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촘촘해진 대중 감시 체계의 위험
‘공중 보건’ 위해 용인되던 것들, 일상 회복한 뒤에도 남는담면 ‘빅브라더’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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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jamin Powers
Benjamin Powers 2020년 3월16일 07:00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인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나라 전체에 이동 제한 조치를 내리고 전국을 봉쇄한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는 대규모 모임을 금지했고, 상당수의 미국 기업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또 시급을 받는 계약직 노동자가 자가 격리를 해야 할 때 급여를 보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앞에 다들 사회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이 글의 제목이 지금 상황을 바로 보여준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면서 대규모 감시 네트워크와 휴대전화 추적,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 국민의 건강을 안전하게 지켜낸다는 중요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데 국민들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난 이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크다. 긴급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였던 기술이라도 국민의 일상이 회복되고 나서까지 그대로 남아있다면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 9.11 테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였다. 9.11을 겪은 후 미국 정부의 감시 기술은 크게 발전했고, 기술 기업들은 일반 국민의 감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AI 기업 센스타임(SenseTime, 商汤)이 개발한 기기는 현재 중국 전역에 배치돼 고열이 있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식별하는 데 쓰인다. 발열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센스타임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기를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스마트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소개하면서 “많은 인파 속에서도 고열이 있는 사람만 감지해 식별해내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홍보한다. 센스타임 솔루션은 현재 각종 건물이나 사무실 출입구, 공항이나 기차역,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에 설치돼 있다. 보통 공공장소에는 열을 측정하는 인력이 별도로 배치돼 있지만, 센스타임 솔루션을 이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따라서 면대면 접촉이 줄어 교차 감염의 위험도 대폭 줄어든다.

센스타임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솔루션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지역에 보급돼 있다”며, “메그비(Megvii) 등 경쟁사가 선보인 유사 제품도 베이징에 출시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센스타임 측은 “인공지능 기반의 열 감지 솔루션은 적외선 카메라와 가시광선을 통한 신체 인식 및 안면 인식, 이중 감지 기술이 통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도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격리 대상자가 집이나 호텔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비단 외부 카메라를 통해서만 개인을 감시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늘 지니고 다니는 소지품, 바로 스마트폰을 통한 감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통신업체들은 스마트폰 위치 추적으로 파악한 사용자의 이동 기록을 정부에 전달한다. 또 사용자에게는 인구 밀집 지역에 방문한 이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차량공유 앱 데이터를 이용해 코로나19 감염자를 추적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호주 모내시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했다.

실제로 국유기업인 중국전자과기그룹(CETC)은 최근 ‘밀접접촉탐지기(Close Contact Detector)’라는 신규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것은 교통부와 중국철도공사, 항공 당국으로부터 확보한 개개인의 이동 정보를 보건 당국의 개인 정보와 연계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알리페이(Alipay)나 위챗(WeChat), 큐큐(QQ) 등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밀접접촉탐지기 같은 앱은 특정 개인을 평생 감시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헬스코드(Health Code)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대상자의 격리 여부에 상관없이 이동의 자유를 철저히 제한해 추적한다. 그래서 감시 대상자가 출입이 허용된 공공장소에 가더라도 모든 위치 정보를 경찰에 공유한다.

뉴욕타임스의 시스템 분석 결과, 헬스코드 소프트웨어가 감독자로부터 접근 권한을 부여받으면 ‘reportInfoAndLocationToPolic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감시 대상자의 위치, 도시명, 식별 코드 숫자가 시스템 서버로 전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당 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 누구와 공유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개개인의 위험도를 계량화해 이동을 제한하는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기술은 점점 더 많이 생겨날 전망이다. 하지만 대중 스스로 이에 저항하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종종 있었다.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발발해 종식되고 나면 대중 감시 기술은 한층 발전해 개인의 일상으로 파고들곤 했다.” - 마야 왕, 휴먼라이츠워치(HRW) 중국 선임 연구원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중국 내 대중 감시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널리 보급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며 개개인의 구매 이력이나 택시 탑승 기록 등 개인정보 수집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전 세계가 지난 10년간 유례없었던 팬데믹에 맞서 분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처는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평소 중국 정부는 조용히 넘어가도 될 부분까지 과도하게 대처하는 습성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오늘날과 같은 빅데이터와 인터넷 시대에는 개개인의 이동 기록까지 낱낱이 드러날 수 있다.” - 리란쥐엔(李兰娟), 감염병 전문가/국립보건위원회 자문위원

그러나 이러한 조처는 어디까지나 극단적 상황에서의 극단적 대응 방식이다. 중국 정부가 대중에 대한 감시와 정보 추적을 일상적이고 합당한 조치로 받아들여서는 결코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난 뒤에도 이러한 대중 감시가 지속한다면 이것은 수많은 중국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말 것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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