 가격이 고정된 B코인과 교환했다. 결국 거래소는 큰 손해를 입었고, K 등을 형법상 업무방해 또는 컴퓨터 등 업무방해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그러나 이 사건에서 적용할 법 조항은 명확하지 않다. 한 변호사는 "현재 수사기관이 수사 중이지만 행위태양(행동의 형태 및 범주) 특정이 어려워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암호화폐는 금융투자 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시세조정이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거래소는 K 등을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했으나, 이들의 담합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할지가 논란이다. 한 변호사는 이들의 행위가 위력이나 위계를 형성해 거래소의 자유의지를 제압하거나 오인·착각 등을 일으킨 업무방해로 봐야 할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컴퓨터 등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려면, 컴퓨터 등을 망가뜨려 손상을 입히거나 허위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가격 담합에 따른 시세조정은 허위 정보가 아니라 해당 법 조항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K 등이 다수의 계정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 변호사의 해석이다. 한 변호사는 이와 같은 각종 시세조종, 내부정보 이용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가상자산에 대한 일반법을 제정해야 한다. (당장 그게 어렵다면) 작전 세력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이용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형법 등의 개정을 통해서라도 특수한 형태의 담합 행위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류부곤 경찰대 교수는 암호화폐가 형법상 재물이 아니라 절도, 횡령, 장물죄 등에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2018년 5월 대법원은 범죄수익인 비트코인을 몰수하라는 첫 판결을 내리면서 비트코인의 재산상 가치는 인정했지만 재물로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절도·횡령죄가 적용되는 재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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