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칼럼] 세금폭탄 던지는 국세청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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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김동환 2019년 12월31일 08:00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국세청이 지난 11월 말, 외국인 고객의 소득세 원천징수와 관련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803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는 사실이 27일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 2015년 부터 4년동안 빗썸을 이용한 외국인 회원들이 출금했던 원화 금액 전체를 기타소득으로 파악하고 22%의 세율을 적용했다.

소득세는 소득이 있을 때 내는 것이다. 투자자가 암호화폐 거래로 이익을 봤는지 손해를 봤는지도 따져보지도 않고, 출금한 금액 전체가 소득세 대상이니 800억원이 넘는 돈을 내라는 국세청의 입장은 거래소 입장에서는 논리가 없는 자연 재해에 가깝다. 국세청이 빗썸 이외의 국내 거래소들에 같은 방식의 과세를 확대할 경우, 세금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매도와 출금 여파로 암호화폐 가격 자체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법률도 없는 상황에서 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는게 법적으로 가능하냐는 기본적인 물음부터, 정부가 이 시장을 의도적으로 죽이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국세청의 이번 조치는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도 엇박자를 타고 있다. 기재부는 현행 소득세법으로는 암호화폐 거래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없어서 내년 세법 개정안 때 법을 고친다는 결론을 낸 상태다. 국내법에 따르면 기타소득은 소득 발생일로부터 최소 5년, 최대 7년까지 세금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시간 여유도 있는 편이다. 국세청이 법적 근거도 부실한 상태에서 지금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과세 당국이 총선을 불과 4개월 남겨두고 세금 문제로 이렇게 적극적인 압력을 거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런 푸대접의 기저에는 아마도 '그쪽은 두렵지 않다'는 정부의 인식이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미 부과된 세금이야 해당 기업이 법적으로 다투면 된다지만 이런 인식이 자리 잡히면 블록체인 업계 자체에 인재가 영입되지 않는다. 잠재력 있는 암호화폐 기업이 자생하는데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일선 거래소들은 특금법 통과 등을 앞두고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니 몸을 사리는 것이 이해된다. 그러나 당황스러운 것은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등에서 아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달라질까. 2019년을 마무리하는 한국 암호화폐 업계가 직시해야 할 현주소다.

이 글은 12월30일 발송된 뉴스레터에 실린 미니칼럼입니다. 뉴스레터 구독신청은 아래 배너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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