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거래소발 급락? 중단 뒤 급반등? 비트코인 롤러코스터의 '오비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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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3월13일 23:00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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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 이럴까.

13일 오전 비트코인 개당 가격 4자릿수의 앞자리가 6에서 5로, 다시 4, 3까지 떨어졌다. 6천달러가 저지선이라는 얘기가 돌더니 이내 쑥 들어갔고, 5천, 4천도 속절없이 무너지자 침묵만 감돌았다. 오전 11시가 넘어 3700달러대가 찍히자 24시간 하락폭은 50%를 넘어섰다. '사상 최대폭 추락'이란 제목을 준비해야 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반등이 시작됐다. 주문이 눈에 띄게 몰려들었다. 금세 5천대로 올라서는 듯 하더니, 다시 4천대로 미끌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저녁 8시가 되자 5500달러에서 바닥을 다지는 모양새가 엿보인다. 전날에 견주면 이 또한 1천달러 가량 떨어진 가격이건만, 시장은 이것마저 '회복'이라 부른다. 불과 한달 전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그 2배인 개당 1만500달러 수준이었다.

훗날 암호화폐의 역사는 이 시기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이번주 초반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유가 전쟁 이후 개당 7천달러대로 내려앉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발 입국 금지 조처에 6천달러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또다시 하룻만에 다시 5천달러대로 내려앉은 배경은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외부 지갑에서 거래소 지갑 유입 늘어

가격 하락세는 코로나19 창궐과 유가 폭락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기반에서 진행중이다. 다만, '13일의 금요일' 폭락장의 주요 배경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며칠동안 암호화폐 거래소 외부에 있던 비트코인 자금들이 거래소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매수물량보다 신규 매도물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나면서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의 장병국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8일께부터 개인 비트코인 지갑에서 거래소로 입금된 비트코인 인플로우(inflow)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특히 10~13일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3월 5일부터 13일까지 비트코인 전체 트랜잭션 중 거래소로 유입되는 물량을 가격 및 기간별로 나타낸 그래프. 8일께부터 거래소 입금 비트코인이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크립토퀀트
3월 5일부터 13일까지 비트코인 전체 트랜잭션 중 거래소로 유입되는 물량을 가격 및 기간별로 나타낸 그래프. 8일께부터 거래소 입금 비트코인이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크립토퀀트

비트코인 특성상 개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이 거래소 지갑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트랜잭션 및 블록 생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트코인의 블록은 통상 10분마다 한 개씩 생성되어 직전에 만들어진 블록에 순서대로 연결된다. 블록 생성에 걸리는 시간은 트랜잭션이 늘면 길게는 30분 이상으로 길어지기도 하지만 블록 순서는 바뀌지 않는다.

위 그래프는 이런 원리를 이용해 크립토퀀트가 분석한 온체인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올해 3월 들어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로 유입된 비트코인 인플로우 물량을 그렸다. X축은 비트코인의 블록 개수, 좌측 Y축은 비트코인 가격, 우측 Y축은 거래소로 이동한 비트코인 개수다.

데이터에 따르면 3월 들어 비트코인 블록 1개가 만들어질 때마다 약 100~2000개 정도의 비트코인이 거래소 계정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8일 오후부터 거래소로 가는 비트코인 물량이 치솟았다. 11일 오후 6시53분 형성된 블록 1개(위 그래프의 621.2k 부분)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지갑으로 가는 비트코인 6000개의 거래 데이터가 담겼다.

비트코인의 거래소 지갑 유입 증가는 증시, 유가, 금 등 다른 투자시장의 폭락세 속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는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비트멕스 중단되자 비트코인 반등' 오비이락이었나

최근 비트코인 하락장을 시간 순서에 따라 3개의 구간으로 나눠보자. 첫번째는 7200달러에서 6000달러까지의 폭락(1차 하락), 두번째는 5800달러 3950달러까지의 폭락(2차 하락), 세번째는 3950달러에서 5390달러대까지의 상승(반등)이다. 

장병국 CSO에 따르면, 최근 급락장에서 비트코인이 유입된 거래소 중에서도 제미니(Gemini)와 비트멕스(Bitmex)가 유독 유입량이 많았다. 두 거래소는 미국에 근거한 곳들로, 유입 시기에는 차이가 있었다.

"제미니에는 1차 하락이 나타나기 이전에 집중적인 유입이 있었고, 비트멕스에는 1차 하락 구간과 2차 하락 구간에 비트코인 유입이 몰렸다. 비트멕스 같은 경우는 평소 블록 하나당 600개 이하의 비트코인이 유입되는데 이번 하락국면에서는 한 블록에 2000개, 많게는 4300개의 비트코인이 들어갔다."

특히 비트멕스는 현재 글로벌 1위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다. 비트코인이 하락했을 때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투자 상품들이 이곳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 유동성을 마련하려는 매도세가 많은 상황에서, 이같은 상품들에 투자가 몰려 폭락장을 이끈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2차 하락 직후인 이날 아침까지 비트멕스에서는 6억6500만달러(약 8142억원) 어치의 롱포지션이 청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점을 찍고 급격히 튀어오른 세번째 반등 구간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비트멕스가 연관된 것이란 풀이를 내놓는다. 반등이 시작된 시각은 13일 오전 11시45분께였다. 그런데 비트멕스는 이날 이용자들의 주문들이 급격히 몰리면서 트래픽 문제로 거래지연 현상이 나타나자 서버 점검에 들어갔다. 공지를 보면 거래지연이 시작됐던 시각은 오전 11시46분이다. '하락장이 이득'인 상품이 판매되는 비트멕스가 지연된 시점과 비트코인의 반등이 시작된 시점이 일치하는 셈이어서 말들이 많다.

이날 트위터에서는 알라메다리서치 CEO 샘 뱅크먼프라이드(SBF)가 "비트멕스는 오늘 하드웨어 문제가 없었을 것이란 미친 이론"이라고 의혹을 제기하자, 비트멕스 공식 계정이 "'미친'이란 말이 맞다. 샘, 당신은 이런 음모론보다는 잘 알지 않나"라고 일축했다.

비트코인 급락장 및 반등과 비트멕스 거래소의 상관관계는 별도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반등 뒤 어디로?

비트코인 가격이 5500달러선 이상으로 빠르게 반등하긴 했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세계 실물경제에 위기감을 불어넣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도, 원유가격 폭락을 초래한 산유국들간의 갈등도 아직은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이번 하락으로 현금화 필요성에 대한 정서가 더 확산하면 가격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5월달로 예정된 반감기를 계기로 비트코인 가격이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근래 암호화폐 시장과 동조 양상을 보이는 증시는 13일 유럽, 미국에서 6~7% 상승세로 출발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투자 심리 파악에 종종 쓰이는 RSI 지수는 15로 떨어져, 2018년 11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RSI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침체기 속에 반등이 임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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