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행 전 부총재 "암호화폐 8대 취약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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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19년 11월4일 11:00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국영 상업은행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행(中国銀行, Bank of China) 왕용리(王永利) 전 부총재가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엔 여덟가지 취약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왕 전 부총재는 지난달 31일 중국 경제 매체 경제관찰보 기고문을 통해, "중국 정부가 2017년 9월 암호화폐공개(ICO)를 명확히 금지했음에도 많은 이가 암호화폐 거래에 나서고, (이름에) 블록체인이란 단어를 가진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나 질서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암호화폐의 8대 취약점을 지적했다.

왕 전 부총재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와 법정화폐를 교환할 때 거래소와 같은 보조 기구에 가입해야 비로소 더 많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의 탈중앙화 및 탈중개화는 오히려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 전 부총재는 우선 "암호화폐를 통해 탈중앙적이고 민주적이며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모든 참여자가 평등하고 민주적인 세계라는 구상에서 출발했지만, 노드 운영 및 채굴에 참여하는 일부 핵심 세력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실상은 그리 평등하거나 민주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왕 전 부총재는 이어 암호화폐를 사용하더라도 은행 혹은 제3의 지불기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진정한 무신뢰·무중개 P2P(개인간) 거래엔 엄격한 전제 조건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플랫폼들은 비트코인과 달리 진정한 탈중앙화 형태를 띄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나친 탈중앙화 추구가 비현실적일뿐 아니라, 효율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왕 전 부총재는 "탈중앙화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오히려 효율성과 비용, 그리고 규제 준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 전 부총재는 비트코인이 진정한 화폐가 되기 어렵다는 점 또한 블록체인이 가진 맹점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발행량 제한 및 채굴 난도 심화 등 금이 가진 속성을 모방했지만, 정작 금이 더는 화폐로 쓰이지 않는 이유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금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또한 상품 가격 척도 및 교환의 매개, 가치 담보 수단 등 화폐의 기능을 온전히 갖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왕 전 부총재는 암호화폐공개(ICO)를 둘러싼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ICO를 통해 암호화폐 관련 창업을 위한 새로운 자금 모금 방식 및 통로가 만들어졌지만, 심각한 금융 및 사회 문제로 이어지기도 쉬웠다"면서 "이는 블록체인 발전을 오히려 가로막기도 했다"고 말했다. 왕 전 부총재는 이에 중국 정부가 2017년 9월 ICO를 전면 금지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의 리웨이 기술국장은 28일 상업은행들에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다만 인민은행은 자체 디지털화폐(CBDC)와 관련해서는 '기술중립'이라는 표현으로 탈중앙 형태의 블록체인 기술과 중앙집중적 기술을 병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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