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증권거래소(SIX Group)의 자회사인 디지털자산 거래소 프로젝트 SDX의 임원 세 명이 새해 들어 회사를 떠났다. 이들 가운데 두 명은 SDX의 창립 회원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거래소 SDX의 고객 상품책임자 이보 서터(Ivo Sauter)와 최고 디지털책임자(CDO) 스벤 로스(Sven Roth)는 이달 초 SDX를 떠났다. SIX의 대변인은 로스가 SDX의 외부 자문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서터와 로스는 모두 2018년에 팔콘 프라이빗 은행(Falcon Private Bank)을 떠나 SIX에 합류했다.
아키텍처 책임자 알렉스 진더(Alex Zinder)는 1년 전에 SDX에 합류했고, 뉴욕에서 근무하다 마찬가지로 이달 들어 SDX를 떠나게 되었다.
서터와 로스는 작년 여름에 SDX를 떠난 마틴 할블라우브(Martin Halblaub) 전 CEO와 함께 SDX의 기반을 다졌다.
당시 보고서는 할블라우브의 사임이 전략적 차이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서터는 본인도 마찬가지 이유로 SDX를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처음의 비전이 바뀐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모기업에서 SDX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는데, SDX 같은 혁신 프로젝트는 모기업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이보 서터, 고객 상품 책임자
SDX의 정식 출시일은 원래 2019년 여름이었지만, 지금은 올해 말로 연기되었다.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 증권거래소는 출시가 늦춰지면서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되었다. 한 소식통은 지금까지 SDX에 들어간 비용이 거의 1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작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SIX 그룹은 2018년에 4100만 달러가량의 수익을 냈다. SDX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직원은 약 50명이고, SIX 그룹 전체 직원 수는 3천여 명에 이른다.
“우리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다. 이전에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당연히 기복이 있다.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이미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다.” – SIX 대변인
‘비전의 차이’
서터는 사임이 원만하게 이루어졌고, SDX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던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의견이 대립하면서 계약을 갱신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비전이 내 생각과 아주 달랐다. 이 기술이 그저 1:1로 기존의 기술을 대체한다면, 꼭 블록체인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 이보 서터
서터는 SDX의 목표가 “은행만을 위해 은행에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원래 아이디어는 은행을 디딤돌로 삼아 점점 더 서비스를 확장해나가는 것이었다.
“이 기술을 사용해 다른 스타트업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이보 서터
서터는 기술이 실현되는 방식이 변했을 뿐만이 아니라, 기업 문화를 발전시키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SDX는 대기업의 접근 방식을 택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보고, 리스크 관리, 여러 부서의 추가적인 보고 등으로 인해 전체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 이보 서터
CEO 자리는 아직 공석
2019년 8월 할블라우브가 SDX를 떠난 이후 SDX는 토마스 킨들러(Tomas Kindler) 임시 CEO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킨들러는 SDX보다 SIX 그룹에서 임원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킨들러는 SIX가 추진하고 있는 스페인 증권 거래소 BME(Bolsas y Mercados Españoles)와의 합병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킨들러의 결정은 SDX의 현 상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킨들러는 접속매매(post-trade)의 전문가로, 그 분야에 더 적성이 맞는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특히 스페인에서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 합병에 본인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 SIX 대변인
대변인은 SDX의 CEO로 현재 3명의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며, “이변이 없는 한 몇 주 안에 새로운 CEO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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