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가 외국인들에게 알고싶은 것이 많아졌다
직접 고객센터 내방 및 신분증 원본, 연도별 한국거주 증명서 요구
'빗썸 과세' 문제된 국내 거주자와 비거주자 분간 위한 조처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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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1월30일 09:00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자사 이용자들 중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계좌를 동결하고 국내 거주자-비거주자 여부를 가려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당국이 암호화폐 과세 의지를 보이자 업계가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29일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업비트는 지난 12월 중순부터 외국인 계좌 출금을 전면 차단시킨 뒤 고객신원확인(KYC)을 진행중이다. 결코 간단한 절차가 아니다. 업비트에 계정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은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업비트 고객센터을 직접 방문해 소정의 수속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업비트 계정의 원화 인출이 가능하다.

KYC를 명목으로 고객을 불러 오프라인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암호화폐 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업비트가 KYC 대상 고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면 외국인 고객이 내방시 지참해야 하는 서류들도 만만치않다. 신분증 원본(외국인등록증 또는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증 또는 영주증)과 체류 만기일이 확인되는 외국인 등록 사실증명서(또는 국내거소신고 사실증명서), 그리고 연도별 한국 거주 증명서 원본 등이 필요하다.

이는 이전에 업비트가 요구했던 외국인 계정 KYC 자료보다 한층 수준이 높다. 과거엔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발행하는 외국인 등록증, 국내 통신사에 가입된 휴대전화 번호, 국내 은행에 개설된 계좌 등록(출금시) 등 3가지 추가단계가 전부였다. 과거의 KYC가 '누구냐' 정도였다면, 현재 요구하는 KYC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에 사는 누구냐'를 특정하는 내용인 셈이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에 사는 누구냐가 필요한 이유

이번 조처와 관련해 업비트는 "고객신원 확인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빗썸의 거액 과세와 관련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국내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빗썸이 803억 원 세금을 맞았는데, 그것 때문에 관련 자료를 갖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는 암호화폐 소득에 과세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거주자에게는 현행법상 세금을 부과할 근거가 없으므로 법률이 필요하며, 비거주자에게는 지금도 출금액 20%를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내법상 거주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연간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하거나 거소(생활의 근거지가 되는 곳)를 둔 사람을 뜻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거주자로 본다. 지난해 말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비거주자 고객 기타소득 원천징수 명목으로 소득세 및 지방세 803억원을 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비트가 자사의 외국인 고객들이 거주자인지 여부를 사실을 증명하는 작업은 여러모로 편리한 방편이다. 만약 특정 업비트 계정이 외국인 소유라 해도 국내에 183일 이상 체류한 거주자로 밝혀지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반대로 비거주자여서 물리적으로 고객센터 내방이 어려운 고객으로 밝혀지면, 계속 원화 출금을 제한시킬 수 있다. 그러면 해당 계정과 관련해 세금이 매겨져도 자연스럽게 원천징수를 할 수 있다. 결국 과세 당국과 다툴 일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업비트는 외국인 계좌 상대 KYC 강화 조치의 종료 시점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비거주자 고객이 오셔서 신원확인을 하실 경우에는 더이상 거래소 이용은 어렵지만 보유 자산은 돌려드린다"고 말했다. 업비트는 빗썸처럼 과세 조처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빗썸에서 전화번호만 받아갔다

거주자-비거주자 식별 문제는 이미 803억원의 세금을 납부한 빗썸과 관련해서도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빗썸은 현재 외국인 계정 KYC를 위해 여권, 국내 통신사에 가입된 휴대전화 번호, 거주지 증명을 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거주지 증명과 신분증을 받고있는 셈이지만, 과거엔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회원 가입이 가능했다.

문제는 휴대전화 번호만으로는 특정 이용자가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 판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외국 휴대전화 번호 소유자 또한 거주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득세법 등에 따르면 거주자 여부는 주거형태, 직업, 재산 유무 등등의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려야 한다. 빗썸이 조세불복 절차로 가게 되면 과세 당국이 이를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국세청은 803억 과세와 관련해, 2015~2018년 기간 빗썸의 '외국인 회원'이 출금한 원화 금액 전체를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7년 12월 13일 ‘가상통화 투기 과열 관련 긴급대책’을 통해 미성년자와 외국인에 대한 암호화폐 계좌 개설 및 거래를 전면 금지시켰다.

빗썸은 29일 현재 803억원에 대한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아직 하지 않은 상태다. 빗썸 관계자는 "조세심판원 청구는 과세 통보를 받은지 3개월 이내에 할수 있다"면서 "준비를 철저히해서 신중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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