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재난관리청(FEMA,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이 블록체인 기술 이용을 통해 구호 자금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급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재난관리청 자문위원회(NAC, National Advisory Council)는 18일 펴낸 월간 보고서를 통해 재난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미 연방정부 산하 기관들은 재난 구호 활동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국방부 산하 조달 업무를 처리하는 방위사업청 담당팀이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리아의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한 구호물자를 지급하는 데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피터 게이너 청장에게 보낸 자문위 보고서는 우선 토지 등기부터 블록체인에 시범적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구호물자와 지원금을 한시라도 빨리 받아야 하는 피해 주민들에게 정부가 훨씬 더 빨리 물자를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리아(Maria)나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처럼 대형 자연재해가 난 뒤, 피해 지역 주민들은 보통 구호물자를 신청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제출해야 하는지 챙길 겨를이 없다. 공식 신청 서류부터 토지 소유권을 증명하는 등기, 개인 신분증 등에 이르기까지 챙겨야 할 증빙 서류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반 구호물자 신청 시스템을 이용하면 구호 활동에 나서는 여러 기관과 부서가 재난에 효율적으로 공동 대응하고 구호물자와 보상금을 정확하면서도 더 빠르고 투명하게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 재난관리청 자문위원회

자문위원회는 간단한 시험 운영을 넘어 재난관리청이 아예 보험 기관과 함께 시스템을 운영해 긴급 재난지원금(disaster dividend) 형식의 보상금을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우선 지급하는 방법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재난 관리의 탈중앙화

자문위원회가 재난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곳에서 입력하는 기록을 오차 없이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은 중요한 정보를 많은 서버에 나누어 저장하기 때문에 이른바 단일지점 장애(single point-of-failure)의 취약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구호물자를 지급하는 데 바탕이 될 모든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보관돼 있다면, 그 장소의 서버가 태풍이나 홍수로 유실돼 데이터도 전부 사라질 위험이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은 탈중앙화돼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정보들이 보안이 철저한, 신뢰할 수 있는 공간에 나누어 저장돼 있기 때문에 재난이 닥쳐 어느 한 지점의 데이터가 손실되더라도 전체 데이터의 회복성이 무척 뛰어나다.”

재난관리청 자문위는 앞서 구호물자와 지원금 지급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라고 장려한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회의 이후 위원회는 당시 브록 롱 청장에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재난관리청의 주택 지원 프로그램을 개혁하라고 조언했다. 당시 주택 지원 프로그램은 지역별로, 부처별로 제각각 운영되던 탓에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매우 낮았다.

“심각한 비효율성의 피해는 자연재해로 살 곳을 잃어 주택을 지원받아야 하는 이재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지원을 받고 싶어도 프로그램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다른데, 가뜩이나 재해로 서류도 많이 유실된 상태에서 신청서를 내는 일이 너무 복잡해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 님 키드, 재난관리청 자문위원장

자문위의 제안이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는 게이너 청장이 먼저 위원회의 최종 제안서를 확인한 뒤 내부 회의를 거쳐 블록체인 기업과 학계, 보험사 등 다양한 관계자들, 그리고 주정부나 지방정부 부처까지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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