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개월 동안 CBDC 파일럿 테스트한다
"당장 발행 필요성은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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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정인선 기자 2020년 4월6일 12:00
한국은행이 오는 2021년까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한다. 출처=이정용/한겨레
한국은행이 오는 2021년까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한다. 출처=이정용/한겨레

한국은행이 내년까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한다. 한은은 6일 CBDC 도입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는 미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한은이 이날 자료를 통해 내년 12월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힌 파일럿 시스템 테스트 과정의 첫 단계는, CBDC를 발행할 경우 어떤 구조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 작업이다. 국내 지급결제 환경과 기술 수준을 고려해, 한은이 직접 CBDC를 운영하는 방안과 다른 곳에 위탁해 간접 운영하는 방안 가운데 어느 것이 나은지, 어떤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기술 요건은 무엇인지 등이 해당한다. 

대략적인 설계와 기술 요건 정의가 끝나면, 이를 충족하는 구현 기술을 검토하게 된다.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 CBDC 설계와 기술요건이 확정되면, 업무프로세스 분석과 외부 컨설팅 등을 거쳐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가게 된다. 

동시에 한은은 CBDC 발행 권한과 법화성, 한은·금융기관 및 민간과의 법률관계 등 예상되는 법적 이슈를 검토하고,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BDC 발행 가능성 검토와 파일럿 테스트 관련 업무는 지난 2월 한은 금융결제국 안에 신설된 디지털화폐연구팀 및 기술반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외에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법률자문단과 행내 태스크포스(TF)도 꾸려질 전망이다. 세부적인 연구 추진 일정은 아래 도표 같다.

CBDC 연구 추진 일정(안). 출처=한국은행
CBDC 연구 추진 일정(안). 출처=한국은행

한은은 이날 자료를 통해, 최근 해외 국가들이 CBDC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고 짚었다. 과거엔 에콰도르나 우르과이같은 개발도상국이 금융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CBDC 시범 발행을 추진했다면, 최근엔 선진국을 중심으로 현금 이용 감소 및 민간 디지털화폐 출현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CBDC를 바라보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이(e)크로나’와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일본 등 가까운 미래에 CBDC를 발행할 일이 없다고 밝혔던 국가들도 올해 초 중앙은행 CBDC 연구 그룹을 꾸리는 등 입장을 바꿔 관련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한은은 당장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전히 존재하는 현금 수요, 경쟁적 지급서비스 시장, 높은 금융포용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다만 최근 지급결제 분야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민간부문의 시장 확장성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내외 여건이 크게 변화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은은 5일 ‘코로나19 확산이 최근 주요국 지급수단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각국이 디지털 화폐 및 CBDC 발행을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비대면·비접촉결제가 증가하게 되면서, 디지털 화폐 관련 논의가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특히 국제결제은행(BIS)은 CBDC가 전세계적 전염병이나 사이버공격 등 광범위한 충격에 대한 복원력, 보편적 대중에 대한 높은 접근성 등을 감안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한은은 이어, 코로나19 확산이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면 디지털 혁신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며,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우려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소개했다.

코로나19 관련 디지털 화폐 언급 내용. 출처=한국은행
코로나19 관련 디지털 화폐 언급 내용. 출처=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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