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이메일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이더리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 한 개를 사토시라는 자체 단위로 환산하면 몇 개인지는 어떻게 알려줘야 가장 효과적일까?

유시프 모하메드 노르 알딘(Yousif Mohammed Nor Aldeen)은 고향 시리아를 떠나 이라크 아르바트(Arbat)의 한 난민수용소에 살고 있는 16세 소년이다. 알딘은 이곳에 모인 난민들에게 암호화폐를 가르치고 있다.

“내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게 되는 부정부패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

알딘의 가족 일부는 아직 다마스커스에 남아있다. 시리아에는 이처럼 국경을 사이에 두고 강제로 헤어져 지내는 가족과 사회구성원이 늘고 있다. 거주국과 상관없이 돈을 벌고 그 돈을 서로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알딘이 높이 사는 이유다.

알딘은 “인터넷과 전화, 컴퓨터에 대한 지식은 필수”라고 말하면서 “첨단 기술의 세상에 살고 있으니, 첨단 기술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딘은 헬로퓨쳐(Hello Future)라는 비영리 단체가 현지에서 진행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이더를 소량 보유하고 있다. 아직은 실제로 무언가를 살 수 있는 양은 아니므로, 더 많은 이더를 벌어야겠다고 알딘은 다짐하고 있다. 헬로퓨쳐의 창립자 찰리 그로소는 이더가 비트코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이더를 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로소는 알딘과 함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를 예전의 닌텐도 게임기 정도의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하거나 계산기로 사용하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인터넷에 접속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법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검색을 통해 정보를 검증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로소의 컴퓨터 수업을 들은 학생 44명의 습득력은 뛰어났다. 인터넷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이 수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은 정부가 통제하지 않는 디지털 돈의 개념을 빠르게 이해했다. 어쩌면 이들에게 익숙한 금 등의 실물 자산과 암호화폐가 지닌 공통된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이라크에 대한 국제 사회 제재로 페이팔 등 인터넷 결제 시스템이 현지에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이라크처럼 현금이 유일한 결제 수단인 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 간의 연결이 중요한 만큼 암호화폐 시장과 비슷한 점이 오히려 많을 수 있다.

 

어머니가 곧 은행인 사회

알딘은 2년 전 처음으로 핸드폰이 생겼다면서 지금은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한 대씩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인크래프트(Minecraft)처럼 무언가를 직접 설계해 짓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즐겨 한다고 했다.

수용소에서 함께 지내는 난민 9천여 명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 출신이다. 이들이 살던 곳은 대체로 모계 사회로, 어머니가 중심이 되어 가계를 꾸려간다.

알딘의 누나는 빵집에서 일하고, 아버지는 목수로 일한다. 형은 근처 도시에 있는 디지털 홍보대행사에서 일하고 있고, 업무용 노트북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번 돈은 모두 어머니가 관리하고, 각 가족 구성원은 어머니가 주는 용돈을 받아 생활한다.

알딘은 “어머니가 곧 은행”이라면서 “은행에 돈을 보관하면 은행이 그 돈을 훔쳐 갈 수 있으니 암호화폐로 보관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로소는 내년까지 총 100명의 학생이 자신의 수업을 수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집으로 부모에게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관련 지식을 전파하면 더 큰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르바트와 같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지역일수록 더 많은 사회구성원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탈중앙화가 실현되려면 지역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체적인 감독이 필요하다. 특히 탈중앙화가 필요한 지역에 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를 마련해 지역사회 내에서 신뢰 기반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찰리 그로소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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